121. 증성동주

  贈成東洲                             


   
     성동주에게 줌
                    - 성제원의 호이다.


    
     조그마한 고을이라 볼 사무 별로 없어

     때때로 술 취한 세계에 들 수 있다네

     눈에 완전한 소가 보이지 않는 칼솜씨를

     어찌 닭을 잡다가 상하겠는가 







122. 중이 둥근 부채 보내 준 것에 사례함                           




     일찍이 지팡이를 날리며 방문했기에                         

     더할 나위 없는 부지런함에 매우 감사했다오

     다시 덩그런 부채 보내 오니

     달을 쪼개어 가져온 듯하구나









123. 증김열

  贈金烈                       
     


     김렬에게 줌



     
     요임금 순임금은 나면서부터 안 성인이고

     그 밖에는 배운 뒤에 안 현자라네

     지금 그대는 나이 젊으니

     옛 사람보다 더 나을 수 있다네










124. 서장판관의

  書長判官衣                                  



     장판관의 옷에 씀


  
     높은 산은 어찌 그리 높은가

     눈초리가 찢어지도록 자세히 본다

     하늘 끝 바다는 응당 만리나 되겠지

     내일이면 꿈만이 서로 수고로우리








125. 기건숙

  寄健叔                               



     건숙에게 부침



     이 사람 오봉루의 솜씨로

     태평성대에도 밥 한 그릇 얻어 먹지 못하네

     오래 된 조개에 명월주가 감추어져 있건만

     왕은 어찌 가짜만을 찾아 쓰는지









126. 증오학록

   贈吳學錄                               



    오학록에게 줌



    산 북쪽 절에서 잠시 만났는데

    모두가 훌륭한 인물이었네

    만난 뒤로 콩 열매 익어 가고

    난초 떨기 대하니 나무를 생각하고

    의리를 지키다 억울하게 당한 사람을 슬퍼한다

    이름다운 손 대접할 게 없기에

    남쪽 시냇가에서 마름을 캔다네











127. 만사

  輓詞                              



     황 승상의 후손이요

     시가는 문벌 좋은 집안이라네

     머리 하연 백 살 노친은 살아 있고

     아리따운 두 딸을 남겨 두었도다

     시냇가의 옛 집은 허물을 벗었고

     새 무덤은 눈 속에 자리잡았네

     산 양지 쪽에 나무꾼 다니는 길 있는데

     맹상군의 죽음을 슬퍼하는 듯











128. 만박우후

  輓朴虞侯                                  



     박우후의 죽음을 슬퍼함




     오각산 세 봉우리 아래가

     아! 그대의 문벌은 화려하였네

     진한의 먼 후예요

     조씨와 위양에서 나뉘었다네

     기름 칠한 장막을 도후가 되어 덮었고

     은천의 석 계륜이라네  

     이웃집 방아에선 노랫소리 끊겼는데

     쓸쓸히 산허리에 걸린 구름      
  










129. 산사우음  

  山寺偶吟                              



     산  속의 절에서 우연히 읊음



     수풀 속 천 년 된 옛 절

     사람은 외로운 학을 따라 찾아왔다네

     중은 굶주려 아침 부엌 싸늘하고

     오래 된 대웅전엔 밤 구름이 깊도다

     봉우리 위의 달빛이 등불이요

     물 속의 반듯한 돌에선 방아 소리가 나네

     부처 앞의 향불은 이미 꺼져

     보이는 것은 오직 식은 마음이라네











130. 영독수

  (口+英)獨樹                                    



     홀로 선 나무를 읊음



     무리를 떠나 홀로 있노라니

     비바람을 뱌스스로 막기 힘들도다

     늙어 감에 머리가 없어졌고

     상심하여 속이 다 타버렸네

     아침에 농부가 찾아와 밥을 먹고

     한낮엔 야윈 말이 그늘에서 배울 게 무어랴 
  
     다 죽어 가는 등걸에서 배울 게 무어랴

     하늘에 올라가며 떴다 가라앉았다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