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산책 -8
책을 논하라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정신대 문제로 우리를 계속적으로 침울하게 만들고
얼마전에도 독도 문제로 또 우리 국민을 왈칵 뒤집어 놓았다.
450년 전에는 더 심했다.
그때는 백성도 제대로 잘 살지 못했고 제대로된 군대도 없었는데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 해변을 노략질하고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남명은 성리학자이지만 다른 분들과는 달리 일상과 삶에 직접적인 학문, 당시에 보면 중인들에게나 어울린다던 천문, 지리, 의학, 병법 등을 폭넓게 공부하였고 이는 제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남명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기 20년전에 죽었다. 그러나 언젠가 일본이 반드시
조선을 침략하리란 것을 생각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라를 지킬 방책을 세울 방안을 강구하도록 가르쳤다.
임진란이 일어나자 조선에서는 총 9000여명의 의병이 일어났는데 그중 남명의 제자가
모은 의병이 7000명이나 되었다는 것을 보아도 얼마나 남명과 그의 제자들이 실천적인 애국자들이었나를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걸출한 의병장들을 들면 홍의장군 망우당 곽재우, 광해조때의 대 정치가 내암 정인홍, 죽유 오운, 송암 김면, 대소헌 조종도, 송암 이로등이 있다. 약포 정탁, 백곡 정곤수등은 조정의 중신으로 왜란 시기에 활약했다.
일찌기 조정이 남명의 이러한 정신에 귀를 귀울였더러면 임진란 같은 침략은 받지 않을 수 있었거나
최소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1569년 69세의 남명은 경상우도 덕산의 산천재에서 제자 몇 명과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수심에 잠겼다.
그분의 눈에는 나라가 침탈되는 것이 불보듯 보였다.
策(남명집/한길사 349-352, 策問題 혹은 擬(헤아릴의)策(채찍책)問題生)
策問題
問 登歲無荒田 治世無亂賊...
그대들에게 견해를 묻노라
풍년에는 묵은 밭이 없고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는 반역을 일으키는 역적이 없다.
지금 훌륭한 임금이 위에 계시고 다스리는 체제가 다 갖추어져 있는데도, 섬 오랑캐들이 난을 일으키고 있다.
풀어주고 길러주는 은혜는 날로 더해가거늘 멋대로 날뛰어 비할 수 없는 재난을 일으킨다.
아무 까닭 없이 대장을 죽이고 간사한 생각을 품고서 임금님의 위엄을 떨어뜨린다.
제포(薺浦:지금의 창원시 웅천)를 돌려달라고 청한 것은 안 될 줄 알면서도 조정의 뜻을 시험해본 것이고, 서른 가지 요구조건을 허락 받아가려는 것은 반드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면서도 우리 국가를 우롱하는 것이다.
그들은 손바닥을 치고 이를 악물고 몽둥이를 어루만지며 눈을 부릅뜨고서 “너희들 목을 반드시 베겠다”고 하니, 아무런 지각없는 삼척동자들도 오히려 왜적들이 두려워서 벌벌 떤다.
당당한 큰 조정에서 어진 재상과 훌륭한 장수들이 밥도 제때에 먹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계획을 세우지만 어떻게 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단지 상중(喪中)이라 정사를 논하지 못한다’고 거짓으로 핑계만 대고 있다.
이럴 때를 당하여 적을 꺾을 말이나 미리 막아낼 계책이 어찌 없겠는가?
비록 옛날 송나라의 한기(韓琦)가, 반란을 일으킨 역적 조원호(趙元昊)가 보낸 사신의 목을 도성 문 밖에서 베기를 청한 것처럼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나라를 어지럽히는 왜적에게 예물(禮物)을 내리라고 명령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왜적의 사신이라면 목을 베어야지 사신 대접까지 해줄 이유가 있겠는가?
제압하기 어려운 형세가 있어 평화롭고 회유(懷柔)되지 않으니 그 침입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역관(譯官)은 나라의 사명을 전하는 사람이니 옛날의 사신과 같다.
왜인들이 우리 나라의 실정을 염탐하고자 역관들에게 금은보화의 뇌물을 주었고, 역관들은 이 뇌물을 받아 임금의 명을 전하는 내시들에게 주어, 국가의 계책이 임금님 앞에서 논의되고 있을 때 그 사실이 이미 오랑캐의 귀에 전달되어있다.
대궐 안의 첩자 노릇하는 내시 하나 못 잡으면서 밖으로 교활하기 그지없는 왜적을 잡을 수 있겠는가?
우리 나라에는 결국 사람이 없는 셈이고 왜적들은 사람 없는 곳을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나라가 업신여김을 당하고 곤욕을 치르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임금님께서 이에 노여워 위엄을 떨쳐서, 왜적이 변방을 도발하여 일을 일으킨다면 역관의 목을 베어 기밀을 굳세고 세밀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왜적을 막아낼 방책이 없겠는가?
제군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에 제자들이 어떤 답을 내어 놓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아직 찾지못해 아쉽다.
성호사설에서 이익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경상좌도(퇴계학맥)에서는 仁을 주로하고 경상 우도(남명학맥)에서는 義를 주로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남명과 퇴계의 학문과 기질이 주위 환경과 지역인들의 체질 성격 의식구조와 밀접함을 전한 말이다.
광해왕 이후로 경상우도의 인재들은 거의 등용되지 못했으니 이곳 사람들의 의분도 알아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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