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를 잡은 거미 4
4.
여기에서 일이 끝났으면 나는 처음 이야기대로 실없는 얘기꾼이 되지 않아도 좋을 뻔 했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
그 이듬해 나는 학생이되어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이제 거미 같은 것은 잊게 되었고 굴 속을 자주 드나즐지도 못했으며 그 굴도 겨울이 지나 해토 되면서 조금씩 앞이 무너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어느 오후에 나는 거기에 또 훌륭한 거미줄이 쳐져 있음을 보았다.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놈이 그 내 친구 예년의 그 거미인지 그의 동료의 하나인지 혹은 그가 낳은 새끼 중의 한마리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날부터 매일 한 두번씩 그곳을 확인하곤했다. 그러던 며칠 후 나를 놀라게한 날이 찾아왔다.
나는 거미줄에 한 마리의 참새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참새는 간혹 날개를 퍼득였으나 벌써 그물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가 보았을 때에도 역시 참새만 달려 있었을 뿐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참새만이 공중에 달려 있었다. 나중에는 거미도 그물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한 마리의 참새만한 거미처럼 보이기조차 했다.
이것이 나를 허풍장이로 만든 나의 친구 내 잊지 못할 거미의 얘기이다.
(1979년 3월 현대건설 과장 : 사우지에 실린 글 전재)
뒷말/ 이 글을 쓴지 29년이 지났다. 지금 읽어보니 새롭기는 하나 매끄럽지 못하고 남에게 읽히기에는 부끄럽다. 다만 이 글을 쓰기전 30년과 쓴 후의 내 생애에 있어 이 거미의 꿈은 내 삶의 좋은 길잡이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대로 어둡고 어려운 시대에서 어렵고 차가운 시대를 거쳐 그나마 따뜻한 시절에 와 있음을 감사해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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