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정부는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 거의 모든 처방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데 있다. 낮은 금리와 가계대출의 급증이 가격 상승요인이지만 강남지역 아파트 값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많이 오른 것은 교육, 공공 서비스, 상권, 문화공간, 고소득층 밀집지역이라는 인식같은 복합적인 매력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을 통해 일부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강남 지역 내 고밀도 재건축을 허용하고 판교 신도시 등에 강남에 버금가는 쾌적한 주거단지를 조성하여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신규공급, 특히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정책들을 내놓았다. 재건축의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개발밀도를 제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선후가 바뀐 논리를 들어 분양가를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여기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기존 주택의 매물까지 줄어들게 만들어 가격상승을 부축이고 있다.
이제 주택정책을 한번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좁은 땅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강남 아파트 가격 급등은 사회적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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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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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주택정책이 가장 비싼 동네 집값에 집착할 명분은 없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강남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은 ‘거품’이 걷히면 손해를 볼 수 있고 어차피 이런 값비싼 아파트는 서민 주택문제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전체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함께 올랐던 1980년대말과는 달리 지금은 주로 강남지역 매매시장이 문제이고 민생에 직결된 전세시장은 안정되어 있다. 정부의 운신 폭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앞으로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높아지면 주거수요는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고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주택수요의 패턴이 바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주택을 원활히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택지와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한다. 또 주택 마련능력이 없는 서민층을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주택정책의 핵심이다. 거시경제 운용이나 조세정책도 주택가격 변동에 좌우될 수는 없다. 정부나 언론이나 이제 강남 강박증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