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4~15층 아파트 재건축 비상 걸렸다 (2003.04.01)
14~15층 안팎의 ‘중층(中層)’ 아파트 재건축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구청 ‘재건축 안전진단 심의위원회’가 대치동 은마아파트(14층·4424가구)의 ‘정밀안전진단 신청’에 대해 반려 판정을 내렸다. 강남구청은 작년 10월에도 반려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재건축에 필수적인 안전진단을 받지 못함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상당기간 재건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은마아파트와 비슷한 여건의 중층아파트에 대해서도 안전진단 요건이 엄격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재건축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데다 재건축 수익성과 직결되는 용적률도 지역에 따라 크게 낮아짐에 따라 중층 재건축의 투자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 은마아파트 주민들 크게 반발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안전진단조차 받지 못하게 막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은마와 비슷한 여건의 아파트 단지들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 재건축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주민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행 법상 재건축안전진단은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배관 등이 낡아 유지보수비용이 재건축 비용보다 많이 들 때도 재건축 판정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기준으로 구조안전에 이상이 없는 아파트들도 무더기로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청이 주민들의 민원을 고려, 안전진단 통과에 적극적인 입장이었는데도 학자·전문가로 구성된 10명의 심의위원들이 ‘반려’ 판정을 내렸다. 심의위원들이 은마아파트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은 집값이 가장 비싼 대치동의 대단지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허용할 경우, 안정세를 찾고 있는 강남 집값에 불을 지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신중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구조안전에 이상이 있다는 안전진단기관의 보고서를 제출할 경우, 심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투자수요, 저층과 안전진단 통과 아파트로 몰릴 듯 =부동산 업계는 은마아파트에 적용했던 엄격한 기준이 다른 아파트단지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가 재건축 관련 법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서울시는 준공된 지 20년 이상이면 재건축이 가능하던 것을 30~4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의 용적률이 적용되던 일반주거지역이 1·2·3종으로 세분화돼 각각 150%, 200%, 250%로 낮춰진다.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의 비율인 용적률이 낮아지면 재건축하더라도 아파트 가구수를 늘리기도, 평형을 키우기도 어렵다. 재건축절차도 까다로워진다. 도로및 공원 등의 확보계획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미리 세워야 재건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층아파트에 대해서는 중층아파트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곽기석 재건축 팀장은 “중층아파트와 달리, 연탄보일러가 설치돼 있는 등 설비가 낡은 5층 이하의 저층아파트에 대해서는 비교적 느슨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투자자들이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중층아파트나 저층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층아파트는 상당 기간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車學峯기자 hbcha@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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