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년이후
제22장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 우스운 일이지만 중년이 되기 전에는 인생에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 어떤 사람도 하번에는 한벌의 옷밖에 입을 수 없다-이태리속담.
한번에 두가지 일을 할 수 없고,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두사람과 만날 수 없고, 같이 체험을 나눌 수 없다.
... 그러나 마음만은 두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도 반으로 줄지 않는다.
... 젊었을 때에는 인생에서 자장 큰 제약은 돈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중년 이후가 되면
... 나는 냉혹한 사람이므로....
... 자신이 지칠 정도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떠맡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냉철히 거절해야하는 일이 생긴다.
... 단념할 일을 결정하는 것..체력과 기력의 한계에 적응하는 것,
인간은 반드시 어딘가에서는 의리를 저버리고 살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은 젊었을 적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제23장 힘이 부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 일에 있어서나 취미에 있어서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실제 생활의 규모에서나 자신의 힘에 벅차지
않도록 그 범위를 현실적으로 현명하게 인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력과 체력은 오직 중년에만 있다.
... 나는 다른 작가들 처럼 술에 낭비하지 않았고, 옷에 돈을 쓰지도 않았다...
남편은 게으름 뱅이에다 구두쇠였으므로 ... 그러나 내가 꼭 하고 싶었던 사하라 여행은 했다.
제24장 인간 임을 포기하지 않는 가람
... 너무 빨리 완성되면 죽을 때까지 따분하고 무료해지고만다.
나는 중년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러한 운명의 깊은 배려를 알게 되었다.
... 중년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덕망있는 사람이 되는 것..
중년 이후가 되면 외모는 온통 나빠지는 것 투성이다.
오직 불가사이하게 빛을 더해주는 것은 덕 뿐이다.
... 중년 이후는 스스로를 충분히 규제하지않으면 안된다.
자신에게 견고한 자갈을 물리고 자신의 페이스로 엄격하게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더 이상 결과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아니다.
만에 하나 중년 이후가 이기적이고 고집만 내세운다면 정말로 유치하고 추하다.
중년이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운명까지도 같은 배에 탄 것임을 자각하는 나이다.
중년이 되었어도 자기 나름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뭇 사람에게 다른 의견을 주장하거나 다른 행동을
할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하면 덕이 없다.
... 토마스아퀴나스는 덕을 지성의 덕과 의지의 덕으로 구분하고
지성의 덕은 이해, 지식, 지혜, 사려분별로 다시 구분하였다.
도덕적 덕에는 정의, 중용, 용기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모든 내용은 젊음의 시절엔 다소 거리가 있다. 오직 중년이후에나 가능한 것들이다.
사람은 제대로 성실하게만 살면 그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이해도 지식도 지혜도 사리분별도 자신의
나이만큼 늘어나게 되어 있다.
... 정의란 타인에게 갚아야할 빚(신세)를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 성장한다.
젊었을 때는 빚이니 신세니 하는 말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경향이 있다.
만일 당신이 대학시절에 단 한번이라도 등록금을 내준 분이 있다면 혹시 그분에게 그후 감사의 인사
를 전했는지 점검해 보라.
청춘의 시절엔 하드웨어가 완성되고 수푸트웨어는 중년의 몫이다.
중년이 되어도 소프트웨어가 아직 제구실을 못한대서야 되겠는가?
... 덕이야말로 인간이 완전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힘이다.
인간의 생애란 대충대충 어슬픈 사고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세월동안 늘 마음을 쓰며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완성된다.
그러한 완성이란 중년 이후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더딘 인생의 완성과정을 진정으로 감사해야할 일이다.
완성이 뒤늦게 온 탓으로 우리는 이 중년에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일까?
너무 빨리 완성되면 죽을 때 따분하고 무료할 것이다. 이것이 운명의 깊은 배려이다.
전철안에서 써본 저자의 시.
문무양도(文武兩道)
전철을 타자마자
생전처음보는 옆 사람의 직업을 추측해보고
부모를 상상해보고
세상 떠난 남편과
기르고 있는 개를 짐작해보고
가라오께는 좋아할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좋게 나쁘게 이리저리 꿰맞춰봐도
부질 없는 상상일 뿐
남자 한분
듬성듬성 빠진 머리에
옷깃이 구겨진 폴로셔츠
긴 얼굴 튀어나온 배
무표정한 얼굴
구월이라 셔츠가 낡아 구겨진 것은 그렇다치고
내가 태어난 달이라 색이 바랬어도 어쩔 수 없지만
조금 빤히 쳐다보니
튼튼한 케이스에 넣은 라켔을 다리사이에 끼운채
책을 읽고 있었다.
슬그머니 엿보니 내 친구 세스꼬가 쓴 단편집
문무양도.
*** 별로 유명한 작가도 아닌 그러나 소중한 글이 담긴 친구가 쓴 책을 허스럼하게 차려 입은 중년의
남자가 옆에서 읽고 있을 때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우리의 중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전혀 눈에도 띄지 않은 존재. 그러나 스포츠 신문이나 주간지, 구인무가지가
그런 책으로 딱 알맞은 것이 남명시집.
작고
초라하지 않고
호주머니에 쑤셔넣어도 좋고
더구나 임민수가 공짜로 보내준다.
오늘부터 중년이란 말이 낯설지 않게 되기를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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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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