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아야꼬

중년이후

제7장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준비

... 보통 중년이후를 생각할 때 대부분 중년이 되면 좋은 차를 살 수 있다든지 지위가 오른다든지, 오랫

동안 계획했던 집을 신축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든지 하는 것이다.

... 중년이 되면 질 좋은 그릇을 사모으는 취미 같은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그릇이 늘게되면 평생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그릇도 사 모으게 되고 이사갈 때 부담이

되고 저장장소의 문제도 생기게 된다.

... 요즘 매체들의 표현을 빌리면 중년은 마치 무엇인가 잔뜩 끌어모은 시기로 비친다.

나는 중년을 무엇인가 얻을 수 잇는 시기로 생각한 적이 없다.

중년이후란 오히려 지금까지 손에 넣었던 모든 것과 헤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그릇을 몇번이나 쓸 수 있을까.

서예, 그림 골동품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그리 멀지 않다.

    그 잃어 버릴 수 잇는 가능성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오래 살게되면 얻는 것도 잇겠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많게 된다. 이것이 중년이후의 숙명이다.

... 바울의 말이다.
    형제들이여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세상 일에 관련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란 곧 사라져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고린도전서 7,29

... 아내와 함께하는 생활을 즐겨도 좋다. 울고 싶게 슬픈 일이 있으면 울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일은 모두 일시적인 환상과 같으므로 마음 속 깊은 애착이나 미련을 갖지 말라.

... 아직 젊다면 죽음 같은 것은 멀리 있으므로 모든 것이 영우너히 자기손안에 있을 것으로 생각해도

상관 없다. 그러나 중년 이후는 그렇지 않다.

... 성 바울은 철저하게 슬픔도 가르치고 그 절망 가운데는 희망도 알려주고 있다.

... 자신이 슬플 땐 우주 또한 울고 있거나 우주 전체를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러나 한 개인의 슬픔이 지구 전체의 비극이 되는 일이란 거의 없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지금 고통하는 사람은 고톹이 없는 사람처럼 태연하고 조용하

게 고통의 시간을 이겨 내라고 말하는 것이다.

... 성 바울은 인간의 죽음이란 상실인 동시에 해방을 주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아무리 고통 스러원도 고통은 죽기 전까지의 일이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일이므로 우는 사람도 울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된다고 가르친다.

... 잃어버리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집, 재산, 서예, 그림 골동품들만 아니다.

많은 사람이 중년이후에 처험하는 새로운 결별은 체력이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나이를 고비로 병을 앓는다.

젊을 때는 대개의 병은 완치되지만 중년이후가 되면 그런 보장이 없다.

평생 달래가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사람은 단번에 죽는 것이 아니다. 기능이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건강과의 결별이다.

결별에 익숙해 지는 것은 쉬운 일이아니다. 결별에는 마음이 죄어드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 중년 이후에는 항상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준비는 준비를 게속해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잃어 버리는 것에 대한 마음의 태세를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준비를 했다고 해서 막상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태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감정은 안 갖을 수 있다.

... 중년을 경계로 노년과 죽음을 맞는 시나리오는 대개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이런 사실자체에 놀라거나 슬퍼하지 말라.

그것은 우리의 죄도아니며 벌도 아니다. 헤어질 때 멋지게 헤어지는 것이 진짜 먼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