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느림
비방 드농의 단편소설(실지 이런 단편 소설이 있었는지, 작자의 구상인지 모른다) 속의 200년 전 고성에서의 t부인과
기사 이야기와 현재의 무슨 학술회의에 참가한 저자와 아내 베라, 지식인 베르크와 옛 애인 엠마쿨라타, 국립도서관
퐁트뱅, 체코립스키. 그리고 무엇보다 벵상과 쉴리의 연애 이야기인데.
옛 단편 소설 속에서는 백작부인과 남편, 정부 그리고 친구와 다른 정부사이의 부인은
남편을 속이고
정부는 부인을 속이고 ...
그러면서도 젊은 기사는 밤이 새도록 정원에 마련된 사랑의 움막에서 육체의 향연을 벌린다.
다른 한편 오늘은 학술회의에 참석한 발표자가 자신의 소개에 감격한 나머지 준비한 학술 발표자료는 읽지도 않은채
연단에서 내려오고 정치가는 이 연설에 감격한 인터뷰를 하고 이런 한심한 회의에 환멸을 느낀 지식인과 환상적인 미인
젊은 여인은 그날 밤으로 정이 통하여 수영장에서 옷을 벗고 한바탕 뒹굴지만 정작 섹스는 해 보지도 못하고 헤어진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졌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 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함께 사라져 버렸는가.
...속도는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다.
오토바이 위에 탄 사람은 과거와 미래와는 단절된 한조각 시간에 매달려 달린다.
그는 자신의 나이, 직업, 아내, 자식을 잊는다. 그러므로 그는 두려울 게 없다.
두려움의 원천은 미래에 있고 미래를 잊은 자는 아무것도 겁내지 않는다.
지금도 고속도로 위에선 속도를 즐기다가 매 한 시간마다 한 사람씩 죽는다.
한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창자이야기를 50여페이지나 늘어 놓던 저자는 여기서는 똥구멍 이야기를 20-30
페이지에 걸쳐 늘어 놓는다.
그러나 정작 이야기에 그칠 뿐 그것을 추구하는 순간은 놓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