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이슬 바다
                                 *373  000627



이슬 한 방울 바다에 빠진다
이슬은 사라지고 바다가 남는다

이슬 한 방울이 흘러 강이 된다
강은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이슬비 바다에 내려
바다가 사라지고 이슬이 남는다



나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용
한 방울 이슬
땅과 더불은 춤이 나무 끝에 맺히면
한 송이 맑은 꽃이 되어
바다로 돌아가는 것

수 만 생의 전
내가 물고기의 생을 살 때부터
효모*와 대장균의 갈림길에서부터
오늘까지 모든 이야기가 다 맺혀진
나는 이슬 한 방울의
바다







후기

             
 - 녹슨 이슬
                               *431   001122


추악한 세상이라 이슬도 녹이 슬어. 
곤장을 맞거나 칼싸움을 하다가 다칠 염려도 없는 이 좋은 세상에서 
이제는 깨끗한 물 한 방울 마시기 힘드네. 
빚을 진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갱편을 얻던 사람들은 백 수십 조를 주무르네.
공부를 잘 한 사람들은 공부 값을 돈으로 달라 하고. 
해전엔 겨우 오천 억에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갔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이 수조를 우습게 아네. 
백 삼십 년 전에는 하느님 믿는다고 주리를 틀고 목을 자르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사람들이 주인노릇 했는데 
지금은 섬 산을 잘라 바다를 메꾸는 것이 平天下라 하는 사람들의 세상이네.
송도 월미도 사라지고 삼학도 대부도도 사라지고. 
맑은 이슬도 사라진 시대를 사네.




꾸미고 나니 이것들이 단지 지난 한 해의 여행기라는 생각이다. 
삶 자체가 지구를 잠깐 방문하는 여행이라고 하지만. 
2000년 6월(*371)부터 12월(*434)까지 쓰여진 것들과 
기존의 20여 편을 개작하여 대체로 쓰여진 순서대로 엮었다. 
내용에 따라 선후를 매기는 것도 잡일이지 싶어서다. 
비와 이슬에 젖고 강 따라 떼밀려 온 날들. 
시대가 악하고 사회가 혼란스런 것이 
인력 풀인지가 부족하고 용병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반대다.
지금은 의인이 너무 많고 기도하는 자들로 강토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의인들은 또다시 예수님을 매달라고 소동을 벌릴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예수께서도 "나는 의인을 데리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데리러 왔다"*고 했다.
진정한 의인의 기도가 그립다. 2000년에 쓰고 2001년에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