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세상 -개똥새끼 *409 000903 사월 대모산 등산길 불국사 절 마당에서 네 살배기 아이가 놀았네 아이가 하수구 맨홀에 연신 흙을 차 넣길래 말렸네 노려보던 아이는 또 흙을 차 넣었네 그러지 말거라, 그러지 말거라 물 흘러가는 하수구에 흙이 차면 물이 막히지 스님께서 하수구 속에 들어가 파내야 한단다 아이는 다시 길게 노려보더니 양발로 연거푸 흙을 쳐 넣고는 저거 어미에게로 달아났네 "개똥새끼 개똥씹새끼" 하 오늘 절에서 개똥새끼 되어 하산하네 덕청강 가에서 9 -밤머리재를 넘으며 *414 000918 지리산과 웅석봉을 가르는 재를 넘다가 차를 돌려 샘 가에 세운다. 덕산과 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년 전에는 구형왕이 넘어가 왕산 기슭에 돌 피라미드로 쌓였고 아버지는 이 길을 이십 년 면소 군청 걸어 수백 번 어느 날은 목이 말라 이 샘 가에 쉬시고 다른 날은 저물어 승냥이 오소리를 부르며 넘었을 밤머리 재 팔십 리 그 하룻길을 단숨에 넘어가는 나는 쇠 개똥구리 안에 갇힌 바늘 끝에 부풀린 풍선 아슬아슬 곡예하는 우주 이 흐름을 타고 너에게로 3 -사나사에서 *416 000920 길은 뭐하러 딱누 바위는 돌고 나무숲 아래로 가면 될 것을 때를 털어 낸다고 일주문 아래 너무 서성이지 말라 부처인들 먼지를 피할 수 있더나 계곡 물 이토록 맑으니 이즘엔 때 씻는 중생도 드문가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