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4
                -백년
                                                         *271
 
  백년이면 지상의 얼굴은 다 바뀐다
  백 년 전 이 세상엔 나의 자취가 없었고
  다시 백 년 후면
  나는 잔디
  작은 상수리나무의 가지
  나뭇잎 위를 기는 진딧물
  아니면 이슬

  너와 나 잠시 땅위에서 어울린 후에
  너의 이슬과 나의 이슬은 하나가되고
  그날 우리는 같이 바다에 빠진다
  공기 속으로 증발하여
  우주에 떨어진다






  이슬 5
              - 무지개
                                                         *284

  이른 퇴근길
  대모산 아래 집 근처에 왔는데
  문정동 하늘 위에 무지개 걸려
  문정동으로 달려가니
  무지개 꼬리는 올림픽 아파트에 가 걸리고
  올림픽 아파트로 달려가니
  이성산성위로 도망가는구나


  하늘과 땅이 만나지 못하여
  나 너를 만나지 못하는가

  내 어느 날은
  하늘과 구름의 춤판에 한바탕 어울린 후에
  한 방울 무지개 이슬이 되리라 







  이슬 6
                -치마
                                                 *371   000627
  치마
  사랑
  그리움

  이슬 한 방울 치마에 떨어져
  치마 속으로 사라졌네

  한 방울 이슬이 
  치마를 적셨네
 
  이슬 한 방울 떨어져
  바다가 되네

  한 방울 눈물이 스민 치마는
  쉼 없이 펄럭여 바다가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