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와 대주

백장과 대주

제2장 붓다도 그대와 같은 인간이다

그대에게 불가능한 일은 붓다에게도 불가능하다. 그는 그대와 같은 인간이다. 그는 어떤 면에서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내세우지 않았다. 이것이 그의 위대함이다.

**"  백장은 붓다를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붓다를 한 명의 인간으로 보았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용기를 가질 수 있다......그대는 물 위를 걸을 필요가 없다. 맹물을 위스키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

**  그대는 붓다가 될 수 있다. 붓다는 그대의 내적인 본질이기 때문이다. 붓다가 되는 것은 기적에 의존하지 않는다. 종교는 마술이 아니다. 종교란 자신의 내면에서 가장 깊은 지점을 찾으려는 소박하고 겸손한 노력이다. 이 지점에서 그대는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 지점에 붓다가 존재한다.

** 그 후에 스물 살이 되었을 때 백장은 승려가 되었다. 대주는 월주(越州) 대운사(大雲寺)에 입문하여 도지(道智) 화상 밑에서 수업했다. 도지는 그에게 혜해(慧海)라는 법명을 주었으니, 혜해는 '지혜의 바다'를 의미한다.
그 뒤에 백장은 마조(馬祖) 선사에 대한 말을 듣고 그를 만나러 강서(江西)에 갔다.

대주(大珠)가 처음으로 강서(江西)에 이르러 마조(馬祖) 스님을 뵙고 예를 표하니, 마조가 물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이것이 선문답이다.  마조의 물음은 이런 뜻이다.
"이 영원 속에서 그대가 온 곳은 어디인가? 그대는 자신의 영원한 본질을 자각하고 있는가? 그대는 자신이 전적인 공(空)의 차원에서 왔다는 것을 아는가?"
그러나 대주는 이 질문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다.

"묻고 있는 자가 누구냐? 그대의 의식, 그대의 존재가 묻고 있다. 밖에서 대답을 구하지 말라. 질문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라. 안을 들여다 보라. 이 질문은 그대 내면의 중심에서 나오고 있다."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그것이 그대의 보물 창고다. 그 곳에는 온갖 것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조금도 모자란 것이 없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 밖에서 헛되이 찾고 있는가?"
대주가 이 말에 크게 깨우치고, 자신의 근본 마음을 알았다. 그가 뛸 듯이 기뻐하며 깊은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 후 대주는 6년 동안 마조 스님을 섬겼다.

  이제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즉각성(suddenness)의 언어를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직 점진적인 성장을 믿는다. 즉각성은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즉각성은 모든 것에 적용된다. 그대가 무엇을 원하건 그것은 점진적인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바로 그대 자신이다. 그대가 이미 거기에 있다. 그러므로 유일한 문제는 눈을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 절박한 열망으로 내면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형된다.
"지금 나에게 묻고 있는 그것이 그대의 보물 창고다."라는 마조의 말을 듣고 대주는 즉각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질문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았다.

"그 곳에는 온갖 것이 다 갖추어져 있어서 조금도 모자란 것이 없고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데 어찌 밖에서 헛되이 찾고 있는가?"

  질문이 솟아오른 내면으로 들어가자마자 대주는 즉시 큰 자각의 빛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대답을 얻기 위해 질문한다.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괜찮다. 그러나 그대 자신에 관해서는 결코 묻지 말라. 묻기보다는 그 의문이 솟아나는 내면을 들여다 보라. 그러면 단 한 순간에 대각(大覺)을 이룰 수 있다.

그 뒤 수업사(受業師)인 도지 화상(道智和尙)이 노쇠해지자 돌아가서 그를 돌보았다.

  백장이 떠나기 전에 마조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갔다. 백장이 오는 것을 보고 마조가 불자(拂子)를 세워서 들어올렸다.
백장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이 불자의 작용 안에 있습니까? 아니면 그 작용과 떠나 있습니까?"
마조가 법상(法床) 모서리에 불자를 걸어두었다. 잠시 후 그가 백장에게 물었다.
"그대가 훗날 설법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가지고 대중을 위하겠는가?"
백장이 불자를 잡아 세우니 마조가 물었다.
"그대는 불자의 작용 안에 있느냐, 아니면 불자와 떠나 있느냐?"
백장이 불자를 다시 법상 모서리에 걸어두었다.
바로 이 순간에 마조가 벽력같은 고함을 질렀다. 이 고함 소리에 백장은 사흘 동안 귀가 먹었다고 한다.

  백장은 3일 동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마조가 "그대는 불자의 작용 안에 있느냐, 아니면 불자와 떠나 있느냐?"하고 물었을 때 그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번갈아 가며 똑같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먼저 백장이 물었다. 그 의미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백장이 물은 뜻은 이렇다.
"불자를 사용할 때 당신은 지켜보는 자입니까? 아니면 불자와 하나가 되어서 주시를 잊습니까?"

  그 다음에 마조가 묻자, 백장은 마조가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백장은 불자를 법상 모서리에 걸어두었다. 이 행동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저 또한 지켜보는 자입니다. 저는 더 이상 불자와 동일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객체가 아닙니다. 저는 항상 주체이며 지켜보는 자입니다."
이에 만족한 마조가 엄청난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제자가 무르익어 집에 도착했다. 눈먼 제자가 눈을 떴다. 이것은 엄청난 기쁨의 환호성이었다. "마침내 너도 집에 이르렀구나."하고 백장을 환영하는 외침이었다.

바쇼(芭蕉)의 하이꾸 하나.

손뼉을 치니 메아리와 함께 동이 튼다.
여름 달.

  바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오직 하이꾸(haiku)만 썼다. 하이꾸는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불가사의하다. 단순하면서도 신비하다. 하이꾸를 이해하려면 눈앞에 그려보아야 한다. 선(禪)은 말을 믿지 않는다. 눈앞에 그려 보라. 그러면 어떤 이해를 얻을지도 모른다.

  여름 달이 아직 하늘에 걸려 있는데 동이 트려하고 있다. 손뼉을 쳤더니 아직도 산중에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것은 언어로 그린 회화(繪畵)다. 하이꾸는 단순히 시가 아니라 언어의 형태를 빌린 그림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그림을 눈앞에 그려보아야 한다. 첩첩 산중에 둘러싸인 그대를 상상해 보라. 그대가 손뼉을 친다.(여기에서 오쇼가 손뼉을 친다.) 산중에 메아리가 퍼져나간다. 여름 달이 아직 하늘에 걸려 있는데 동이 트고 있다. 곧 해가 떠오를 것이다.

  바쇼는 왜 이렇게 짤막한 하이꾸들을 쓴 것일까? 그는 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살았다. 그는 전적인 침묵 속에 명상하며 지냈다. 간혹 그는 눈을 뜨고 자신이 본 것을 종이에 적었다.

  이런 하이꾸들은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 하이꾸들은 거울 속에, 무심 속에 비친 투영이다. 고요한 가슴, 여름 달, 동이 터 오르고......그가 손뼉을 치니 산중에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

  바쇼에 따르면, 명상가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탐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것은 바깥 세상과 접촉을 끊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가끔씩 그는 눈을 떠야 한다. 그의 텅 빈 가슴을 통해 바깥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비춰진 것들이 하이꾸 안에 집약된다. 하이꾸는 아무 의미도 없다. 다만 언어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