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가의 양단수 논쟁
학문하시는 분은 참 재미있다.
그렇다고 학문을 하지 않는 내가 이경숙이 도올을 까듯이
문학박사 교수님을 까겠다고 이 글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보니
도화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겨셔라
아히야! 무릉이 어디뫼뇨 나는 옌가 하노라
문자는 시대적인 변천이 있는 것이므로 오늘 고문을 연구하는 바가 아닌데서야
그냥 오늘날의 발음대로 읽으면 될 일이다.
남명의 시조로 알려진 이 시조중의 양단수에 대하여
兩端水 兩湍水 兩塘水 養堂 兩堂 壤堂까지 들어 고증하고 해설한 내용은 잘 보
았다.
그러나 이 시가는 알려진 바와 같이 한시가 아니라 한글 시조이다.
한문자가 더러 있기는 하나 한시는 아니다.
마을의 이름은 글자보다 먼저 생겼을 것이므로
글로 표시된 한문자에 대하여 역사적 전거와 옳고 그름을 논하는 것은 시의 해
설로서는 좀 그렇다.
또한 지리산 양단수는 스승께서 "예 듣고 이제 본" 그 물이다.
삼가에서 들었고 서울에서 들었고 김해에서도 들었을 이름인데 그런 알려진 이
름으로서 양단수를 양당마을 앞을 흐르는 물로 해설한 것은 연결고리가 가늘다.
양당은 덕산내에서도 작은 마을이다. 지금도 고작 10집이내가 살고 덕천강과는
직접 접하지도 않은 산기슭 마을이다.
우리는 이 강을 덕천강 내대천 삼장천으로 부르기는 해도 양단천으로 부른 것은
들은 적이 없다.
양단수는 그러면 뭐냐? 그냥 양단수이다.
끝 端이 틀리고 湍(여울단)이 옳다는 것은 시적인 해설로서는 좀 모자라는 것
같다.
甁窩歌曲集에 端이라 했다는데 그것은 틀리지 않다.
산천재도 삼장의 덕천강과 중산리 내대천이 합수하는 곳에 위치하므로 두강의 끝
이 되기도 하니 양단수. 지리산의 두 강줄기의 끝이든 산자락의 끝이든 끝이라는
뜻이고 우리가 매냥 지리산에서 이 시를 읊을 때 상상하던 그대로 이다.
湍은 靑丘永言本에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굳이 틀리지 않다.
삼장천과 내대천의 두 여울이 합수하여 덕천강을 이루는 지점을 뜻하기에 부족함
이 없다.
그러나 양단마을의 양단수라는 것은 시적인 비약보다도 아무래도 글자적인 비약일
듯 싶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 산천재 앞에 지금도 있는 남명의 제자들이 심은 소나무가
있는 집에서 동란의 한때를 보냈으며 이 양단수에서 세수하고 목욕하고 먹었고
남부군의 소설에 나오는 그 시천 전투의 밤에도 그 곳에서 밤새 총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이 시조에 대하여 아무런 저항이 없다. 그곳은 두 물이 합쳐진 곳이고 양
단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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