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의 애국사상

남명은 평생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숨어 살았다.

그러나 만년에 출세에 대하여 묻는 물음에

"나는 숨어 살지만 이 세상을 잊은 적이 없고 공자처럼 나의 학문을 통하여

세상을 구제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오" 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러므로 남명은 보통의 은자나 은둔자라고 보는 견해는 잘못 되었다. 남명은

국가와 민족에 대한 관심을 잠시도 놓지 않았으며 이를 글로도 나타내고 제자

들을 가르치는데도 지침으로 삼았다. 남명이 나라를 생각한 흔적에 대하여는

여러곳에서 찾아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대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민암부

민암부는 선조에게 몇차례에 걸쳐 바른 정치를 펼 것을 상소하였으나 이가 받
아들여지는 징조가 보이지 아니하자 "부"라는 형태로 벼슬아치들과 임금을 깨우
치기 위하여 이 글을 썼다.
그 내용은 물은 배를 띄워 앞으로 가게도 하지만 때로는 배
를 뒤엎을 수도 있다고하여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지 임금이 나라의 주인이 아
니라는 사상을 폈다.

"--- 배는 물 때문에 가기도 하지만 물 때문에 뒤집히기도 한다네

--- 보잘 것 없는 아낙네라도 부르짖으면 하늘이 호응한다네

--- 임금 한사람이 어질지 못한데서 위험이 극에 이르게된다네.

--- 백성들의 마음은 위험한가? 백성들의 마음은 위험하지 않다네"

이는 절대 왕조 시대에 자칫 왕권에 도전한다는 역적으로 몰릴 위험이 있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었으며 중대한 사건이었다. 남명의 사상 저변에는 이러한 혁신적인
사상- 임금은 백성을 어렵게 여겨야한다는 백성 중심 사상이 있었다. 이는 또한
백성의 어려움을 보고 임금으로 하여금 백성을 위한 청치를 간청하는 것이기도
하니 참다운 애국심의 발로라할 만하다.

2. 단성소

"......전하의 國事가 그릇된 지 이미 오랩니다. 나라의 기틀은 이미 무너졌
고, 하늘의 뜻도 이미 전하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비유컨데 큰 나무가 백년 동안
이나 그 속을 벌레에게 파먹혀 진이 빠지고 말라 죽었는데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 폭풍우가 닥치면 견디어 내지 못할 위험한 상태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실
정에 있는 지가 오랩니다.---- '

이는 1555년 문정황후의 수렴청정과 윤원형의 그릇된 정치가 극에 달했을 때
남명이 올린 소위 단성소의 일부이다. 이 소에서 남명은 "전하는 한 고아이고
모후는 구중에 갇힌 한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고 썼으며 당시의 실정을 낟낟
히 지적하여 왕의 잘못을 지적하고 백성을 위해 새로운 정치를 펼것을 청했다.
절대왕정 시대에 이처럼 담대하게 임금을 책망하고 올바른 정치를 구한 일은
나라를 위해서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 있으면 목숨을 걸고라도 하겠다는 굳은
애국정신의 발로라할 것이다.

3. 구급

남명은 1567년 선조임금께서 교지를 내려 불럿을 때 이를 간곡히 거절하는
말과 함께 백성의 고통이 극에 달했음을 알리
고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참으로 백성을 생
각하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쓴 상소라고 할 수 잇다.

"----그래서 신은 '救急(위급한 일을 구제하라는 뜻)이라는

두 글자를 바치고자 하오니,

이 두 글자로써 나라를 일으키는 말을 삼으셨으면 합니다.

이 두 글자로써 보잘것 없는 제 몸뚱이를 드러내는 일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신이 엎드려 살피건대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 물이 끓는 듯 불이 타는 듯하는데도

여러 벼슬아치들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어

마치 시체 같기도 하고 조각품 같기도 합니다.

기강은 모두 없어졌고 나라의 원기는 피폐해졌으며

예의는 쓸어버린 듯 사라졌고 정치와 형법은 어지러울 대로 어지러워졌습니다.

선비들의 기풍은 다 무너져버렸고 공정한 도덕은 모두 잃었으며

인사정책은 혼란할 대로 혼란해졌습니다.

흉년은 해마다 계속되고 나라의 창고는 텅텅 다 비었으며

여러 가지 제사는 문란할대로 문란해졌고

백성들에게 온갖 명목의 세금을 멋대로 거둡니다.

국방은 허술할 대로 허술해졌고 뇌물은 극도로 오가며

관리들은 백성들에게 온갖 수탈을 자행하여 백성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실정입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치의 극을 이루고 호화롭게 먹고 있습니다.

바른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오랑캐들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나라는 지금 위독한 온갖 병이 들어 있는 상황이고

하늘의 뜻과 백성들의 마음은 어떻게 하려는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급한 일은 팽개쳐두고 구제하지 않으면서

헛된 이름만 일삼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4. 무진봉사-아전들의 횡포로 백성이 토탄에 빠져 있음을 낟낟히 고발함

앞서 "구급"이란 상소를 올렸던 남명은 이듬해 새로운 왕이 정치 개혁에 별다
른 성과가 없자 다시 무진봉사란 긴 소를 올린다. 이는 백성들이 한갖 낮은 관
리인 아전들의 횡포로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잇으며 나라와 임금이 농락당하고 잇
는지를 낟낟히 고발한 고발장이다. 참으로 백성과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는 남명
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사람을 잘못 쓰면 군자가 野에 있고 소인이 조정을 독점하고 국사를 멋대로
처리하게 됩니다. 옛부터 權臣이 전횡을 일삼은 적도 있었고 외척이 발호한 일
도 있었고, 내시가 정령을 가로 챈 일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서리들이 나라일
을 농락하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했습니다. 정권이 대부에게 있어도 오히려 옳
지 못한데 하물며 서리에게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당당한 제후의 국가로서 조정
의 200년의 업적에 힙입고 공경 대부가 잎뒤에서 서로 따르는데 천한 서리에게
정권을 돌립니까? 이것은 쇠귀에도 들리게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군민에게 대한 모든 정사와 국가의 기밀이 모두 서리의 손에서 나오므로 실과
곡식을 관청에 바치는 데에도 뒷길로 돌려 바치지 않으면 통하지 아니합니다.
안으로 재물이 모이면 백성은 밖으로 흩어져 열 명 가운데 한명도 남아있지 않
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고을을 자신의 물건처럼 생각
하여, 문서를 만들어서 교활하게 자기의 자손 대대로 전합니다. 지방에서 바치
는 것을 일체 가로막고 물리쳐서 한 물건도 상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공물
을 가지고 바치러 갔던 자가 그 온 가족의 가산을 다 팔아도 그것이 관청으로 들
어가지 않고 개인에게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백 곱절이 아니면 받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바치는 곡물을 계속해 바치치 못하고 도주하는 자들이 잇달아 생
깁니다. 나라가 창건 이래로 고을의 백성이 바치는 것이 문득 새앙쥐같은 놈들이
나누어 가질 줄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전하께서 한 나라를 독차지하는 부를
누리면서도 도리어 이 서리들의 방납한 물품에 의뢰하고 계시다는 것을 어찌 생
각이나 했습니까?

왕망과 동탁 같은 간악한 자들도 이런 적은 없었으며 비록 망해 가는 나라에서
도 일찍이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러고서도 만족하지 않고 국고의 물건까지 훔
쳐내어 아주 적은 옷감, 매우 작은 곡식도저축된 것이 없으니 나라꼴이 말이 아
니고 도적이 도성에 가득합니다. 나라는 한갓 빈 그릇만 안고 다 썩어서 뼈대만
앙상하게 서 있으니 온 조정사람들은 마땅히 목욕재계하고 함께 쳐야 할 것입니
다. 혹 힘이 모자라면 사방사람들을 불러서 잠시도 잠자고 먹을 겨를이 없이 분
주히 임금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이제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이 서로 작당하여 좀도적질을 하면 포졸들에게 급
히 잡아들일 것을 명하면서 벼슬아치들이 도적질을 하여 國을 쇠진케 하는것에
대해서는 言官도 이를 감히 말하지 못하며 사직당국은 이를 추궁하지 않으며 혹
일개 관헌이 좀 규찰하려 들라치면 이내 죄를 씌워 파직시키는 권한까지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어찌 믿는 세력이 없고서야 이토록 방자하고 못하는 짓이 없이
날뛸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마치 교활한 토끼처럼 각기 세 개의 굴을 가지고 있
고, 냇물의 조개처럼 단단한 껍질을 입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하늘이 굽어보듯 크게 노하시어 왕권의 위엄을 떨치시고 친히 相과
事들을 조사하여 그 까닭을 규명하시고 직접 처단하시기를 이 四을 물리치고
孔子가 少正를 죽인 것처럼 하면, 그들은 임금이 악을 미워함이 극에 다달아 있
음을 알아서 백성들이 크게 죄악을 범하는 것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5. 일본을 막을 방책이 없겠는가

남명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기 20년전에 죽었다. 그러나 언젠가 일본이 반드시
조선을 침략하리란 것을 아시고 제자들에게 나라를 지킬 방책을 세울 방안을 강구
하도록 가르쳤다. 임진란이 일어나자 조선에서는 총 9000여명의 의병이 일어났는
데 그중 남명의 제자가 모은 의병이 7000명이나 되었다는 것을 보아도 얼마나 남
명과 그의 제자들이 실천적인 애국자들이었나를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걸출한
의병장들을 들면 홍의장군 곽재우 광해조때의 대 정치가 정인홍 그외 최영경등이
있다. 일찌기 조정이 남명의 이러한 정신에 귀를 귀울였더러면 임진란 같은 침략
은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6. 병서를 가르침

당시 문무가 분명하던 시대에 남명은 칼을 차고 다녔으며 병서를 읽고 제
자들에게도 이를 읽도록 권면하였던 것은 다른 성리학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함이다. 이는 자신을 경계함을 칼같이하고 혹시 마음에 들어오는

나태함을 잘라내야함을 상징하는 것이나 문약에 빠진 당시의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힘이 없으면 나라를 구할 수 없음을 몸소가르친 것이라 할 수 있다.

7. 마음을 바로하고 덕을 쌓아 기다림

남명은 평생 벼슬을 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자신에게나 제자들에게나 벼슬
에 나가는 것을 금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적절하지 못한 자리나 탐하여 나라
를 그르치는 것을 경계하였을 따름이다. 합천에 지었던 강학당의 이름이 뇌룡정
이 었음은 평소 풀인형처럼 조용히 죽은듯이 잇다가도 때가 되면 뇌룡처럼 일어
서야함을 일깨운 것이다. 어떤 자리에 있건 합당한 자질이 없이 그 자리만 탐하
면 나라가 피폐해 짐을 가르친 것이니 남명의 애국사상을 엿볼수 있다.

8. 입으로 헛된 담론을 일삼지 않고 실천을 중시함

당대에 남명과 퇴계는 종사 혹은 유종이라 불리울 만큼 우리나라 도학의 거두
였다. 한번은 남명이 퇴계에게 글을 보내 말로만 담론을 일삼고 제대로 자신의
수행에 힘쓰지 않는 선비들을 나무랬다.

"--- 요즈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니 손으로 물 뿌리고 비질하는 예절도 모르
면서 입으로는 天理를 이야기하여 헛된 이름이나 훔쳐 남들을 속이려 하고 있
습니다.그러나 도리어 남에게서 상처를 입게되고 그 피해가 다른 사람에게까
지 미치게 됩니다. 이는 아마도 선생같은 어른이 꾸짖어 그만두게 하지 않
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마음에 간직한 것이 거칠어 배우러 찾아
오는 사람이 드물지만 선생같은 분은 몸이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으므로 우러
러보는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니 충분히 억제하고 타이르는 것이 어떻겠습니
까? 삼가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퇴계도 제자들에게 이를 알렸다고 한다. 실천하지않는 지식은 아무 쓸
모가 없다.

9. 재주를 뽑내는 것을 경계함

남명은 제자들에게 말로만 세상을 경륜하지 말고 깊게 배워 반드시 나라를 위
해 몸을 써야함을 가르쳤다.(실천궁행) 또한 시라든지 하는 얕은 재주를 뽑내는
것을 경계하여 스스로 시를 많이 짓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남명이 남긴 200여편
의 시는 시 자체만 보더라도 훌륭하다. 선비가 배우는 뜻은 반드시 나라를 위해
서 바른 치도를 실천함에 잇다는 것을 가르치고 실천한 것--이러한 것들이 남명
의 애국사상의 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