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과 노장사상
 
  
  
     

        스승의 시대에는 유학의 경륜과 정치적 위치가 거의 일치하던 학정일치의 시대였다.

      그리고 성리학이 유일한 통치공인학이었다. 따라서 그 시대에 저분은 성리학자가 아니

      다. 저분은 노장에 물들었다고 하는 것은 정치뿐 아니라 그 사회에서 거의 제거될 수 

      있는 그런 시대였다. 그러한 시대에 스승은 호를 남명이라썼다. 남명은 무슨 뜻인가. 

      장자에 나오는 중국에서 상상한 큰 바다 붕새가 날아오르는 바다가 아닌가.(장자 내편

      소요유) 실지로 퇴계는 남명은 장자처럼보인다고 기록한 것이 있고(퇴계 언행록 권오) 

      이런 퇴계에 대한 풍문이 남명에 전해지지 않을리 없었고 김우굉은 직접 이에 대하여

      퇴계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남명은 노장의 경향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는데 이것이 사실입니까.

      남명은 제자를 가르치실 때 일상생활에서부터 가르치시고 높고 먼 성리학설을 입으로 

      경계하였을지언정 조금도 노장에 가까운 점은 없습니다.

 

        퇴계는 답장에서 이렇게 말했다한다.



        떠돌아다니는 대수롭지 않은 것에 신경을 쓰지 마시오. 나는 평생 남을 누르고 자신

      을 자랑하거나 남을 업신여길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못할 텐데 

      하물며 남명이겠소. 내가 그런 말을 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떻던 이런 논쟁이 있었음은 사실일 터이며 남명스승께서는 이에 대하여 별

      로 개의하지 않으셨다는 것은 그 남명이란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김우굉은 

      김우옹의 형이다. 남명의 노장적 풍모에 대하여는 시에서도 나타난다. 영리에서는 쓸

      모없음이야말로 오래사는 비결이라 하였으니 장자 내편의 인간세편 지리의 이야기와 

      같다.

 

        스승의 시는 이러하다 

     
             지리의 배나무가 문앞에 서 있다
             
             그 열매는 시고 씹지 못하게 단단하다

             그것은 집주인과 같이 버려진 물건일까

             저나무역나무처럼 천년을 유지한다



             支離梨樹立門前

             子實辛酸齒未穿

             渠與主人同棄物

             猶將樗역保天年


             
         지리는 장자 내편 인간세편의 불구자이고

         저나무는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무용의 큰나무 

         역나무는 인간세편에 나오는 역시 무용의 큰 나무이름이다.

         한편의 시에 장자를 읽지 않고는 모를 고사가 세편이나 섞여있다. 이를 통하여 스승

       께서 지식으로서 노장의 사상을 거부하지 않았음과 아울러 노장과 불가의 서적까지 섭

       렵하여 읽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오늘에 와서 스승께서 오직 성리학하나에 매달려 있

       지 않았다는 것이 어떻게 흠이 되는가 오히려 자랑이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