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송계에게 드림
- 송계의 이름은 계성이고, 자는 자함이다.
여름에 접이들어 두 번씩이나 서신을 받았으니, 참으로 일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줄 알겠습니다. 요즘 기력은 어떠하시며, 서쪽으로의 행차는 언제쯤 하실 예정입니까? 저도 덕분에 예전과 다름없으며, 이달 27,8일경에 본거지로 돌아갈 것입니다.
전에 약값으로 세목한 근을 보냈는데, 약재가 매우 귀하니 그 돈으로는 겨우 한 가지 약재나 살 수 있을까, 한 제를 조제하기는 정히 어려울 것입니다. 참으로 공에게 번거로움을 끼쳐서는 안 되는데, 번거롭게 하고 말았습니다. 종국산 약재만 구입해 주시면 후추, 마른 생각등은 제가 이곳에서 사 보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원길에게 부탁하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 한 몸의 병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길래 남에게 관청의 약을 달라고 하겠습니까? 참으로 감히 하지 못할 일입니다. 원길을 보거든 안부나 잘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도 벼슬이 높아지면 편지하고 싶지 않은 법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이번 행차에 언제쯤 고향으로 돌아오실지 모르겠군요? 돌아오시거든 한 글자 안부 편지라도 주십시오. 이번 여행에 부디 건강하시기를 바라며, 삼가 아룁니다.
신 송계에게 드림
근래 서로 안부를 묻지 못했는데, 기력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속에 쌓인 회포,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 있으나, 집안이 망해 가는 것을 우두커니 지켜보고만 있을 처지가 된지라. 항상 죽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한지 오래입니다. 어머니의 병환은 끊이질 않고, 처의 병세도 점점 더해 밤새도록 눈물을 흘립니다. 훌쩍 먼 곳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대를 만나고 싶은 마음 항상 절실하지만 늘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사사건건 참으로 고통스럽습니다. 이처럼 얽매여 있다보니, 산장에 가지 못한지도 벌써 해를 넘겼습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하소연하며, 어디에서 회포를 풀겠습니까? 온갖 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어 말로 다할 수 없군요. 고의 안부가 궁금해 삼가 아룁니다. 14일식.
신 송계에게 드림
근래 연달아 안부 편지를 받았습니다. 생각건대, 공의 기력이 좋은 듯하니, 매우 안심이 됩니다. 아이의 병이 날로 심해진 지 오래되어, 이제는 한결같이 조물주의 처분만 기다릴 뿐입니다. 노모께서 전에 앓으시던 학질증세는 발작이 끊이질 않고, 저의 두통도 날이 갈수록 더해집니다. 한 가정의 일년 동안 하는 일이 이런 병치레 이외는 다른 일이 없습니다. 고맙게도 홍원자를 보내 주셨는데,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군요. 공께서 여러 차례 보내주신 약을 매번 받고서도 외병, 내병을 모두 치료하지 못했으니, 참으로 탄식할 만합니다.
팔계로 가는 길을 따라서 봉성으로 한 바퀴 둘러 돌어오며, 쌓였던 회포를 풀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어머니와 자식의 병세가 전처럼 낫지 않는다면 형편상 곧바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만날 일을 다시 도모하겠습니다. 항상 바닷가에 살다 보니, 선물 꾸러미 하나 올리지 못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삼가 감사를 드립니다. 25일 식.
신 송계에게 드림
매양 찾아가 뵙지도 못하면서 한갓 연모한다는 말만 하니, 빈말이 아니겠습니까? 늙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아마도 수양이 부족해 군자를 친히 하는 마음이 날로 성글어져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나 공은 바뜨리지 않고 안부 편지를 보내 옛 친구를 저버리지 않으시니,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번에 편지를 보냈는데, 받아보셨는지요?
다음 달 초순이 지난 뒤 봄볕이 따뜻해지거든 찾아가 두서너 밤 정다운 시간을 갖고자 생각중었습니다. 그러나 공의 집안이 무고한지의 여부를 몰라 망설였는데, 편지가 와 모두 편안함을 알게 되었으니, 저의 행차를 그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 생각 저 생각 꼬리를 무는데, 만나 정담을 나눈 지도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회포를 풀 날이 있을 것입니다. 삼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생 대구 한 마리를 보내니, 받아 주십시오. 식.
신 송계에게 드림
두 해나 소식이 끊겨 항상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사는 것이 멀어지게 되니 서신마저도 뜸해지는군요. 늘그막에 만날 날이 다시 얼마나 되겠습니까? 봉성에 있을 때 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달 김해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아직 안부 편지도 띄우지 못해 얼마나 죄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공의 체증이 매우 위중하다고 오래 전에 들었지만, 혼자 탄식만 더할 뿐입니다. 늙고 병들어 출입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해이해지니, 이제는 죽을 날이 멀지 않았나 봅니다 누구와 더불어 이 근심스런 마음을 다 풀겠습니까? 산해정에 와 보니, 나무숲이 울창해져 지붕 머리를 완전히 덮어 버렸습니다. 경치가 매우 그윽해져 전보다 배나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공이 병을 참고 먼 길을 와 푸른 산에서 한가한 꿈을 함께 꿀 수 없느니, 저의 이 회포가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