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령 수부에게 답함

                           - 영의 이름은 요이다.

       때로 강성 사람을 통해 공의 안부를 탐문하고, 때때로 혼자 그리운 생각을 할 뿐이었습니다. 천 리나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한번 서신을 전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문득 이번에 편지를 보내 주셨는데, 그간 겅강하게 지내셨다니 매우 안심이 됩니다. 명학의 화답이 구구에까지 통했으니, 일념으로 기억해 주시는 공의 정성을 알 만합니다. 다만 제가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이 늙은이는 다행히 죽지 않았으나, 정신과 기력이 옛날과 같지 않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어떻게 예전대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해 공이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제가 오히려 문안을 할 수 있었는데, 일꿈들이 겨를이 없어 한 글자 안부 편지도 띄우지 못하고, 갑자기 천 리나 멀리 만날 수 없는 이별을 하고 말았으니, 저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내년에 고향으로 행차하시리라 생각되지만, 이 늙은이가 이 세상에 머물 날이 얼마 안 될 것 같습니다. 해 그림자를 붙들어매어 한번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어찌 기약하겠습니까? 오직 공께서는 배운 바를 변치 마시고 인간의 대도를 우뚝한 모습으로 걸어서, 넓은 성으로 돌아가 서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가의 화려한 뜰에 공과 같이 걸출한 사람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다만 걱정되는 바는 한혈마가 길을 가다가 중도에서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신미년(선조 4, 1571) 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