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고을 원에게 드림

                         - 고을 원은 이유경으로, 교리 이연경의 형이다.

       식은 아룁니다. 삼가 공께서 남쪽 지방의 수령으로 부임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뵈올 길이 없습니다. 원길과는 어려서부터 친구 사이입니다. 근래 선길이 찾아왔었습니다만, 또한 문안을 드릴 길이 없었습니다. 이에 제가 들은 바에 따라 감히 여쭙겠으니, 삼가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그 고을에 좌랑 김대유가 있었는데, 일찍이 그 자방 사람들에게 은택을 끼쳤습니다. 그래서 그 고장 사람들이 동창에가 서당을 세워 그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니, 어찌 단지 진나라 사람들이 개지추를 추모해 삼월 한식날 찬밥을 먹는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또한 어찌 동네의 선생이 죽으면 사에 제사할 수 있다는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후세에 이 사람에게 제사를 지내주지 않는 것이 부당함을 항상 한스러워했습니다. 이제서야 사당을 세우는 자가 있게 되었으니, 귀군에 지역 사화에서 명예를 좋아하는 자가 있어 창도해 일으킨 것입니다.

       다만 촌사람들이 선악과 공사의 지극한 면을 어떻게 분명하게 살필 수 있을지 염려스러울 뿐입니다. 반드시 어질고 덕망이 있는 사람에게 자문을 한 뒤에야 취하고 버릴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향인이나 친족의 사정에 따라 처리하여, 군자의 기롱을 사서는 참으로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류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배향한다면 크게 불가합니다. 참으로 지주가 배향할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재량해 본 뒤에야 배향할 수 있을 것이며, 반드시 도주에게 자문해 공공의 의논을 채택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부께서 빨리 이 사람의 묘갈문을 취해 그 사람됨의 전말을 살펴보시고, 혹시라도 미진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으면 허락지 마셔야 합니다. 방백은 나이가 많지 않으니, 이 사람의 실덕이 어떠했는지 잘 모를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람의 묘갈문만 간략히 취해 대체적인 면만 가지고 아뢰어서는 안 될 듯 합니다. 그 지역 사람들도 벌써 잘 알지 못합니다.

        탁영 선생이 바로 이 사람의 숙부입니다. 탁영 선생은 살아서는 송죽 같은 절개가 이었고, 죽어서는 하늘에 사무치는 원통함이 있었으니, 참으로 탁영선생을 먼저 모시고 이 삼족당을 배향해야 합니다. 삼족당은 경세제민  할 수 있는 능력을 넉넉히 가지고 있었으며, 평생 한 점의 흠도 없었습니다. 다만 그 땅에서 태어나 그 땅에서 죽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견문을 통해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점에 있어서는 혹 탁영보다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의 의논으로 기준을 삼는다면 조카가 숙부보다 낫습니다.

        동창에 사당을 세우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향소에다 세우면 어떻겠습니까? 동창은 삼족당이 거처하던 곳이니, 뒷날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의탁할 만하지만, 탁영을 위해서 생각한다면 그곳에다 세울 수 없습니다. 창사라는 명칭도 불가합니다. 모두 지주께서 향리의 원로들에게 자문하신 뒤에 결정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요즘 서원을 보니, 사의로 세우려고 하면 감사가 허락을 하지 않을 듯합니다. 사의로 세우는 사당은 허사가 되어 하나의 빈 사당에 불과할 것입니다. 도주에게 아뢰기를 바라는 것은 한두 사람의 사사로운 의논이 발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니고, 한 시대 공공의 의논이 허연한 데에서 나와 오래도록 전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 지역 사람들이 이런 의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찾아 뵙고서 아뢰지 않고 지면을 통해 말씀드릭[ 되어 외람된 마음을 금치 못했습니다. 삼가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삼가 갖추어 편지를 올립니다. 융경 2년(1568) 9월 18일에 조식이 절하고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