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부윤에게 드림

                             - 부윤은 이윤경이다.

        외딴 곳에서 쓸쓸히 살다보니, 공의 생사와 길흉에 대해 전혀 소식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행히 신 자함을 통해 공의 안부를 물으니, 올해 백제의 고도를 맡았다고 하더군요. 그제서야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입장이 난처해진 줄 알 게 되었습니다. 늘그막의 심경을 더욱 상상할 만합니다.

        식도 이 세상에 머문지 오래 되어 쇠병이 매우 심합니다. 몇 년 전에 외아들을 잃어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늦게 차자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삼가현에 있는 선친의 옛집으로 이사와 살고 있습니다만, 살림이 빈한하여 매일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허물이 적고 걱정거리가 별로 없으니, 내 입장에서 공의 처지를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낫습니다.

        이웃집 유생의 사촌 동생인 박열이 공의 관하에서 도망친 노복을 잡은 뒤 몇 자의 문건을 관아에 올렸으니, 이는 참으로 오얏나무 밑에 난 길처럼 의심받을 만한 일입니다. 호남에는 남을 공격하고 위협하는 풍속이 으레 많아 심한 경우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실상까지도 한다는데, 그가 올린 문건을 부에게 받아들여 처결해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띠집이 시냇가에 있어 부엌에서 일하는 아이가 때때로 송사리를 잡아오는데, 다만 그물이 없기 때문에 못가에서 땀만 흘릴 뿐입니다. 명주실이 있어야 그물을 짜 고기를 잡지요? 잡곡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오히려 고기 먹을 생각을 하였으니, 분수에 넘치는 짓이 아니겠습니까?

        이 서신을 보내고 나면, 뒤에 서로 소식을 전하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단지 가물거리는 저의 회포만 더할 뿐입니다. 한 두 가지 일을 정리해 진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