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 자정에게 줌

                            - 자정은 정탁의 자이다.

         지난달 자강의 답장을 받고, 근래 벼슬살이가 평탄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정의 안부가 어떤지, 무슨 벼슬을 하고 있느지는 알 길이 없어 궁금한 마음만 더했습니다. 나는 염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다음달 초하룻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다만 진산에 음부의 옥사가 크게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중도의 입장에 있었는데, 옥사가 일어났을 때 나는 배후로 지목한 자는 음부의 남편이 되는 하종악입니다. 그의 전처가 바로 나의 죽은 형의 딸로, 집안끼리 연줄이 닿아 나를 들어 말을 하는 것입니다. 신임 감사가 부임해 와서 그들을 풀어 줬습니다. 죄인 서너 명이 옥에 갇혀 거의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그들이 원한을 품고 독심을 부리는 데 못하는 짓이 없을 것입니다. 몰래 흉계를 품고 반드시 쏘아 죽이려 한다고 하니, 병정년의 우려뿐만이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앙화가 일어나 온 집안사람들이 해를 입게 되었으니, 하늘의 재앙이 인사의 밖에서 갑자기 일어날 줄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바닷가로 가면 온 가족이 통곡을하고, 산으로 가면 온 집안식구들이 근심에 잠겨 있습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은 이 늙은이가 자신을 돌이켜 보고 싶지만 그럴 만한 곳도 없습니다. 오직 하늘의 명만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