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어사에게 줌

                - 어사의 이름은 건이다.

        근래 숙부가 보낸 편지를 받고 이어서 자수가 찾아와서, 벼슬살이가 평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소실을 들였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오래 그곳에 머물 생각을 한 것일테지요.

        내가 사람들을 만나본 것이 적지 않은데, 유독 선생에 대해서 출처의 뜻으로 권면하는 것은, 전에 그대가 밥 먹은 것을 보니 등줄기를 따라 내리지 않고 식도를 따라 내리기 때문입니다. 시사가 두려워 할 만하다는 것은 어리석은 부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선생은 본래 식견이 높지 않은데 지금 그 판국 안에 나아가 있으니, 소견이 벌써 어두워졌을 것입니다.

        명사들은 날로 나아가기만 하고 멀리 떠나 피할 줄은 모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성리를 말하면, 문득 그들을 마주하고 종장이 된 사람처럼 말을 합니다. 그리하여 명망이 갑자기 무거워져서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중하니, 도피하려 해도 도피할 곳이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달아나 버린 돼지를 뒤좇듯이 대중들이 모두 그를 좇고 있으니, 끝내 어느 곳에다 몸을 두겠습니까?

       성과 천도는 공자 문하에서 드물게 말하던 것입니다. 화정이 이에 대해 설을 내자, 정 선생이 경박한 설을 함부로 내지 말라고 저지하였습니다. 그대는 요즘의 선비들을 살펴보지 않았습니까? 손으로 물뿌리고 비질하는 절도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천상의 이치를 말하는데, 그들의 행실을 공평히 살펴보면 도리어 무지한 사람만도 못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 반드시 다른 사람의 꾸지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런 때에 과연 현자의 지위를 외람되게 차지하고서 허위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하겠습니까?

       고정처럼 어진 분도 참수하라는 설이 있음을 면치 못하였는데, 하물며 인심이 지극히 교묘한 우리 나라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전 시대 한훤당과 효직같은 분들도 모두 선견지명이 부족했는데, 하물며 나와 그대들 같은 사람이겠습니까? 이런 시국에는 거짓 머친 척하며 자신을 더럽히더라도 화를 면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주역>에 "군자가 벼슬에서 물러나 삼 일 동안 밥도 못 먹고 곤궁하게 지내다 떠나갈 채비를 차리자, 주인이 말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주인이 떠나간다고 비난하더라도, 함께 앉아 화를 기다릴 자가 누가 있겠습니까?

        더구나 내간의 일은 그대도 잘 모를 것입니다. 내가 당일 입대할 적에, 아뢰는 말이 간략하지 못하고 번잡함을 오히려 한탄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선비들과 만나면서 언사와 안색을 거짓으로 꾸민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항지를 만났을 때, 그가 의논하는 것을 듣고서 마음 속 깊이 승복되지 않아 머리를 끄덕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하고 나서야 그의 팔을 당겨 손을 잡고 "이 팔은 튼튼하기도 한데, 자네는 어찌하여 자네의 우각을 드러내지 않아 이런 부끄러운 일을 함께 만났는가? 자네는 상적이고, 나는 부적이니, 이 도적이 어찌 담장을 뚫거나 넘어 들어가는 도둑의 유에 비견되겠는가? "하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허리띠를 묶고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서 "도적은 도망을 잘 치는 법이니, 두 도적 주에 먼저 도망치는 도적이 있을 것이다."하고 멋대로 놈담을 주고 받으며 법도를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어지러이 세상 사람들과 뒤섞여 술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름이 없고자 하였습니다.

       나를 지목해 말과 태도가 거만하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우각의 희롱입니다. 주공보다 낫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참말입니까? 술이 크게 취하기 전에 큰 구나를 만나 빠쟈 나오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사자들의 소견이 이와 같으니, 대체로 그 사람들을 대강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평생 다른 기예를 배우지 않고, 혼자 책만 보았을 뿐입니다. 입으로 성리를 말하고자 하면 어찌 남들보다 못하겠습니까마는, 오히려 그점에 대해 기꺼이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대는 매양 기미를 살피지 못하니, 하루 아침에 화란이 발생하면 피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붕우 사이에는 선으로 권면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 선생에게 화로써 분부하고 있으니, 분부하는 것이 도리어 선하지 못합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토의할 길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만 더할 뿐입니다. 삼가 헤아려 주기 바랍니다.

         내가 일찍 그대에게 작은 고을로 물러났다 그만두라고 권유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대는 벌써 중한 명망을 얻었으니, 고을을 다스리게 되면 그곳 사람들이 반드시 그 점을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층 더 진가를 발휘해야 할 것이니, 물러나는 것은 더욱더 나아가는 것이 될 것입니다. 모두 의를 헤아리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 병인년(녕종 21, 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