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에게 답함

       하늘에 있는 북두성처럼 평소 우러러보았고, 책속에 있는 성현처럼 까마득히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간절한 뜻으로 깨우쳐 주신 편지를 받고 보니, 저의 병통을 다스릴 약이 될 말씀이 넓고도 많아 아침저녁으로 만나던 사이 같았습니다.

       식과 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어찌 자신을 아끼는 것이 있겠습니까? 단지 헛된 이름을 얻음으로써 한 세상을 크게 속여 성상께까지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도 도둑이라 하는데, 하물며 하늘의 물건을 훔치는 데 있어서이겠습니까? 이 때문에 몸둘 바를 모르고 두려워하며 날마다 하늘의 꾸지람을 기다렸는데, 하늘의 견책이 과연 이르렀습니다.

       지난 겨울에 한달 남짓 허리와 등이 쑤시고 아프더니, 갑자기 오른쪽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행인들 틈에도 낄 수 없게 되었으니, 평지를 걷고자 한들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이에 남들이 모두 저의 단점을 알게 되었고, 저 또한 남들에게 저의 단점을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비웃고 탄식할 만한 일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다만 생각건대, 공은 서각*을 태우는 듯한 명철함이 있지만, 식은 동이를 이고** 있는 듯한 탄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아름다운 문장이 있는 것에서 가르침을 받을 길이 없군요. 게다가 눈병까지 있어 앞이 흐릿하여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지가 여러 해 되었습니다. 명공께서 발운산***으로 눈을 밝게 열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삼가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멀리서 지면을 빌어 말씀을 드리는데, 초엽처럼 보잘 것 없는 생각인들 어찌 조금이나마 드러낸 것이 있겠습니까? 삼가 절합니다.  

      * 물소 뿔

    ** 물동이를 이고는 하늘을 볼 수 없음.

  *** 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