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은 길 선생전

 

       길재의 자는 재보인데, 선산의 해평사람이다. 나이 열여덟 살 때에 상산에 거주하던 사록 박분에게 나아가서 <논어>와 <맹자>를 배웠다. 또 부친 원진을 따라 송도에 가서 목은 이색, 포은 정몽주, 양촌 권근의 문하에 유학하면서 비로소 성리학에 대해서 들었다. 부모를 섬김에 지극히 효도했고, 또 서모 노씨를 잘 섬겼으며, 부자 아내를 거느렸으나 검소하고 부지런하였다. 과거에 올라 문하성 주서가 되었다. 홍무 23년 경오(1390)에 공양왕이 왕위에 오르자 드디어 봉계에 물러나 살았다. 그 후에는 벼슬을 제수해도 부임하지 않았다. 공양왕이 서거하자 방상 삼년을 하였다. 우리 태종 때에 태상박사로 부름을 받았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아서, 두 성씨를 섬기지 않는 의리를 지켰다.

     성례에 엄하여서 불교의 의식을 따르지 않았다. 매양 한밤중에 자고 닭이 울면 일어나서 의관을 갖추고 사당과 앞시대 성인들의 화상을 배알하였다. 서당으로 무러나와 책상 앞에 꿇어앉아서 학문을 강습하되 종일토록 게으름을 잊고 지냈다. 양촌이 별세하자 삼 년을 심상하였고, 박분이 죽자 또 같이 하였다. 배우는 자들이 야은 선생이라 일컬었고, 원근의 학도가 사방에서 모여들었는데, 중들도 느껴 깨달아서 환속한 자가 수십 명이었다. - 결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