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모재 이공의 행록 끝에 기록함

       고 전의감 정 영모재 이공은 나의 외조부의 고조이시다. 무자년 중추에 내가 돌아가신 아버님의 묘갈명을 지으면서 유고를 열람하다가, 공의 연보와 행장 초고가 완성되지 않은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길게 탄식했다. 하늘이 내 아버님의 수를 어찌 그리 아껴서, 뜻을 이룰 수 없게 했는가? 벼슬살이 이십여 년에 나라일에 바빠 겨를이 없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부모의 허물까지도 덮을 수 있는 뛰어난 재주는 못된다고 스스로 생각하였지만, 감히 사마천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사기>를 완성한 정성이야 사양하겠는가? 연보는 그 나이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세상에 나아감과 집에 있음, 나타남과 숨음, 주고받는 것과 서술하는 것, 난 해와 죽은 해 따위의 여러 가지를 꿰미를 풀듯 실을 풀듯 처음을 밝히고 끝을 자세하게 하여야만 한다. 그런데 막히고 섞갈린 데가 제법 있어서 아직 실마리를 이루기가 어려우나, 행장을 찬술하는 데는 가끔 참고가 되니 표준을 이 연보에서 찾을 수 있다.

       아아, 공은 검소한 덕으로 임천에 살며, 작록을 영화롭게 여기지 않았다. 여러 어진이와 함께 공부해서 간사함을 물리치고 바른 도를 붙잡고 보호했으니, 그의 뜻은 본받을 만하며 학문 또한 순수하였다. - 결략 되었다.- 임금이 그 정성됨을 돌보시어 쌀을 내려주셨다. 쉰 살에 여묘하여 종신토록 애모했으니, 그 효행이 지극하고 돈독하였다. 후배가 선배의 행실을 거슬러 올라가 기록함에 어찌 자신과 가까운 시대를 산 사람이라 하여 실상보다 지나치게 하랴마는, 공의 행적은 지초와 난초를 조각하는 것과 같아 그 아름다운 향기를 그려내기가 어렵다.

       공의 휘는 온, 자는 직경인데 그 계파를 따로 세운 종조는 소성후 아무개가 그 시조이시다. 사대가 공후였고 삼대는 경상이었다. 칠세손 시중 휘 작신이 비로소 가향 토동에 살았는데, 즉 공의 할아버지이시다. 아버지 소감의 휘는 점이시다. 세상에 빛난 화려한 문벌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고, 지극한 행실과 아름다운 덕은 문설주를 붉게 칠해서 드러나 있으니, 아득하게 천 년 뒤에도 감동을 주어 무너지는 세상 물결에 우뚝하게 지주가 되기에 족하다. 대개 이 정도로 기록하면 선인의 뜻을 이루어 공의 행적이 혹 없어지지 않게 될지도 모르겠다. 황명 가정 8년 기축(1592) 3월 상순에 외손 창산 조식은 삼가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