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내려 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는 상소문

      융경 5년(1571) 5월 15일, 조봉대부 전 수종친부 전첨 조식은 진실로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주상 전하께 사은하나이다. 지난 4월에, 저에게 음식을 하사하시는 하교를 받았는데, 저같이 어리석은 늙은이가 어떻게 임금의 은혜를 받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성상께서는 구중궁궐에 계시고 백성이 사는 초야는 천리나 멀건만, 불쌍히 여기는 은택이 먼 데에도 이르지 않음이 없어서 먼저 늙은 백성인 저에게 미쳤으니, 저는 비록 결초보은하고자 해도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혼자 생각건대 선비가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수치입니다. 전하께서는 그 근심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저는 제 개인의 고마운 마음을 이루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비유하자면, 한 포기의 풀이 우로를 받아 먹고 살지만, 조물주에게 우러러 고맙다고 할 방법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변변치 않은 조그마한 성의로 우러러 감사드리기를 마지못하는, 성상께서 이미 혜선을 내려 주셨으니, 제가 근폭을 바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말에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말은 없고, 보답하지 않아도 되는 덕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공손히 한 말씀을 아뢰어서 남다른 은택에 보답하려 합니다.

     엎드려 설펴보니, 전하의 나라일이 이미 글러 한 가닥도 손댈 곳이 없는데, 모든 관원은 둘러서서 보기만 하고 구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도 하지 않은 지가 오랩니다. 만약 전하께서 보고서도 알지 못하신다면 밝음이 가리운 데가 있는 것이고, 알고서도 혁파할 생각이 없으시면 나라에 주인이 없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신이 두 번이나 거친 글을 올려서, 헤어릴 수 없이 커다란 임금의 위엄으로써 진작시키지 않으면 백 가지로 헝클어져서 싸라기 죽같이 된 형세를 구제할 방법이 없으며, 큰 장마비로 적셔 주지 않으면 칠 년 가뭄에 시들어진 풀을 윤기가 나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지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만, 전하께서 바삐 은혜와 위엄을 내리셔서 기강을 세웠다는 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위엄을 내리고 복을 주는 권한이 내 몸에 있건마는 친히 거두어 살펴보시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신하가 강하다는 말씀만 내리시어, 임금께 과감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신하가 해이하여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지내므로, 나라가 마침내 기강을 잃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늙은 저는 한갓 우로와 같은 은택을 입는 것에 감사드릴 뿐이요, 전하의 성덕이 부족함을 보필할 길이 없어, 삼가 '군의'라는 두 글자를 바치니, 몸을 닦고 나라를 정돈하는 근본으로 삼으시길 바라옵니다. 엎드려 바랍옵건대, 잘 살피시옵소서. 저는 절하옵고 머리 조아리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사은하나이다.

     임금께서 비답하여 말하기를, "올린 상소문을 살펴보건대, 그대가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을 볼 수 있노라. 초야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잊지 않으니, 매우 가상하다. 하사한 물품은 보잘것없는 것이니 사례할 것이 뭐 있겠는가? 그대는 사양하지 말라."하였다.  융경 5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