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급

 

<<1567년 11월 선조임금은 교서를 내려 남명을 불렀으나 사양하는 상소를 올렸고 12월 다시 유지를 내렸으나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있다는 내용의 사직장만을 올림.>>

** 왕의 교서 내용

" 아아! 시내를 건너려면 배와 노가 있어야 하고 큰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기둥과 대들보가 있어야 하오. 옛부터 천하의 모든 국가 가운데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고 큰 인물에게 일을 맞기지 않고서도 능히 다스려지는 나라가 없었소. - - - - 그대는 한번 나와서 나로 하여금 큰 도를 듣도록 해 주시오."

** 왕의 유지 내용

" 과인이 어진이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 날로 간절해 가오. 그대는 나이 많은 노인이라 이런 큰 추위에는 길을 나설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시일에 구해받지 말고 올라오도 록 하시오."

** 구급 - 1567

이제 신의 나이가 致仕(늙어 벼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70세가 되면 치사를 허락했 다.)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늙고 병든데다 죄 또한 무겁습니다. 전하의 명을 듣고 급히 달려가지 않았는데도 전하께서 은혜롭게 너그러이 용서하시어 죄주지 않으시니 만 번 죽을 각오로 죄를 기다립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전하께서 이 늙은 백성을 부르는 뜻은 다 늙어빠진 보잘것 없는 제 몸뚱이를 보는 것이 아니고, 한마디 말을 들어 전하의 다스림에 만에 하나라도 도움을 얻고자 하시는 것일 겁니다. 그래서 신은 '救急(위금한 일을 구제하라는 뜻)이라는 두 글자를 바치고자 하오니, 이 두 글자로써 나라를 일으키는 말을 삼으셨으면 합니다. 이 두 글자로써 보잘 것 없는 제 몸뚱이를 드러내는 일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신이 엎드려 살피건대 나라의 근본이 무너져 물이 끓는 듯 불이 타는 듯하는데도 여러 벼슬아치들은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어 마치 시체 같기도 하고 조각품 같기도 합니다. 기강은 모두 없어졌고 나라의 원기는 피폐해졌으며 예의는 쓸어버린 듯 사라졌고 정치와 형법은 어지러울 대로 어지러워졌습니다. 선비들의 기풍은 다 무너져버렸고 공정한 도덕은 모두 잃었으며 인사정책은 혼란할 대로 혼란해졌습니다. 흉년은 해마다 계속되고 나라의 창고는 텅텅 다 비었으며 여러 가지 제사는 문란할대로 문란해졌고 백성들에게 온갖 명목의 세금을 멋대로 거둡니다. 국방은 허술할 대로 허술해졌고 뇌물은 극도로 오가며 관리들은 백성들에게 온갖 수탈을 자행하여 백성들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실정입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사치의 극을 이루고 호화롭게 먹고 있습니다. 바른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으며 오랑캐들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나라는 지금 위독한 온갖 병이 들어 있는 상황이고 하늘의 뜻과 백성들의 마음은 어떻게 하려는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급한 일은 팽개쳐두고 구제하지 않으면서 헛된 이름만 일삼아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산야에 버려진 신을 구해다가 어진 이를 구한다는 아름다운 이름을 내는 데 들러리로 쓰시려 하십니까? 이름을 가지고는 사실을 충족시킬 수 없나니, 그 이치는 그림의 떡으로써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청컨대, 전하께서는 무슨 일이 급하고 무슨 일이 급하지 않은지,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잘 분간해서 처리하시옵소서. 옛부터 비록 태평성세라도 옳고 그른 일, 되는 일 안 되는 일의 구분이 없을 수 없었으며 궁중의 아녀자라도 다 글을 올려 비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형세만 둘러보고서 일을 구제하지 않고 있으니 나중에는 반드시 손을 쓸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입니다.

무지한 늙은 백성인 신이 세상일 돌아가는 것을 잘 모르면서 관직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주제에 넘친 말을 죽음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벼슬에 있지 않은 선비이면서 나랏일을 멋대로 논한 죄는 신이 마땅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