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집의 부인 백씨 비문

魚 執義 夫人 白氏 碑文

      난새와 봉황은 깃을 감추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다. 다만 그윽한 난초는 깊은 골짜기에 있어 나무꾼 중에 본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어 대부 집의공이 조정에서 드날린 것은, 봉황이 높이 나는 것과 같아, 사람들이 다투어 구경을 한다. 그러나 백씨가 그 부인이 되어 많은 식구를 거느리고 그 가문을 엄격히 다스린 것은, 아는 사람이 드물다. 더구나 부인은 밖의 일은 간여하지 않는 법이니, 제사를 받들고 옷을 마련라며, 아랫사람들에게 따뜻이 대해주고 손님 접대를 정성껏 한 것은 부인이 집안에서 하는 일이니,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내가 뜰에서 대부에게 절을 하고 또 당하에서 부인을 배알한 적이 있었는데, 풍겨 오는 덕의 항기가 난초 같았다. 훌륭한 인품은 남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으니, 대부공의 배필이 된 것은 제대로 된 일이고, 여수에서 전주가 나듯이 그가 훌륭한 아들을 낳은 것 또한 마땅한 일이다.

     아들 응성.응신을 두었고, 딸은 진사 유숭종에게 시집갔다. 응성의 아들은 몽주.몽우이고, 사위는 박사층.진극인인데 사인이며, 나머지 아들은 아직 어리다. 숭종의 아들은 윤이고 딸은 아직 어리다. 응진은 무자년(중종 23, 1528)의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며, 벗들 사이의 칭찬과 돈독한 행실은 거의 독보적이었다. 그 아들은 몽뢰.몽운.몽택이고, 사위는 이추니 이균음의 아들이다.

     가정의 보배는 금도 옥도 아니고 바로 봉황 같고 난초 같은 훌륭한 후손이다. 그 대부와 그 부인의 덕이 이와 같으니 길이 우리 나라에 후손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불행히 대부가 부인보다 먼저 조정에서 별세했고, 이십이 년 뒤 신해년(명종 6, 1551)에 부인이 김해의 옛집에서 일생을 마치니, 향년이 칠십이 세였다. 이어서 딸이 먼저 세상을 뜨고 응성과 진극인이 이어서 작고하였다. 이 해 10월에 선영의 동쪽에 합장하였으니, 이곳이 영원이란 곳이다.

     생원이 사귄 사람은 모두 문학의 대가들이었는데, 이들에게 묘표를 써달라고 하지 않고 나에게 요구하는 것은, 나무꾼이 난초를 본 것처럼 내가 집안일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쓰지 않으면 그윽한 난초를 본 것이 진신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므로 사양할 수 없었다.

     그 보계를 서술하자면 부인은 본관이 부여로, 증조부의 휘는 지온이며, 사헌부 감찰을 지냈고, 조부는 휘가 기이며 생원으로 의영고 부봉사가 ㅏ되었으며, 아버지는 휘가 자정으로 참봉이었다. 어머니는 양산 이씨로 통정대부 강계 부사 향무의 딸이다. 대대로 훌륭한 교훈을 세워 아름다은 법도가 집안에 전해 오니, 원객이 누에를 쳐서 뽑는 명주실이 아름다운 비단이 되듯이, 아름다운 가풍으로 자식이 훌륭하게 되니 것은 마땅하다.

     명나라 가정 31년 임자(명종 7, 1552) 모월 모일에 창산 조식은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