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감 판관 이군 묘갈 병서

軍資監 判官 李君 墓碣 幷序

     군의 휘는 희안이고 자는 우옹이다. 보계는 강양에서 나왔다. 아버지의 휘는 윤검인데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 겸 오위장 도총부 부총관을 지냈다.조부는 희가 순생인데 가선대부 병조 참판 겸 동지의금부사를 추증받았다. 증조부의 휘는 지로인데, 통정대부 병조 참의에 추증되었다. 금자광록대부 경분이 시조이며, 참의공의 육세조가 된다. 동지공이 좌의정 최윤덕의 손자 참군 계한의 딸에게 장가 들어 희중과 희민과 공을 낳았다. 희증은 홍문관 수찬이 되었고, 희문은 이조 정랑이 되었는데, 모두 일찍 세상을 떴다.

     공은 좌의정 권진의 손자인 통정대부 귀성도호부사 중신의 딸에게 장가 들어 딸을 하나 두었다. 그 딸은 현감 이공보의 아들 사인 득분에게 시집갔다. 또 소실의 몸에서 아들 팽고를 두었는데, 의국에 소속되어 있다. 후에 이한정의 딸에게 장가 들었으나 자녀가 없었다.

     부인은 머리를 올리고 고의 배필이 된 것이 겨우 오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짚신신고 상복 입고 여막살이를 하면서 제주를 올렸으며, 머리도 빗지 않고 미음도 먹지 않아 혼절하였다 다시 깨어난 것이 여러 번이었다. 문득 자결하여 한 구덩이에 묻히기로 작정하기도 히�慧�. 그 후 힘 닿는 대로 자금을 모아 비석을 마련한 뒤, 나에게 비문을 요구하였다. 나는 이군과는 정의가 형제나 같아서 마음이 답답하고 할 말이 막혀 붓을 놀릴 수가 없었다. 거칠게나마 그 개략을 서술한다.

     공은 겨우 열 살 때에 능히 글을 지었고, 열네 살 때 사마시에 합격하였다. 향시엔 여러 번 장원을 하였으나 문과에는 여러 번 실패하였다. 유일로 천거되어 처음에 저너옥서 참봉에 임명되었다가 고령 현감에 제수되었는데, 이 년만에 사직하고 돌아왔다. 뒤에 조지서 사지에 제수되었고, 군자감 판관으로 승진하였는데, 이 년도 못 되어서 물러났다. 기미년(명종 14, 1559) 5월에 성산의 사택에서 일생을 마쳤으니, 향년은 오십육 세였다. 오서의 선영 아래 선부인의 묘 오른쪽에 장사지냈다.

     그의 효성과 자애, 그리고 형제간의 우애하는 정성과 선을 돈독히 하고 학문을 좋아하며, 남을 사랑하고 일에 부지런한 마음은 거의 견줄 데가 없었다. 붙잡으면 주저앉기로는 유하혜와 비슷하고, 통달해서 알기로는 진동보와 유사하였다. 도를 지키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가 그현되기를 바랐지만, 직접 보지는 못한 사람이다. 활쏘기와 말타기의 재주를 겸비하여 무인의 반열에서도 뛰어났다. 마침내 세상에 쓰이지 못하고 이름만 남겼으니, 사람들이 아까워하는 바이다. 지극한 감정은 꾸밈이 없는 것이러서, 이에서 더 이상 쓸 수가 없다.

     명나라 가정 신유년(병종 16, 1561)에 벗 남명 조식이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