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직대부 행문화현령 숙인 현씨 쌍묘표
中直大夫 行文化縣令 淑人 玄氏 雙墓表
숙인 현씨가 세상을 뜨자 목사 승종이 그를 문화공의 왼쪽에 합장하고는 나에게 쌍묘비문을 지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내가 글을 짓지 못한다고 사양하였더니 목사가 말하기를 "선대부께서 한산공묘표를 지어 준 것은 통혼을 하여 잘 아는 사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가문의 일은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낸 사람이 아니면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니 그대가 일을 맡아 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였따.
한산 군수 선동이 통찬 이수생의 딸에게 장가들어 문화공을 낳았는데, 통찬은 도은의 후손이다. 문화공은 성이 문이고 휘는 광서, 자는 백부이며, 본관은 강성이다. 송화 현감 현분은 판서 이극감의 딸에게 장가 들어 부인을 낳았는데, 현씨의 보계는 팔거에서 나왔다.
문화공은 병진년(연산군 2, 1496)에 무과에 올라 경관을 여러 번 역임하였다. 처음에는 결성 현감에 임명되었다가 다시 임피현령에 제수되었으니, 어버이 떼문이었다. 나주에 문화현령에 제수되었는데, 큰 병이 들어 수레에 실려 서울로 돌아와 십팔년 동안이나 문밖 출입을 하지 못하였다. 세상을 떠난 뒤에 선영 곁으로 모셔 장례를 치렀다. 향년은 육십삼 세였다.
부인은 온화하고 은혜로우며 공손하였다. 시부모를 예로써 섬기고 가족들을 은애로 대하였다. 가도가 풍족하였으며, 동복들이 수십 명이었다. 일생을 마칠 때까지 철따라 선영에 성대하게 제사를 지냈다.
공은 첩의 몸에서 남매를 두었는데, 어머니가 천인인지라 자식들도 천한 신분을 면하지 못하였다. 공이 인사를 살피지 않자, 부인이 노비로 대신 시키고 재물을 주어서 그들을 속량시켰다. 부인은 밖의 일은 간여하지 않는 법이지만, 이 몇가지 일을 보면 부인이 집안을 잘 다스렸음을 알 수 있다. 향년은 칠십육 세였다.
양가의 선조들은 나라의 역사서에 기사가 실려 있어 분명히 볼 수 있으니, 대충 들추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씨의 고조부 익점은 우문관 제학이 었는데 중국에서 처음으로 목화씨를 구해 왔다. 참지우의정부사 강성군에 봉해졌다. 증조부 중용은 사간원 헌납이었고, 주보 승로는 무과에 급제하였으나 일찍 죽았다. 현씨의 증조부 규는 군자감 정이었고, 조부 득리는 문과에 합격하여 판관이 되었다.
문화공은 적처에게서는 자녀가 없어 ㅓ목사를 데려다가 키웠는데, 바로 매부인 군수 학의 아들이다. 복남 현윤명의 딸에게 장가 들었다. 계묘년(중종 3, 1543)의 무과에 합격하였으며, 경사에 여러 차례 통하여 임금이 특명을 내려 당상에 오르도록 하였다. 부사.목사를 역임하면서 두 번의 상을 치렀는데, 친부모의 상을 당했을 때처럼 하였다. 목사는 훗날 명성과 공적이 기린 각에 오른 사람들에 상응할 것이다. 다만 평소에 종사하는 것이 글 짓고 글쓰는 것이지, 활쏘기나 말타기가 아니었다. 비록 무과로 발신하였지만 겸손하고 지조 있고, 진실되고 정직한 것이 바로 정밀하고 민첩한 선비이다. 내가 이로써 그 뒤를 이으려 하는데 가능할까? 5남 1녀를 두었따.<문화공의> 서자 언국은 3남을, 서녀는 2남을 두었다. 명은 다음과 같다.
헌걸찬 선비로
누가 문화공 같을손가.
점이 열수에 응하여
세 차례나 동어부를 찼다.
양자운처럼 병이 많아
이십년 동안 방안에서 살았다.
그래도 육십까지 살았으니
병이 있었지만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부인은 착하고 신중하여
그 덕이 준마처럼 빼어났다.
깊은 산 속의 호랑이와 표범 같은 양자를 길렀으니
본디 아들이 없었지만 아들을 둔 셈이었다.
신안의 북쪽
다불의 언덕에
연리지처럼 다정한 부부의 무덤이 생겨나니
유성과 귀창이 수창하는 것 같다.
명나라 가정 30년 경신(명종 6, 1551)에 족자 남명에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