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사 신군 묘표

處士 申君 墓表

     나만 나중에 죽으려는지 벗들이 먼저 간다. 삼족당이 떠나더니 동주와 황강이 그를 따르고, 청송이 또 뒤를 이었다. 천우와 우옹의 장례에 내 이미 그 발인을 맡았고, 그 비명을 지었다. 자경.증옥이 세상에 떠났으니 그 집안사람들 또한 내가 친구라 하여 묘표를 구하려 할 것이다. 여러 집의 자제들이 모두 부형의 뜻을 모르고 그 차마 하기 어려운 일을 억지로 맡기면서 눈물을 흘리며 간청을 하니, 어찌 괴롭지 않겠느가?

     이번에 자함의 아들 유안이 다시 갈명을 써달라고 왔으니, 내 차마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공의 휘는 계성이고 자는 자함이다. 향년은 육십사 세이고, 가정 임술년(명종 17, 1562)에 밀성 동촌 장서리에 장사지냈다. 신씨의 본관은 평산이다. 비조 숭겸은 고려 태조의 원훈으로 두 임금의 조정에서 벼슬하였다. 세상에 이름을 빛내고 더욱 번성하게 된 지가 거의 천년이나 된다.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를 지냈고 좌의정에 추증된 자수는 바로 군의 고조이다. 증조부 윤원은 통훈대부 군자감 정을 지냈으며, 조부 승준은 생원으로 서른도 되기 전에 요절하였다. 아버지 탁은 일찍이 간질병이 있어서 출세하지 못하였으며, 부윤 손영유의 손자 순무의 딸에게 장가 들어 공을 낳았다.

     공은 찰방 이철수의 딸에게 장가 들어 2남 1녀를 낳았는데, 딸은 사인 조몽길에게 시집갔다. 몽길은 아들 응인을 두었고, 큰 딸은 생원 김담수에게, 둘째 딸은 충손위 윤탕신에게 시집 갔으며, 셋째딸은 미혼이다. 맏아들 유정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독실하게 공부하였는데 일찍 죽었다. 진사 이원의 딸에게 장가 들어 1남 1녀를 낳았는데, 아들은 충복이고, 딸은 생원 송유경에게 시집갔다. 둘째 아들 유안은 습독 유기원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넷을 두었는데, 충경.충근.충후.충임이다.

     공은 학문으로 몸가짐을 단정히 하여 시종 변함이 없어서 아무도 겨룰 사람이 없었으며, 법도로 집안을 다스리고 한 고을에 모범이 되어 사람들이 감히 트집을 잡지 못했다.

     아! 죽지 않은 사람은 살아 있지만 죽으면 영영 없어진다. 이번에 자함이 죽듯이 다음에는 내가 죽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문득 붓을 던지고 한 번 탄식한다. 명은 다음과 같다.

            우리 고을에 인재가 많은데,

            그 중에 신군이 첫째라네.

            마음가짐은 엄숙하고

            행동거지는 꼿꼿하였네.

            선현들을 사숙하다가

            송당의 문하에 들어갔네.

            벼슬은 하지 않았지만

            끼친 향기가 퍼져 나가네.

            명나라 가정 갑자년(명종 9, 1564)에 남명 조식이 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