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랑 호조 좌랑 김공 묘갈
宣務郞 戶曺 佐郞 金公 墓碣
공의 휘는 대유이고 자는 천우이다. 본관은 금관이니 가락국 수로왕의 후손이다. 스스로 삼족이라 했고 향년은 칩십사 세였다. 친구인 남명조식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공 감은 사람은 세상을 뒤덮을 만한 영웅이었다. 운문산 골짜기를 지키던 믿음직한 사람이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으니, 아, 애석하구나!
선대부 제학공이 사도시 정 고택익의 딸에게 장가 들어 공을 낳았는데, 휘는 준손이다. 조부 집의공은 휘가 맹이며 증조부는 휘가 극일인데 절효선생이 바로 그분이다. 숙부는 휘를 일손이라 하는데, 탁영선생이 그분이다. 연산군 때 정치가 혼란하여 탁영이 사형을 당하였다. 가문에 화가 겹쳐 일어나 공과 제학공이 호남으로 귀양살이를 갔다가 병잉년(중종 1, 1506) 반정이 일어난 뒤에 사면을 받아 예전처럼 되었다.
이듬해 정묘년(중종 2, 1507)에ㅔ 공이 정시에 장원하여 곧장 전사과에 나아갔으나, 고향으로 영원히 돌아가 선영의 묘를 보살폈다. 그때 임금은 행실이 올바른 사람을 한창 구하고 있었는데, 그 고을 사람들이 공을 첫째로 추천하여 전생서 직장에 임명되었다. 이 해에 드디어 문과에 급제하여 성균관 전적에 제수되었다가, 호조 좌랑 겸 춘추관 기사관으로 옮겼다. 다시 정언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사양하고 취임하지 않았다. 칠원 현감 겸 춘추에 제수되었는데, 부임한 지 석 달 만에 교화가 행해져서고을 사람들이 신명처럼 여겼다. 이내 사양하고 돌아와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당시에 소인배들이 마음대로 권세를 부리고 있었는데, 공을 거짓 학자라고 지목하여 관작과 과거 급제한 경력을 모두 몰수하였다. 기사년(중종 4, 1509)에 다시 홍패가 주어졌으나 얼마 안 되어 도로 거두어 갔다. 마침내 병으로 운문산 우연의 삼족당에서 일생을 마치니, 이 해가 임자년(명종 7, 1552)이다. 삼족당 북쪽 금곡에 장사지냈다.
공은 현감 이량의 달에게 장가 들었는데 자녀가 없다. 공이 세상을 떠난 사 년 뒤 을묘년(명종 10, 1555)에 부인이 뒤이어 돌아가 공의 묘 왼쪽에 합장하였다. 부인은 본디 지혜롭지는 못했느나, 어린 종이 엄한 주인을 섬기듯 첩들이 잘 모셨고, 노복들을 잘 대우해 그들 모두의 환심을 샀다. 안팎으로 화목하여 고을을 잘 다스리게 된 것은 실로 가정에서 본보기를 보인 데에서 비롯되었다. 첩의 몸에서 아들 성과 생 둘을 두었는데, 모두 집안을 이어갈 만한 재주가 있었다. 상을 당하자 너무 슬파하고 몸을 돌보지 않아, 생은 대를 잇지 못하였고 성도 쓰러지고 말았으니 슬픈 일이다. 성은 참사 이세전의 딸에게 장가 들었는데, 아들은 진이고 딸은 군수 이학서에게 시집 갔다. 생은 찬성 이장곤의 딸에게 장가 들었는데 아들은 일양이고 딸은 아직 시집 가지 않았다.
내가 남을 보증하는 경우가 대체로 드문데, 유독 천하의 훌륭한 선비로 인정해 주는 사람이 공이다. 어떤 때 보면 단아한 모습으로 경사를 토론하는 큰 선비이고, 또 다른 때 보면 훤칠한 키에 활쏘기와 말달리기에 능숙한 호걸이다. 홀로 서당에 거처하면서 길 게 노래를 부르고 느릿느릿 춤을 추기도 하는데, 집안사람들은 아무도 그 의중을 짐작하는 이가 없었으니, 이는 그가 타고난 본성을 즐겨서 노래하고 춤추던 때였던 것이다. 자연에 몸을 맡겨 낚시하고 사냥할 때에는 당시 사람들이 쫓겨난 사람인 줄 알았으나, 이는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을 근심하지 않고 재주를 감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덕을 같이 한 내가 보기로는, 국량이 크고 깊어 부지런히 인을 행하고, 언론이 격앙하여 엄격히 의를 지키는 것이었다. 선을 좋아하였으나 크게 쓰이지 못하여 자기 혼자만 선을 행하였고, 크게 일을 이루려 하였으나 자기만을 이루었을 뿐이니, 천명인가 시운인가? 청소나 하는 아낙은 화려한 곤룡포에 수를 놓지 못하듯이, 용을 이야기하고는 뱀을 그려 놓는 꼴이 되는 것은 내가 서툴러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명을 쓰자니 낯을 들지 못하겠다. 명은 다음과 같다.
금곡의 언덕에 묻혔으니
운문산의 골짜기로다
학문 깊은 훌륭한 사람
화산을 실을 만하였네.
이름은 만 길이나 높았는데
무덤 높이 겨우 네 자.
지키는 이 누구런가?
무덤 앞의 비석 하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