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훈대부 시강원 보덕 증통정대부 승정원 도승지 조공 묘명 병서

中訓大夫 侍講院 輔德 贈通政大夫 承政院 都承旨 趙公 墓銘 幷序

     아아! 여기가 선의 시강원 보덕을 지낸 조공의 묘이다. 연릉계자의 묘에 다른 말이 없었으니, 성인의 말은 핵심만 드러냈을 뿐이다. 사마광이 현명했었다는 것은 국사에 전해져 오고 사람들의 입에 붙은 말이었으니, 어찌 군더더기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저 연산군이 우리 훌륭한 사람을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 애통할 뿐이다. 연산군이 죽자 자신도 죽었으니, 연산군 당시에는 소망지처럼 보필하였고, 나중에는 오자서처럼 억울하게 죽었다. 애달피 울면서 하늘에 울부짖을 일이다. 공의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을 아름다운 것으로 하지 않고, 평범한 돌을 가져다 쓰는 것은 여러 형제들이 나의 조모가 보덕의 누이라서 나르르 먼 인척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절하지 못하였다.

     공의 휘는 지서이고, 자는 백부이다. 대대로 임천에 살았으며, 그 시조는 천혁인데 중국의 진사시에 합격하고 고려에서 벼슬하였다. 그 육세손인 문하지후 순은 석견을 낳았는데 문하시중이 되고 가홍백에 봉해졌다. 그 아들 익은 전중을 지냈으며, 사온시 직장이 된 민원을 낳았다. 민원의 아들은 찬이라고 하는데 진사시에합격하고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이 되었으며, 집의에 추종되었다. 이분이 공의 선친으로 생원 정삼의 딸에게 장가 들어 공을 낳았다.

     공은 성화 갑오년(성종 10, 1479)에 병과로 합격하여 승문원 정자에 임명되었다. 기해년(성종 10, 1479)에 다시 중시에 일등으로 급제하여 형조정랑을 제수받고 홍문관의 교리와 응교를 역임하였으며, 시강원의 필선과 보덕으로 연산군의 스승이 되었다. 연산이 즉위하자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할 것을 알고 창원 부사 자리를 청하였다. 물러나서 은거한 지 십여 년이 되었는데도 화를 면하지 못하고, 갑자사화 때에 몸은 저잣거리에 내걸리고 집은 연못이 되고 시체는 강물에 던져졌다. 병인년(중종 1, 1506) 중종반정 뒤에 통정대부 승정원 도승지에 추증되었다.

     후취 보인 정씨는 생원 윤관의 딸인데, 윤관은 바로 문총공 정몽주의 증손이다. 갑자사화 때 부인이 적몰되어 성단이 되었다가 초야에 떠돌았다. 아들 침은 포대기에 있었고, 리는 뱃속에 있었다. 중종조에 졍려문을 세워 포상하였다.

     맏아들 정은 금옥에서 두 번이나 고문을 당해 거의 죽을 뻔하다가 살아나 남해로 귀양갔다. 중종조에 신원되어 군자감 참봉에 제수되고 일년 동안 벼슬살이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은 아들 득황.득당.득유가 있었는데, 두 아들은 일찍이 세상을 떠서 후사가 없고, 득유는 사위 조원우가 있다. 조원우는 아들 경윤.경홍.경찬을 두었다. 참봉은 서자 득련이 있어서 제사를 받든다.

     침은 생원시에 합격하였으며, 아들 광수.광현.광옥을 두었다. 사위 두 사람은 문인 정희봉과 만호 양숙이다.

     리는 내금위가 되었고. 아들 광우를 두었다. 사위는 사인 남태형인데, 태형은 아들 엽을 두었다.

    승지의 아들들은 모두 일찍 죽고, 오직 서자 손이란 사람만 아직 살아있다. 손의 아들은 광해.광부이다.

    자산이 죽자 공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옛날의 곧은 유풍을 간직한 사람이다."라고 하였는데, 나는 거기에 이어서 말하기를 "보덕 역시 예산ㄹ의 곧은 유풍을 간직한 사람이다."라고 한다. 명은 다음과 같다.

            진산 땅 동곡으로

            반장한 뒤 의심이 풀렸네.

            몸은 백 번 부서져도 인상여의 옥이요,

            집안의 두 절개는 소사아강의 대나무라.

            양공의 한 비석처럼 눈물 흘릴 만하거니와,

            비간의 일곱 구멍 같아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