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정백빙 묘갈명

孝子 鄭白氷 墓碣銘

      군의 휘는 백빙이고 본관은 초계이다. 효자인 진사 서붕의 아들이다. 진사는 사인 최윤옥의 달에게 장가들어 군을 낳았다. 진사는 바로 통정대부 희천 군사 원서의 증손이고, 사온서직장 자권의 손자이며 충순위 영손의 아들이다.

     군은 사람됨이 신중하고 주밀하며, 학문을 좋아하여 그만두지 않았다. 모친의 상을 당하여 애통해 하다 몸을 상하여 세상을 떴으며, 소생은 없다.

     그의 처가 그를 장사지내고는 복을 마치고 나서도 조석으로 제전을 올렸다. 또 비석을 세우고 묘 왼쪽을 비워 두어, 훗날 자신이 묻힐 곳으로 하였다. 그 처는 곧 나의 친동생이니, 아버지는 승문원 판교 언형이다. 시동생 별좌 백거의 아들 이겸을 세워 후사로 삼았다. 또 언니의 아들 수찬 이준민을 길러 백거의 딸과 짝지었다. 내가 죽은이에게 아첨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명을 지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명은 다음과 같다.

            상제께서 사신에게

            세상에 대를 이은 효자 있단 말 들으셨다.

            만석군의 가문에서

            자식에게 전해 준 건 미소뿐

            오직 가정의 교훈을 그 후손에게 전해 주어

            진사에게 훌륭한 아들이 있었도다

            대를 이어 목숨 바쳐 효도 했으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손가?

            덕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함은

            옛것을 상고한 힘이었다.

            장수하지 못하고 자식도 없으니

            이제 와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벼슬하지 않은 사람 뇌도 없으니

            단지 비문만 돌에 새겨 세우노라.

명나라 가정 무오년(명종 13, 1558)에 창산 조식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