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훈대부 광주목사 신공 묘명 병서
通訓大夫 光州牧使 辛公 墓銘 幷序
신씨의 본관은 영산이다. 영산 신씨는 우리 나라의 이름난 가문으로 주나라에 있어서 윤시나 길씨와 마찬가지이다. 공의 휘는 륜이고 자는 경립이다. 현조 사천은 고려에 벼슬하여 전공판서가 되었다. 고조 제는 군사가 되었으며, 종부시 정정인자의 딸에게 장가 들어 절도사 수청을 낳았으니, 이분이 공의 증조부이다. 군사는 고려말에 적신 신돈이 그 명망을 흠모하여 같은 종족이라고 칭탁하고 화복으로 겁을 주려 하였으나, 끝내 굽히지 않았다. 조부 수무는 황주 판관을 지냈고, 선고 필주는 참의를 지냈으며, 창원 황씨에게 장가 들어 공을 낳았다. 참의공은 홍치 병진년(연산군 2, 1496)에 진사시에 합격하였다. 연산군 때 정치가 어지러워지자 마침내 과거 공부를 그만드었다가, 정덕 정묘년(중종 2, 1507)에 이르러 중종때의 문과에 합격하였다. 문무에 큰 재주가 있어 안팎에 드날린 것이 사십 여 년이나 되었다.
공은 젊어서부터 글을 좋아해 겨우 십오 세에 진사시의 향시에 합격하였고, 가정 병오년(명종 1, 1546)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신씨는 대대로 가문의 명성을 세웠으니, 남전에서 미옥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에 성균관 학정과 박사에 임용되었다가 전적에 올랐다. 형조좌랑으로 옮겨서는 원통한 일을 풀어 주고 숨은 죄를 다스리니, 형조의 아전 중에 참의공이 정랑이었을 때 섬기던 자들이 공을 일컬어 숙동하기가 정랑 같다고 하였다. 경술년(명종 5, 1550)에 경상도 도사 겸 춘추관 기주관에 제수되었으나, 그 해 그 달에 부친상을 당하였다. 예법보다 지나치게 몸을 돌보지 않고 애통해 하였으며, 몸소 제물을 준비하였다. 어머니에게 혼정신성하고 내실에는 들지 않았다.
임자년(명종 7, 1552)에 함경도 도사에 제수되었는데, 모부인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된다 하여 취임하지 않았다. 다시 예조.공조.형조의 정랑이 되었는데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예천 군수 자리를 청하고 다시 청하여 영해 부사가 되었다. 계해년(명종 18, 1563) 가을에 또 광주 목사 자리를 청하였는데, 모부인이 연로하여 길을 떠나지 못하자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마련하면서 봉양하였다. 을축년(명종 20, 1565) 5월에 병으로 집에서 일생을 마치니, 향년 육십이 세였다.
공은 선무랑 남정소의 딸에게 장가 들었다. 정소는 죽계절부인 부사 안장의 딸에게 장가 들어 부인을 낳았다. 부인이 아들 둘을 낳았으니 여근과 여성이다. 딸은 사성진관의 아들 유경에게 시집갔다. 여근은 생원 곽지원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려라고 한다. 딸은 아직 어리다. 여성은 경력 장세침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윤이라고 한다.
공은 겉모습이 훤칠하고 타고난 성질이 순박하였다. 어버이를 효성스럽게 섬기고 백성들을 화목하게 다스렸다. 사물에 접할 때는 성실하게 하고, 말은 화려하게 하지 않고, 행동은 허위가 없었다. 고을 사람들이 그 효성을 칭찬하였으며, 벼슬자리가 그 사람의 그릇에 적당하지 않아 사람들이 아깝게 여겼다.
부인은 단아하여 부녀자로서의 법도가 있었다. 공보다 십 년 앞서 세상을 떠났다. 여근이 내가 선공과 친분이 있었고, 또 아첨하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겨, 내게 와서 명을 청하였다. 명은 다음과 같다.
마포믜 북쪽 영축산
신령스러운 기운이 있었다.
두루 상서로운 기운을 내려
신씨에게 거듭하였다.
대대로 높은 벼슬 하였으니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어진 사람으로서 오래 산 이는
참의공이고
어진 사람으로서 오래 살지 못한 이는
오직 목사공이다.
현명하여 남달리 수고하다가
세 번이나 그 자리를 그만두었다.
공경스런 기색으로 부지런히 일해
붉은 휘장 두른 수레 여러 번 탔네
나라에는 훌륭한 신하 되었고
선조에는 훌륭한 자손 되었다.
그러나 증자처럼 극진히 봉양하지 못하고
늙으신 어머니에게 손자를 맡기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