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군 묘명

盧君 墓銘

      작록으로 조정의 반열에 서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선하다는 칭찬을 그에게 돌리면, 그는 언제 어디서나 존경받을 만한 점을 지닌 사람일 것이다. 우리 고을에 선사가 있으니, 노군 수민이 그 사람이다. 나는 남들에 대해서 잘 인정을 해주지 않는데, 그를 볼 때마다 마치 면류관을 쓴 사람처럼 훌륭해 보였으니, 그 또한 평범한 사람과 다른 점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노군의 휘는 수민이고, 자는 준옹이다. 본관은 광주이며, 병정 이품 교위 인미의 십삼세손이다. 그 후대에 고성으로 이사하였다. 아버지 적은 선전관 이승원의 딸에게 장가 들어 삼가에서 살았다. 있는 본관이 성산이다. 이승원은 바로 자헌대부 지중추부사를 지내고 시호가 평정이며 청백리로 봉해진 약동의 아들이다.

      조부의 휘는 선경인데 군자감 첨정을 지냈으며, 증조부 갑생은 도염서 승을 지냈다. 고조부 계종은 새원이었고, 현조로는 서운관 부정을 지낸 효손과, 사온시 직장을 지낸 인정과, 전공판서를 지낸 창과, 감찰규정을 지낸 승조와, 륜.공비.도충이 있는데, 모두 과거에 급제했다.

      노군은 생원 세기의 딸 손씨에게 장가 들었다. 손씨의 비조는 순응인데, 본관은 안동 일직이다. 고려 태조가 삼국을 통일할 초기에 의병을 일으켜 귀부하니, 왕건이 공손히 따른다 하여 이 성을 하사하였다. 그 후예가 밀양에 옮겨와 살았다. 조부 순무는 교수였고, 증조부 윤하는 광흥창 승이었으며, 고조 조서는 통정대부 봉산 군수였다. 현조로 진성 현감을 지낸 관과, 한성 부윤을 지낸 영우, 밀직사 좌대언을 지낸 득수, 직성군으로 시호는 정평인 홍량이 있다.

  세기는 생원 이적의 딸에게 장가들어 부인을 낳았다. 이씨의 본관은 인천이며 후에 삼가에서 살았다. 증조부 중생은 선공감 주부였고 고조부 계충은 청풍군수였다. 현조로는 한성부윤을 지낸 효인과 정당문학이 되었던 문화가 있다.

      노군은 향년이 오십구세였으며 살던 곳의 서쪽 금성산에 장사하였다. 유인은 향년 육십구세로 십오년뒤에 일생을 마쳤으며 선영의 동쪽에 합장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은 가문의 명망이고 그 집안의 가도에 맞게 사는 것은 소문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노군의 경우는 혁혁하게 대대로 가도를 지닌 집안이다. 선공 적은 상을 당하여 몸을 상하고 효를 행하다 일생을 마쳤다. 갑생은 자신을 깨끗이 수양하고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세상을 피해 살다가 일생을 마쳤다. 군이 어버이에게 효도한 것은 선공의 가르침 때문이었고, 자신에 엄격했던 것은 선조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문을 닫아 걸고 수레바퀴를 닦아 두고는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도 부모 형제 사이에 대해서 트집을 잡지 못하였다. 가정 안이 정연하게 법도가 있었던 것은 유인의 행실이 도움이 되었던 때문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준옹은 훌륭한 자손을 둘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들 흠의 경의를 궁구하여 도를 깨우친 지가 오래되었다. 갑자년(명종 19, 1564) 생원시에 합격하여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딸은 도승지 조지서의 손자 득당에게 시집 갔는데, 일직 세상을 떠나 후사가 없다. 둘째 딸은 군수 허순의 아들 팽령에게 시집 갔는데, 자녀가 아직 어리다.

    흠은 참봉 임각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하윤을 낳았고, 딸은 박계조의 손자 정벽에게 시집 갔다. 흠은 나에게 배운 적이 있었는데, 내가 글을 하는 사람이라 여겨서가 아니고, 그 집안의 일을 알고 있다 하여, 나에게 와서 명을 지어 달라고 하였다. 병 때문에 두 번이나 사절하자 울면서 간청하다 피눈물을 흘리므로, 마치내 그를 위해 명을 짓는다. 명은 다음과 같다.

            큰 늪에 재목이 있어

            도끼로 찍어다가

            여기 집을 세우니

            왕싱이 비호하였다.

            철성에 노씨가 있는 것

            큰 숲에 재목이 있는 격

            봉성현의 집안으로

            무진주에서 왔다.

            높은 구름 같은 문벌이 열려

            나라 위해 일했는데,

            오직 노군의 양세만은

            벼슬하지 않고 살았다.

            마지막 삼세에 걸쳐

            한결같이 곤궁하게 살면서도

            자식에게 시와 예를 가르쳐

            유독 안분의 도를 남겨 주었다.

            손씨 집에 훌륭한 자녀 있어

            여칙이 늘 손에 들려 있었는데

            노씨의 부인 되어

            시부모를 잘 섬겼다.

            남편 받들기 사십 년에

            어린 것들에게도 화락함이 미쳤고

            하나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증삼처럼 집안일을 잘 꾸렸다.

            두 사람 생사를 같이하였으니

            흰 옥이 쌍으로 합해진 듯

            세상에 명월주 있었는데

            구천이 그 조개 갈무리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