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김씨 묘지

義城 金氏 墓誌

      집에 칠보의 구슬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 집이 가난한 집이 아님을 안다. 김씨 가문의 경우는 이옥.대옥이 있는 셈이다. 삼척부사 김공 사로는 아들 셋을 두었으니, 우홍.오굉.우옹이다. 모두 좋은 성적으로 문과에 급제해 문원을 독차지해서 우리 나라의 쌍벽이 되었다. 딸 하나를 두었는데 강 위에 뜬 아름다운 달이 물 속에 떨어진 것 같았으니, 세 아들에 비교하자면 천구가 완염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군 응명에게 시집 간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부사 김공이 혼인한 지> 몇 해 안 되어 낳은 딸이 바로 부인이다. 어버이의 병을 돌볼 때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점점 자라서는 의젓하고 차분하며, 단정하고 순수하였다. 효성과 우애의 마음은 타고난 것이었다. 시집 가서는 시어머니의 성품이 좋지 않고, 남편은 생각이 모자랐지만, 공경히 따르고 온화하게 견디며 부도를 잘 지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허둥지둥 달려와서 애통해 하다가 자리에 쓰러졌다. 상을 다 마치기도 전에 병이 심해져 일어나지 못하고 말았으니, 애석하다.

      부인의 보계는 문소에서 나왔으니, 구려 태자첨사 용비의 후손이요, 통정대부 부사 희삼의 딸이다. 바탕이 맑고 깨끗해서 안팎으로 모두 흠이 없었다. 예의범절이 정성스럽고 단아했으며, 말과 행동에 법도가 있었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내지 않고, 남을 꾸짖는 모진 소리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백로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처럼 대개 타고난 바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병이 깊어진 지 여러 날 되어 기력이 실낱 같았으나, 정신과 언동은 평소 때나 꼭 같았다. 집안 식구들이 신에게 빌어 보자고 하자 문득 역정을 내어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 있는 것이니, 푸닥거리를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못하게 하였다. 다만 대부에 관한 몇 마디 말을 여러 동기간들에게 부탁하고 세상을 떴다. 아무리 옛날에 독실히 공부하여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마 이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오직 정 명도 선생의 딸이 이와 흡사할 뿐이다. 향년은 이십칠 세였고 딸아이가 하나 있었다. 선영 곁에 합장하였다.

      선대부는 나와 사이좋게 지냈고, 우옹은 또 나의 손녀에게 장가들었다. <우옹이> 울면서 나에게 말하기를 "저는 차마 흰옥이 흙속에 묻혀서 까마득히 아무도 모르게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머니의 행복을> 비석에 새겨 그분의 존재를 남기게 해주십시오."라고 하였다. 나는 남에 대해서 잘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 있는 사람에게 아첨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편안히 지내면서 어찌 죽은 귀신에게 아첨하려 하겠는가? 마침내 이어서 말하기를 "부인은 문밖 출입을 하지 않아서 이정에 기록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달 속의 계수나무와 같아, 사람들이 가까이 할 수는 없어도 향내는 그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나는 마침 통혼한 가문의 우호로 인해 그 향기를 맡고 이를 기록한다.

       융경 4년 경오(선조 3, 1570) 10월 모일에 남명 조식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