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모씨지묘

恭人 牟氏之墓

     오늘날 진주 모시는 함평 모씨에서 갈린 것이다. 부인의 아버지 진사 모수천은 좌사간 순의 맏아들이고, 부인의 어머니 김씨는 삼군도총제 종행의 딸이며, 부인의 남편 최윤옥은 군수 이식의 아들이다. 부인이 딸 하나를 낳고 최군이 세상을 떴다. 딸은 진사 정서붕에게 시집갔다. 서붕은 독실한 효도로 일컬어졌으나, 벼슬을 하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떴다. 아들을 두었는데 백빙과 백거이다.

     부인을 장사지낼 때 백빙이 나를 찾아와 말하기를 "외가는 이름난 대가인데 부조의 가업을 계승하지 못했습니다. 부인은 딸만 있고, 그 딸은 문밖을 나올 수 없었습니다. 내가 그 계통을 이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차마 그 행적을 매몰시켜 버릴 수도 없으니, 청컨대 그 일을 해주십시오. 여러 오복에 해당되는 후손들이 무덤의 비석에 새기려 하는데,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나는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말하기를 "사람은 반드시 어버이가 있고, 어버이는 반드시 돌아가시어 장사를 치르게 됩니다. 사람은 업신여길 수 있어도 장례는 함부로 할 수 없으며, 사람은 묻을 수 있어도 그의 선행은 묻어 버릴 수 없습니다."하였다. 내가 감히 그 일을 드러내어 다음과 같이 명을 쓴다.

            갈래가 져도 근원이 같은 물이면

            온갖 냇물이 서로 다르지만 같은 물이다.

            선이란 게 하늘이 지키는 것이면

            만고의 긴 세월이 지나도 지켜지리라.

명나라 가정 17년(중종 33, 1538)에 조선국의 남명 조식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