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인 남씨 묘표

淑人 南氏 墓表

      부인이 가통을 계승할 때 목사공이 짝이 되었고, 목사공이 집안일을 계승할 때는 부인이 도와주었다. 바람이 불에서 나오듯이, 지아비는 지아비답게 지어미는 지어미답게 행동하였다. 이분이 생존해 있을 때는 어린 것들이 의지하고 제사가 정성스러웠으며, 이분이 세상을 뜨자 종족들이 허둥대고 마을 사람들은 탄식을 하였다. 이것이 어찌 말 소리나 웃는 모습을 꾸며서 그렇게 되었겠는가? 참으로 온유하고 아름다운 것을 법으로 삼은 때문일 것이다. 여인네들이란 본래 인을 행하는데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분의 자애롭고 은혜로우며, 온화하고 선량함이 이러하였으니, 진실로 여군자였다.그 아들 여성이 세 번이나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리고 어머니의 행벅을 글로 지어 달라고 요청하였다. 나는 그의 아버지와 친구이니, 어지 감히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인의 성은 남씨이고 본관은 의령이다. 아버지의 휘는 정소인데 선무랑이다. 선무랑의 부인은 죽계절부라고 하는 안씨로 부사 장의 딸이고, 문성공 향의 십세손이다. 이분은 머리털을 자르고 귀를 잘라 남편의 관에 넣고, 남편과 시부모의 영정을 그려 놓고 조석으로 직접 제물을 올리고, 삭망때에는 내외 삼대에 아울러 제사를 지냈다.

     조부의 휘는 기이며, 종부시 첨정이었다. 증조부는 휘가 치화로 지의영고사를 지냈는데, 이분이 바로 고려 문하부사을진의 자손이다. 부사는 고려가 망하리라는 것을 알고, 벼슬을 버리고 양주의 농막으로 돌아가 여생을 마쳤다.

      부인은 옥 같은 낯빛에 비단 같은 바탕으로 효성이 지극하고 잘 순종하였다. 아무리 타고난 바탕이 아름답더라도 백로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처럼 대개 태어날 때부터 씨가 있는 것이다.

      부인은 참의를 지낸 신공 필주의 아들인 목사 륜에게 시집 갔다. 목사의 본관은 영산이다. 증조부는 절도사를 지낸 숙청이고, 조부는 황주 판관을 지낸 수무이다. 먼 윗대 조상으로 사천은 판서를 지냈고, 고조 제는 군사를 지냈다.

      부인은 군자의 배필이 되어 삼십 년이 되도록 거스르는 일이 없었다. 공보다 십 년 앞서 별세하였는데 향년은 사실칠 세였다. 아들은 둘을 두었다. 첫째는 여근인데 생원 곽지원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려를 낳았다. 둘째 여성은 경력 장세침의 딸에게 장가 들어 아들 윤을 낳았다. 딸은 사성 진관의 아들 유경에게 시집갔다.

      목사공은 상투를 꽂은 뒤로 세상을 뜰 때까지 남을 해칠 마음을 먹은 적이 없었고, 부인은 시집 와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짖고 미워하는 소리를 한 적이 없었으니, 하늘이 자손을 주어 훌륭한 후손이 대대로 나오게 한 것이 당연하다. 내 생각에는 이 가문의 경사가 끝이 없을 것 같다. 드디어 다음과 같이 명을 쓴다.

            의성의 네 성씨가

            노나라의 삼종과 같다.

            남씨와 심씨가 존장이니

            근원의 유래가 오래되었다.

            죽계절부의 남긴 절개

            유월에도 서리가 내릴 듯하더니,

            이에 착한 후손 있어

            난초와 옥 같은 바탕이 있었다.

            신씨 가문에 시집갈 때

            그 의장이 아홉 가지 열 가지였다.

            부인은 새벽 일찍 일어나

            식구들을 보살피고 받들었다.

            저녁에 거울이 깨어지더니

            새벽에 별이 지고 말았다.

            한 집안 살림을 넉넉히 꾸리고

            옛집에서 한 쌍의 학처럼 살았었다.

            여칙이 아직 남아있으니

            대대로 맹광 같은 어진 부인 있으리라.

            서책에 전해지지 않아도

            비석에 꽃다운 이름 전해지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