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길이 선물한 <심경>끝에 씀
나의 벗 광릉 이원길이 이 책을 주면서 스스로 "나는 비록 착하지 못하지만 남이 착하도록 도와주려는 생각은 진실로 얕지 않다.
이 '마음'을 잘 미루어 나가면 비록 나라일을 저울 눈처럼 분간하는 것도 평범하고 자잘한 일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처음 이 책을 받고는 황송하고 두려워서 마치 산더미를 짊어진 듯하였다.
내가 항상 스스로 경계하여, "언행(言行)을 신의있게 하고 삼가며, 사악(邪惡)함을 막고 정성(精誠)을 보존하라.
산처럼 우뚝하고 솟고 빛나리라."라는 말을 벽 위에 써서 걸어 두었으나, 마음은 늘 초나라와 월(越)나라 사이처럼 아득히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은 죽고 육체만 걸어다닌다면 금수(禽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면 내가 이군을 저버린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책을 저버린 것이며, 이 책을 저버린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을 저버린 것이다.
<내 마음을 저 버리면 마음이 죽은 것이니> 슬프기로는 마음이 죽은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죽지 않는 약을 구했으면 먹는 것이 급한 일인데, 이 책이 아마 죽지 않게 하는 약이리라.
반드시 먹어서 그 맛을 알고 좋아해서 그 즐거움을 알아야, 오래 갈 수도 있고 편안할 수도 있으며, 아침저녁으로 일상 생활에서 쓰기를 스스로 마지않을 것이다.
노력하여 게으르지 않도록 하라. 안자(顔子)와 같이 되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느니라.
가정(嘉靖) 신묘(1531)년 10월○일에 하성(夏城) 조 건중(曺楗仲)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