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항기

      선생께서 위나라로부터 노나라로 돌아오셔서 추에 거처하신지 몇 달이 지났건만 어수선하여 몸도 마음도 아직 풀리지 않으셨다. 문인들을 둘러보시고, "우리의 도는 동방으로 가겠구나. 나는 어디로 갈까?"라고 말씀하시고는 수레를 준비하게 하셔서 옛날 안회가 살던 마을을 지나가셨다. 세번이나 수레를 되돌리셨지만 끝내 내리지는 않으시고, 수레의 끌채를 가볍게 두드리시며 그를 위해 노래를 부르셨다.

       누추한 마을이여,

       황량한 한쪽 구석이로구나!

       기성과 두성이 떨어졌건만,

       하늘은 거두지 않네!

      이에 증삼은 무릎을 꿇고 나아가서 말씀드렸다.

      "난목이 비록 하찮아 보이더라도 그것을 필마와 바꾸는 것은 귀한 것이 있기 때문이며, 원구가 비록 죽더라도 종묘에 모셔 두는 것은 신령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안회는 떠나갔지만 그래도 그 도는 남아서 죽지 않은 것이 있는데 어찌 그의 죽음에 대해 그다지도 근심하십니까?

      선생께서, "그래, 그대는 기록할지어다."하고 말씀하셨다.

      물러나 그를 위해 기문을 쓴다.

      안씨의 도는 사물의 시초에까지 극진하였고 조화의 시작에 까지 아득히 닿아 있다. 천지 같은 크기로도 그의 도를 측량할 수 없으며, 일월같은 광명도 그의 도보다는 밝을 수 없다. 또한 하늘로써 즐기고, 하늘로써 근심하셨다. 그러나 외지고 누추한 마을에서 한미하게 지냈으니, 쑥대와 억새가 그 집에서 자라고 방에는 거미가 있으며 사마귀가 그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칠순에 아홉 끼니 먹으면서, 개구리, 맹꽁이와 더불어 무리가 되고 초동, 목부와 더불어 지냈다. 몸은 비록 미소 발굽정도의 좁은 공간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이름은 우주 밖에 이르기까지 가득차고, 덕은 우,직보다 못하지 않았지만 그의 교화는 제나라와 노나라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는 하늘이 그 덕에 사응하는 봉토를 주지 않았고, 지위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지만 안자는 만고로써 자신의 영토를 삼는 사람이므로 누항이 그의 봉토는 아니었던 것이며, 천자는 만승으로써 자신의 지위로 삼는 사람이지만 안자는 도덕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삼는 사람이므로 곡굉이 그의 지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의 봉토는 얼마나 넓은가! 그의 지위는 얼마나 큰가!

     아아, 도가 드러나느냐 숨어 있느냐에 따라 시대의 치란이 달려 있도다! 우순은 하빈에서 도자기를 구우면서 생활하였고 부열은 부암에서 길을 닦으면서 생활하였으니, 하빈과 부암은 누항만도 못하지만 우순은 천하의 훌륭한 임금이 되었고 부열은 천하의 훌륭한 신하가 되었으며 또한 천하의 드러난 이름들을 얻었으니, 이는 천운인 것이다. 만약 우순이 하빈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누항에 살던 안회와 같이 되었을 것이고, 만약 부열이 부암을 나가지 않았더라면 단사로 연명하던 안회와 같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타고난 시대의 행,불행은 하늘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리라.

     거문고를 당겨서 그를 위해 곡조를 지어 읊조린다.

       마을이 아름답지 않음ㅁ이여,

       어찌 그다지도 누추한가!

       마음에 사람이 없음이여,

       내 말을 동쪽으로 돌리고 싶어라.

     문인 증삼이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