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
풍년이 든 해는 황폐한 논밭이 없고 태평한 세상에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악인이 없는
법이다. 그런데 삼묘와 유호씨는 태평한 세상이었건만 왕명(王命)을 거역하였고, 엄윤
과 훈육은 비록 현군(賢君)이 다스리는 세상을 만났으나 반란을 일으켰다. 이것은 한
번은 음(陰)으로 그 다음에는 양(陽)으로 운동하는 넓고 큰 변화 속에서 음기(陰氣)가
일단 생겨나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기 때문인 것인가? 지금 고명한 덕을 지닌 임금이
보위에 있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는데도 섬 오랑캐가 난리를 일으키고 있다. 품어
안아 기르는 은혜를 베풀어 주는데도 그들이 함부로 날뛰면서 일으키는 화란은 비할
바가 없을 정도이다. 아무런 까닭없이 남의 나라 장수를 죽이고 나쁜 마음을 품고서
우리 임금의 위엄을 모독하였다. 제포(薺浦)를 자신들에게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
은, 그것이 안 되는 일인 줄을 알면서도 우리 조정의 의사를 낱낱이 시험하려는 것이
고, 대장경(大藏經)을 삼십부 인출해 가기를 요청하는 것은 이를 반드시 얻고자 함이
아니라 우리 나라를 한번 우롱해 보자는 것이다. 손뼉을 치고 뺨을 튀기며 지팡이를
어루만지는 동시에 눈을 부라리면서 말하기를 "반드시 네 모가지를 뽑아 버리겠다."
고 하면 비록 삼척 동자라도 그것이 단순히 공갈하는 것인 줄을 알게 된다. 그런데 조
정에서 당당하게 현명한 재상과 훌륭한 장수가 부지런히 나라일을 계획하여야 하는데
도 도리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어찌 대처할 바를 모르고서 "상중(喪中)이어서 정사를
논의하지 못한다."라고 거짓 핑계를 대고만 있다. 이런 때를 당하여 유독 적을 제압하
는 말이나 적의 공격을 미리 준비하여 막는 계책도 없다는 말인가? 비록 그 옛날 한기
가 반적 조원호가 보낸 사신의 목을 도성 문밖에서 베기를 청하던 것과 같은 일을 하
지는 못하더라도, 어찌 세상을 어지럽히는 도적에게 다시금 예물(禮物)을 주라는 명
을 내리라는 것이 롷을 법한 일이겠는가? 또한 제압하기 어려운 적의 기세 앞에 우물
쭈물 움츠리고만 있으니 진실로 그 옛날 우(禹) 임금처럼 간우(干羽)의 춤만으로는 적
과의 싸움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인가? 지금의 형세를 보더라도 한쪽 변방이 와해
된 것은 아니고 옛날과 견주어 보더라도 이제가 금순하던 때와 같은 화란이 아닌데
도 무엇이 두려워서 저들 도적으로부터 몰래 건국을 받는 치욕을 당해야만 하는가? 오
늘날 역관이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은 옛날 사신이 타국에 가서 왕명을 완수해
야 하는 임무와도 같은 것이다. 지금 왜인들이 우리 조정의 의도를 염탐하고자 온갖
재물을 뇌물로 뿌려대어 금과 은과 무소뿔과 구슬 같은 값진 재물이 가득 쌓이게 되었
다. 이윽고 <뇌물을 받은> 역관과 관리들이 그 뇌물을 왕지(王旨)를 전달하는 승전
빗 내시(內侍)들에게 나누어 주니, 바야흐로 임금들의 앞에서 조정이 취할 방책을 한
창 논의하고 있는데 이미 그 방책이 새나가서 왜인들의 귀에 들어가는 형편이다. 나
라 안으로 한낱 남의 심부름이나 하는 <역관이나 내시같은> 무리<의 비행>도 다스리
지 못하면서, 어찌 나라 밖으로 온갖 교활한 짓을 행하는 흉악 무도한 무리를 제압
할 수 있겠는가? 이로 보건대 우리나라를 침범한 것도 너무 늦은 일이라 하겠고, <
그 결과로> 우리 나라가 그들의 침략에 곤욕을 치르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
나 임금이 벌컥 성을 내어서 위엄을 조금 더하려 하면 "<괜스레> 변경의 오랑캐를 자
극해서 말썽을 일으킨다."라 하고, 뇌물을 받은 역사 한 놈을 목베어서 나라의 기밀
을 누설하는 일이 엄히 단속하려 하면 제압할 말이 없는 것이고 또한 적의 침략을 막
아낼 계책이 없다는 것인가? 나는 이에 대한 계책을 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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