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군이 선물한 <심경> 끝에 씀

 

         나의 벗 이군 림 중망은 어질고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사람됨이 내면은 얼음을 담은 옥항아리처럼 깨끗하고 맑으며, 외면은 옥색같이 곱고 부드럽다. 입으로는 일찍이 남을 헐뜯는 말이나 조급한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마음에는 일찍이 남을 거스르거나 해치려는 싹조차 움튼 적이 없다. 옛것을 매우 좋아한고 벗을 좋아한다. 그를 바라보면 노여움이 사라지고 분한 마음이 풀어진다. 이로써 그가 충신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삶의 이러한 측면은, 어찌 하나하나 극진히 살피어서 함양한 가운데서 흘러나와 그렇게 된 것이겠는가? 대체로 타고난 본성이 그러하였으니, 하늘로부터 타고난 것이 이미 육칠 할인데다 학문을 더하였기 때문인 것이다. 백로의 흰 색깔과 까마귀의 시꺼먼 색깔은, 햇빛에 그을려도 검어지지 않고 비에 씻겨도 희어지지 않는 것이니, 비록 스스로 더럽히고자 한들 어찌 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그가 일찍이 '천하에는 버릴 재목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마음을 미루어서 나같이 못난 사람도 버리지 않고 <심경>한 권을 부쳐 준 것일 터이니, 남이 착해지도록 도와주려는 그 뜻을 어찌 이루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사람으로서 이 '마음'이 없다면, 비록 자신을 칭송하는 말이 천하에 가득 퍼졌더라도, 원숭이 한 마리가 태어났다 죽은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부모의 상을 당하고서도 멍하니 슬퍼할 줄 모른다면, 어찌 이 한 세상을 위하여 통곡하고 눈물을 흘릴 일이 아니겠는가? 비단 상을 당하고도 슬퍼할 줄 모를 뿐만 아니라, 도리어 복상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상한 놈이라 생ㄱ가하고, 나아가서는 욕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한낮의 북적대는 시장 속의 평천관과 같은 것이다. 평천관은 사람들이 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 이를 머리 위에 써 보기라도 하면 참람하다고 주벌을 받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이 책을 싫어하여, 평천관 정도로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죽이는 도구로까지 보고 있다. 그래서 만고에 마음을 밝힌 일들이 영원히 캄캄한 밤처럼 되고 사람의 윤리가 짐승처럼 되어도, 다만 묵묵히 일생을 보낼 따름이다.

       안타깝도다! 중망은 후사가 없어서, 학문에 독실하고 실행에 지극한 정성을 자기고 있었던 모습을, 갱장의 사이에서 기록해 줄 사람이 없으며, 나도 아이를 잃어서, 벗끼리 서로 학업을 도와주던 의리를 책속에다 남길 수 없이니! 이 책은 다른 날 못된 애들에 의해 창이나 벽에 발라지고 말 것이니, 이 두가지 점이 다 탄식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