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 1 스승의 일갈 임제는 할의 조사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한 승려가 임제에게 물었다. "불법의 대의는 무엇입니까?" 임제는 즉각 일갈했다. 그러자 그 승려는 절을 했다. 임제가 물었다. "그대는 나의 이 일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승려가 대답했다. "들판의 도적은 완패했습니다." 임제가 물었다. "어디에 나의 허물이 있는가?" 그 승려가 대답했다. "또다시 범하는 것은 용남될 수 없습니다." 임제가 다시 일갈했다. 라즈니시 강의 ** 이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저녁에 우리는 임제록에 대한 일연의 새로운 강의를 시작하려하고 있다. 임제선사는 선의 전통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승 중 한 분이다. 맨 처음 빛이 전달된 것은 고탐붓다와 마하카사파 사이에서 일어났다. 두 번째 위대한 빛의 전달은 보리 달마와 그의 후계자 혜가 사이에서 일어났다. 보리달마는 의식의 궁극적 체험을 인도에서 중국으로 옮겨놓았다.  임제는 바로 그 의식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 그 도를 중국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가져왔다. 이 세 사람의 이름은 희말라야의 봉우리처럼 높다. ** 체험을 말로써 설명하는 것은 가장 곤란한 일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그 체험을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꿔 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보리 달마는 가까스로 그 일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임제 역시 그 일을 달성했다. 이 진리의 등불의 전달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임제록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어떤 언어로도 내적 체험, 주관적 체험을 표현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른바 언어라는 것은 객관 세계의 사물이나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든 그대의 실존 깊숙이 존재하는 중심을 표현하기 위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똑같은 체험을 한 두 사람이 만났다 해도 그들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재 자체, 그들의 침묵 자체, 그들의 깊은 눈빛과 아름다운 몸짓만으로도 충분하다. ** 그대는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그대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춤을 출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표현할 수는 없다. 그대는 사랑에 압도당하고 사랑의 궁극을 체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랑의 단편적인 조각조차 말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언어는 사랑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하물며 그것을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꿔 표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붓다조차 마하카샤파(Mahakashyapa)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하카샤파는 단순히 스스로 나무 밑에 고요히 앉아 있으면서 수년간을 붓다 휘하에서 보냈다. 그는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다. 단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계속 가다렸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그는 더욱 더 고요해졌다. 오랜 기다림으로 인내가 깊어질수록 그의 신뢰, 그의 사랑, 그의 고마움은 커져 갔다. 단순한 기다림만으로 그는 변형을 이룩해 나갔다. 그는 계속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해갔다. 논쟁만으로는 아무 것도 풀지 못할 것이다. 그대는 수백 명의 스승과 농쟁하여 계속 이겨 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대가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의 논쟁 방법이 상대편보다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고 토론에 유용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진리를 깨달았기 때문에 이긴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그대가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고 있음을 말해줄 뿐이다. 그대는 남들보다 숙제를 잘 해내고, 상대보다 현명하고 지적이며 예리한 논리적 능력을 갖추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대가 진리에 통달했다고 할 수 없다.  그대는 진리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은가, 아니면 단순히 논쟁하고 싶은 것인가? 논쟁을 수백, 수천 번 한들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단순히 남보다 논리에 정통하다는 것만으로는 진리를 통달했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진리를 체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리를 입으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사람이 진리를 체득했을 가능성이 더 많다. 진리에 대해 논한다든가, 진리를 지지한다. 등의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는 진리를 전하는 말조차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물음도 답도 없이, 단순히 순수하고 맑게 트인 고요함으로 존재할 뿐이다. 연꽃을 마하카샤파에게 준 것은 바로 법을 인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마하카샤파는 선의 첫 번째 조사가 되었다. ** 중국을 떠나기 전 보리 달마는 네 제자를 불러 말했다.  "내가 인도에서 중국에 온 참뜻이 무엇인가?"  "고탐 붓다의 깊고 오묘한 체험을 널리 펴기 위해서입니다."  "틀리지는 않지만 아직 멀었다. 너는 내 피부에 불과하다. 자, 앉거라."  "스승께서 중국에 오게 됨으로써 내면의 실존적 변혁, 무의식으로부터 의식   으로 가는 변혁이 일어나게 됐습니다."  "약간 낫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자, 앉거라."  "스승께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널리 펴기 위해 오셨습니다."  "앞의 두 사람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하   고 있다. 자, 앉아도 좋다.  첫 번째 제자는 나의 피부를, 두 번째 제자는  나의 뼈대를, 너는 나의 살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혜가는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리 달마의 발 밑에 엎드렸다.   보리 달마가 그에게 말했다.  "너는 내 정수를 얻었다." ** 임제는 이 몇몇 조사들 뒤에 등장한다. 마하카샤파와 보리 달마가 이룩했듯이 임제 역시 침묵을 창조하여 사람들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메세지는 언어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메세지는 실존적인 것이었다.  스승은 단지 어떤 상황, 즉 방편을 만들어 낼 뿐이다.   단순히 거울이 되어 버리면 사고는 단 한의 흔적도 남지기 않고 구름처럼 왔다가 가 버린다.  누가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까? 누가 답을 듣겠습니까? ** 양 무제가 몸소 보리 달마를 마중 나왔다. 그의 명성이 이미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물론 말할 나위 없이 승려들은 무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황제께선 크나큰 공덕을 쌓으셨습니다. 이러한 덕행으로 말미암아......    내세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과보를 받게 되실 겁니다."  보리 달마가 말했다.  "어리석은 자여! 즉시 지옥에나 떨어지시오. 과보가 어느 정도냐고? 과보라   는 생각 자체가 억지 욕심 아니오? 무엇인가 이루었다는 생각 자체가 당신   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오."  "성스러운 것도 없고 속된 것도 없소. 일체는 '비어 있으며' 완전히 순수   한 '무'요, 깊은 명상에 들면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청정한 것과 오   염된 것, 성인과 죄인 등과 같은 마음의 분별은 사라져 버리오. 그러니 나   를 '성인'따위로 부르지 마시오. 나는 성스럽다느니 저속하다느니 하는 유   치한 말은 버린 지 오래요.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시오."  "내 마음은 끊임없는 상념으로 혼란스러워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전을    읽어 보아도 무념, 즉 완전히 깨어 있지 않는 한 진리는 발견할 수 없다   고 써 있습니다."  "그것이 문제라면 내일 아침 일찍 내게 오시오."  상념을 지켜본다는 것은 판단이나 가치 평가, 자기 동일화를 하지 않는 것이다. 군중이 거리를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듯이, 구름이 허공을 오가는 것은 바라보듯이 - 판단 없이 오직 지켜보기만 한다. 그대의 마음은 스크린에 지나지 않는다. ** 불합리한 스승 임제  임제는 9세기 초에 태어나 선종의 가장 중요한 종파인 임제종을 창시하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했으며, 나중에 출가를 해 경전을 연구하였다. 그러나 자신의 의문을 책만으로는 풀 수 없음을 알고, 행각 길에 나서 두 명의 위대한 스승 황벽과 대우를 방문하였다.대오한 뒤에 호타하(물이름 호, 눈물흐를 타, 河)부근의 작은 절의 승려가 되었다. ** 신에 대해 묻고, 천국에 대해 묻고, 심원한 철학이나 신학적인 문제를 물으면 스승은 숨쉴 틈도 주지 않고 호통을 친다.  '야후(Yaa-Hoo)!하고 외칠 때 그대의 사고는 사라진다. '야후!'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그러나 그것을 큰소리로 외치면 그대는 갑자기 그대의 중심으로 되던져진다. 그리고 자신의 중심에 일단 닿으면, 예컨대 그것이 사소한 일별이라 해도, 그대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의 할은 그대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 수법이었던 것이다.  무엇인가를 통해 그대를 중심으로 향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대의 의식이 깊어질 때, 중심으로 향하는 것이 마치 집을 출입하는 것처럼 고통스럽지 않을 때, 그대는 하나의 붓다가 된다.  붓다의 긍정적 가르침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습관, 의식, 전통이 되면 진정한 의미는 상실되게 마련이다.  "당신은 분명 실수했습니다. 당신의 할은 빗나갔습니다."  '당신의 할은 빗나갔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두번째 할은 효과를 냈다. 이제 승려는 침묵하고 임제도 침묵하고 있다. ** 특정한 품격을 기를 필요는 없다. 선이나 악, 성인이나 죄인 같은 것은 관계가 없다. 중요한 것은 중심에 도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심에서 그대는 죄인도 아니고 성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성인라든가 죄인이라든가 하는 것은 모두 주변의 일이다. 우리 사뢰 전체는 주변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분별은 모두 지극히 표면적인 것이다.  "왜 미래로 미루는가? 비결은 간단하다. 그대는 즉시라도 그렇게 될 수 있   다." **  들어가 도둑질을 할 때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주시하는 주시자가 되라.  '주시'는 끝내 그대를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다. 중심에서 그대는 하나의 붓디아다. 주변에서 그대가 누구인지는 상관이 없다. 일단 중심에서 살기 시작하면 그대의 주변부는 서서히 색채가 변하기 시작한다. 주변은 중심에 있는 당신처럼 순수해진다. 주변은 중심에 있는 당신처럼 ㅈ자비가 깊어진다. 그대의 모든 행위 속에는 중심의 향기가 배어들게 된다.  주변에서는 늘 거지이며 중심에서는 항상 제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위대한 선 시인 이뀨는 읊고 있다.   미친 사람이 미친 바람을 일으키면서  여기저기 술집과 유흥가를 헤매고 있다.  나와 한마디라도 건넬 수 있는  눈 뜬 중이 있는가?  나는 남쪽을 장식하고 북쪽을 장식하고  동서를 장식하면서 떠돈다. ** 음악과 시, 춤, 사랑은 도의 반쪽일 뿐이다.  "나의 춤이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 음악, 춤, 사랑, 이런 것은 모두 명상의 빈약한 대용품에 지나지 않는다. 명상은 하나의 죽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