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스승님의 말씀입니다 열반 1985년 여름철 철야정진(徹夜精進) 기간이었다. 선원에서는 해마다 여름과 겨울 두차례씩 일주일에 걸쳐 철야를 하면서 정진을 한다. 제자들은 이 해에도 전국 각지에서 오는 도반들을 맞을 준비에 바빴다. 백봉은 자신이 지은 '여하시최초구'(如何是最初句 ;무엇이 최초의 귀절인가?)라는 시를 하얀 천 위에 썼다. 가이없는 허공에서 한구절이 이에 오니 허수아비 땅 밟을새 크게 둥근 거울이라. 여기에서 묻지 마라 지견풀이 가지고는 이삼이라 여섯이요 삼삼이라 아홉인 걸. 無邊虛空一句來 案山踏地大圓鏡 於此莫問知見解 二三六而三三九 그리고는 이 시를 제자들을 시켜 기다란 대나무 장대 위에 걸어놓고는 선원 입구에 세워놓게 했다. 철야정진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철야정진 동안은 하지 않던 일이었다. 철야정진을 하러 온 사람들 중에는 그동안 오지 않던 백봉의 초기 도반들과 제자들도 많이 왔다. 일주일의 기간이 도반들의 용맹정진으로 지나갔다. 1985년 8월 2일 아침,백봉은 철야정진 해제식(解制式)을 끝내는 마지막 설법을 했다. 그리고는 방에 들어간 뒤 잠시 앉아있다가 조용히 쓰러졌다. 제자들은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병원에선 회생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어찌된 일인지 의식이 전혀 없는 백 봉의 눈에서 눈물이 비쳤다. 중생에 대한 한없는 연민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이렇게해서 백봉은 열반에 들었다. 열반에 든 날로 부터 장례를 치르는 날까지 3일간은 비가 무척 쏟아졌지만, 장례를 치르는 날에는 거짓말처럼 활짝 개었다. 장지는 평소 백봉이 말하던 선원 앞 지정된 장소에 모셨다. 지난 몇달간 백봉은 이번 8월에는 내가 이 산을 막 뛰어 다닐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열반에 들기 전 2-3일 전에는 이 몸이 귀찮으니 이젠 내버려야 되겠다고도 말씀하셨다. 또 마지막 철야정진을 앞두고는 <여하시최초구>를 제자들을 시켜 걸게 했다. 왜 그랬을까? 긴 장대에 꽃힌 이 깃발은 만장(晩章)이 되서 백봉을 보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