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 3 강 역경에 대하여 2017. 1. 4
1. 역경의 내용과 성격
역경은 중국 고대의 가장 중요한 전적 가운데 하나로 약 2천 년에 달하는 경학 시대 동안 여러 경서 가운데 으뜸가는 위치를 차지해 왔다. 또한 지식인들도 역경의 가치를 인식하고 중요시하였으며, 한 대부터 역경을 주석하고 연구한 저작들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중국 고대 문화 발전의 중요한 한 영역을 이루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역사상 중대한 영향을 미친 역경은 어떠한 책일까?
역경은 원래 주역이라 불렸으며, <<좌전(左傳)>>이나 <<주례(周禮)>>에서도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후대 사람들은 주역을 말할 때 역전도 이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원래는 다른 것임에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책을 경이라고 하여 그 중요성을 나타낸 것은 대략 전국시대부터이고, 역경이라는 이름은 후대 사람들이 주역을 경전으로 받들면서 나온 이름이다. 따라서 주역이 본래의 이름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조들은 어떤 이유에서 주역이라는 두 글자로 책의 이름을 삼았으며, 또한 주역이라는 글자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먼저 易 자를 살펴보면, 고대에서의 易이란 글자는 점서에 대한 통칭이었으며, 때로는 점치는 일을 책임지는 사람을 칭하는 글자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주례>>의 기록에 따르면 태복이 연산, 귀장 주역- 세 가지 복서를 관장하였다는 이야기는 앞서 강의에서 말한 바와 같다. 그런데 앞의 두 종류의 역은 모두 후대에 전해지지 않았고, 오늘날에는 단지 주역의 일부에 대해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점서를 왜 역이라고 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꼽히는 것이 “易”이라는 글자가 석척(蜥蜴)이라는 동물을 모방해 만든 상형문자라는 것이다. 고대의 문자 가운데서 “역”자를 글씨로 쓰는 사법으로 볼 때 이 설명이 가장 타당한 것 같다. 석척이란 동물의 이름은 몸을 색깔을 수시로 잘 바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이것이 아마 점서를 ‘역’이라고 부르게 된 주요 원인인 것 같다. 또 후대 사람들은 역에 ‘삼의(三義)’ 혹은 “사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모든 것은 역의 뜻을 해석하고 밝히는 작업에 속한다.
(역위易緯 건착도乾鑿圖 참조. 삼의는 간역, 변역, 불역, 사의는 여기다 교역(交易) 한 가지가 더 첨가되어 있다.)
‘주(周)’ 자에 대한 후대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하나는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해석하여 “두루 미치어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의미다. 이런 뜻으로 해석하면 <<주역>>은 우주의 모든 원리를 다 갖춘 책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조대(朝代)의 이름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주’를 주대(周代)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고대 문헌의 기록이나 고대 사람들이 책의 이름을 붙일 때의 관습을 보면 후자의 견해가 훨씬 더 합당하다. 고대의 ‘주’ 자가 붙은 서적들은 모두 주대의 뜻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례(周禮)>>는 주나라 시대의 예의 제도를 설명하고 있고, <<주서(周書)>>는 주 왕조의 관방(官方) 문헌을 지칭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주역>>은 주나라 때의 점치는 책인 셈이다.
한편 주역을 그 내용의 구성으로 볼 때 기타의 서적과는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반 서적은 모두 편이나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역의 구성 단위는 괘로 책 전체가 64괘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전국시대부터 상, 하 두 권으로 나누어졌는데, 상편이 전 30괘이며, 하편은 나머지 34괘로 되어 있다.
(이런 편성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나중에 서괘전을 읽을 때 다시 이야기하기로 함.)
‘괘’라는 이름이 쓰이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떤 사람은 괘를 ‘괘掛’의 뜻으로 해석하여 괘상(卦象)을 매달아서 사람들이 보기 편하게 한 것이라는 뜻으로 설명하였다.
또 청대의 장혜언(張惠言1761-1802)은 “점을 쳐서 이를 땅에 써 효를 식별하는 것을 일러 괘라 한다.”라는 학설을 제기하였다.
즉 점을 치면서 효를 얻을 때마다 이것을 땅에 써서 기억하기 편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이렇게 효를 표시하여 한 괘를 구성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괘의 한문이 두 개의 흙 토자와 한 개의 복(卜)자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비교적 ‘괘’자의 본래 뜻에 부합하는 설명인 것 같다.
주역 64괘는 여덟 개의 기본 괘가 두 개씩 중첩되어 형성된 것이다. 이 여덟 개의 기본 괘가 8괘로 건(乾), 곤(坤), 감(坎), 간(艮), 손(巽), 태(兌), 리(離), 진(震)이다. 이것의 괘형 및 괘상은 ( )이다. <<주례>>에서는 8괘를 경괘(經卦)라 부르고, 64괘를 별괘(別卦)라 부른다. 괘상의 기본 요소는 기(-), 우(--) 양획이다. 8괘는 모두 삼획 괘로 매 괘는 모두 -과 --이 중첩되어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역을 처음 접하는 초학자들은 누구나 매 괘의 괘상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송대의 유학자 주희는 <<주역본의>> 속에 ‘팔괘취상가(八卦取象歌)’를 기재하여 초학자들이 괘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건삼연(乾三連) 곤육단(坤六斷) 진앙우(震仰盂) 간복완(艮覆碗)
리중허(離中虛) 감중만(坎中滿) 태상결(兌上缺) 손하단(巽下斷)
매 구마다의 제일 앞의 글자는 괘명이며, 뒤의 두 글자는 그 괘의 괘상에 대한 묘사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8괘는 3획 괘인데 이것이 두 개씩 중첩되어 구성된 64괘는 6획 괘가 된다. 그러므로 64괘 가운데의 매괘는 모두 상괘와 하괘로 구분되는데 상괘는 외괘 또는 회괘(悔卦)라고 하고, 하괘는 내괘, 또는 정괘(貞卦)라고 한다.
64괘 중 상하괘가 같은 괘는 모두 8개 있다. 이것은 경괘가 중첩되어 형성된 것이므로 원래 경괘의 이름 그대로 부른다. 예를 들어 건상건하 괘는 건괘라 부르고 감상감하 괘는 감괘 등이 그렇다. 나머지 56개는 상하괘가 다르기 때문에 괘명도 다르게 불린다. 예를 들어 건상곤하는 비(否)괘, 곤상건하는 태(泰)괘로 불린다.
주역의 64괘는 매 괘마다 괘상, 괘명, 괘사 및 효사의 네 가지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건괘를 살펴보자.
(괘상) 乾 元亨利貞
初九 潛龍勿用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九三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無咎
九四 惑躍在淵 無咎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上九 亢龍有悔
用九 見群龍無首 吉
맨 처음의 여섯 개의 -부호로 이루어진 ( )이 괘상이다. 이것은 3획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건괘가 중첩된 것이다. 괘상 가운데 6획, 즉 6효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가면서 초효, 이효, 삼효, 사효, 오효, 상효로 구별한다. 괘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과 --의 두 종류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쉽게 구분하기 위해서 대략 전국시대부터 -은 九로 --은 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모두 -으로 구성된 건괘 6효는 아래서부터 순서에 따라 초구, 구이, 구삼, 구사, 구오, 상구라고 한다.
괘상이 괘의 첫머리에 위치한 것은 각 부분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면서 괘 전체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 뒤의 문자는 괘상에 대한 설명이다. 괘상( ) 뒤에 있는 ‘건’은 이 괘의 괘명이며, ‘원형이정’은 이 괘의 괘사로 전체적으로 괘의 기본 특징을 설명한다. 괘사는 본래 단사(彖辭)라고 불렀으나 당나라 이후에 바뀌었다. 괘사 다음 부분이 효사이다. 효사마다 그 앞에 효제爻題가 있다 예를 들면 초구, 구이 등이다. 한 괘는 6효로 되어 있으므로 효사 역시 여섯 개가 있다. 효사는 한 효의 내용과 성질을 설명하는 것으로 각 효의 위치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효사 역시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면 건괘 초구의 효사는 ‘잠룡물용’인데, 구오 효사는 ‘비룡재천 이현대인’인 것과 같다.
주역의 64괘 가운데 오직 건괘와 곤괘만이 전부 -과 --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양괘의 내용에는 용구와 용육이라는 두 개의 항이 더 있다. 그런데 용구와 용육의 뒤에 나오는 문자는 어떤 구체적인 한 효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역의 점치는 방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효사라고 할 수 없다. 건과 곤 양괘 외의 62개의 괘상은 모두 -과 --을 포함하고 있으며, 다만 위치와 수량만이 다를 뿐이다. 각 효의 호칭은 그 성질과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건과 곤의 6효의 호칭보다 복잡하다. 예를 들면 수뢰둔괘의 경우 아래서부터 순서대로 초구, 육이, 육삼, 육사, 구오, 상육이라고 하며, 지천태의 6효는 아래서부터 초구, 구이, 구삼, 육사, 육오, 상육이라고 한다. 주역은 64괘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기에 맞게 64개 조목의 괘사가 있다. 각 괘는 6효호 구성되어 있으므로 64에 6을 곱하면 모두 384개의 효가 있게 되고, 384개의 효사가 있다.
한편 주역에는 상도 있고 문자도 있어 그 내용이 특수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은 이 책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역은 ‘주대의 점서’였다고 하였는데, 여기에는 이미 이 책에 대한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주역은 주댕에 복리(卜吏) 또는 무인(巫人)들이 관장하였으며 , 그 기능은 길흉을 예측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좌전>>과 <<국어>> 가운데 기록되어 있는 주역과 관련된 자료들 역시 이 점을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좌전>>과 <<국어>> 가운데 주역에 대해서 언급한 곳은 스물두 곳인데, 그 가운데 열여섯 곳이 인사의 길흉을 점치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율 역시 춘추시대 사람들이 주로 주역을 점치는 책으로 이해하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물론 춘추시대부터 이미 주역을 철학적 측면에서 해석하는 경향이 일어났으며, 그 이후에는 역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후대 사람들의 주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일 뿐 주역 본래의 모습과는 다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주역을 의리를 논하는 책 즉 천도와 인사의 교훈을 주로 설명하는 책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이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어떤 사람은 주역을 역사서로 여기고 있는데 이것 역시 정확한 이해가 될 수 없다. 한편 주희는 <<주자어류>>에서 “역은 본래 복서의 서적이었다.”라고 했는데, 바로 이것이 주역의 성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주역이 본래 점서였다는 것은 그 내용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괘상이 모두 -과 --의 두 개의 부호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정해진 방법을 거쳐 괘상을 얻은 다음 이것을 바탕으로 길흉을 판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괘효사 역시 주로 길흉의 작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이 ‘吉’ ‘利’ ‘無咎’ ‘凶’ 등의 점사이며, 이러한 글자가 없는 경우에도 길흉의 뜻이 그 문자 속에 깃들어 있다. 그래서 주역의 괘효사는 모두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길흉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점서로서의 본래 모습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주역 속에는 수많은 생활의 지혜가 녹아있으며, 이는 당시의 생활수준을 보여 준다. 이러한 특징들이 바로 주역이 점점 점서의 모습에서 벗어나 철학서가 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2. 귀복과 점서(거북점과 시초점)
귀복과 점서는 옛날 사람들이 천신의 뜻을 헤아려 인간사의 길흉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고대 정치,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사기>>의 <<귀책(龜策)열전>>을 보면 “왕이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일을 결정할 때에는 시초점과 거북점을 쳐서 나온 결과를 가지고 그 도를 변역하지 않았다.”고 했고, 또 “옛날 오제는 거사를 하기 전에 먼저 시초점과 거북점을 쳤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점으로써 대사의 거사 여부를 결정한 것은 통상적인 일이었다.
우선 거북점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이름으로 뜻을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사용된 재료가 거북의 껍질이었다. 거북의 껍질 가운데서도 배의 껍질을 중요하게 사용하였고, 때때로 등껍질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구하기 어려울 때는 소의 견갑골이나 두고, 사슴의 두골, 호랑이의 뼈와 같은 짐승들의 뼈로 거북 껍질을 대신했다.
이런 거북의 껍질과 동물들의 뼈를 통칭하여 갑골(甲骨)이라고 한다. 거북점을 치는 방법은 이런 뼈들을 잘라 내어 깎아 문지른 다음에 구멍을 뚫은 다음, 이것들을 불 위에다 올려
놓고 먼저 점을 치고자 하는 사안들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cf: 갑골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할 것.
일정한 시간이 지난 다음 보면 갑골의 구멍이 뚫린 자리 부근으로 균열이 생기면서 갈라진 금이 보이고 그것들이 일정한 무늬 형상을 띄게 된다. 점을 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무늬의 형상을 보고 사안의 길흉을 판단하였는데, 이렇게 미리 판단한 내용을 갑골 무늬 옆에다 기록해 놓았다. 이것을 ‘복사(卜辭)’라고 이른다. 그리고 이런 판단이 실제 생활에서 효험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따로 그 결과를 기록해 놓았는데, 이것을 ‘험(驗辭)’라고 한다.
이런 거북점은 은 나라 말기에 이미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그 역사가 매우 오래 되었다.
이에 비해 점서는 상대적으로 그 역사가 짧다. 점서에 사용되었던 재료는 대나무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왜냐하면 점을 나타내는 ‘서(筮)’ 자의 머리가 대나무 죽 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언제부턴가 시초로 대치되었는데, <<주역>>을 보면 <<서의(筮儀)>>라는 항목이 있어, 자세하게 점괘를 뽑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점서는 시초의 수의 변화를 통하여 괘를 정한 다음 괘상 및 괘, 효사에 의거해 길흉을 예측했다. 이것은 거북점과는 다른 방법이다. 대체로 거북점이 모양 즉 ‘상(象)’을 중요시했다면, 점서는 ‘수(數)’를 기초로 삼는다. 그러니까 귀복은 갑골 정면의 무늬의 상으로 길흉을 판단하였다면, 점서는 수에 의거해서 상을 정한 다음 이것을 바탕으로 길흉을 단정짓는다.
<<주역>>은 점서에 사용된 책이지, 귀복에 사용된 책이 아니다. 그래서 먼저 설시법을 실어 시초를 세어 괘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계사전>>에서는 이런 설시법의 철학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대연의 수는 50이다. 大衍之數五十, 그 가운데 사용되는 수는 49이다. 其用四十有九. 이것을 둘로 나누는 것은 양의를 상징하는 것이고, 그 둘 중의 한 곳에서 하나의 수를 빼어 이것을 걸어 셋으로 하는 것은 삼재를 상징하는 것이며, 이것을 넷씩 세어서 나누는 것은 사시를 상징하는 것이고, 남은 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은 윤달을 상징하는 것이다. 5년에 윤달이 두 번 있기 때문에 두 번 손가락에 남은 수를 낀 다음 괘를 이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네 차례 수를 운영하여 역을 이루고, 열여덟 차례의 변화를 거쳐서 괘를 이루게 된다.
여기서 ‘연(衍)’은 ‘연(演)’의 뜻이며, ‘대연의 수는 50이다.’라는 것은 연산하여 괘를 얻는데 사용되는 시초가 50개라는 뜻이다. 이 50개의 시초 가운데 하나를 취하여 이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49개의 시초로 연산을 한다. 이것이 ‘사용되는 수는 49.’라는 의미이다.
<<계사전>>에 따르면 열여덟 번의 변화를 거쳐야만 비로소 한 괘의 괘상이 얻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괘는 여섯 개의 효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한 효를 얻기 위해서는 세 번의 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부터는 한 효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한 효가 결정되는 데는 네 가지의 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는 49개의 시초를 둘로 나누는 단계로 바로 양의를 상징하는 수순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둘로 나눈 것 가운데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 하나의 수를 빼어서 이것을 걸어 셋으로 하는 것은 삼재를 상징함의 단계로, 두 무더기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임의로 한 개의 시초를 취해 한쪽에 놓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무더기의 수는 48개가 된다. 세 번째는 이것을 넷씩 세어 나누는 것으로 이것은 사시를 상징하는 단계이다. 여기서 세다(渫)는 수를 센다(數)는 뜻으로 두 무더기의 시초를 각각 네 개를 한 단위로 해서 셈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남은 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은 윤달을 상징하는 것’의 단계이다. 여기에서 ‘남은 수(奇)’란 4를 단위로 시초를 셈하고 남은 수를 말한다. 시초를 셈하고 남은 수는 4,3,2,1이고, 한쪽 무더기의 남은 수가 4이면 다른 무더기의 남은 수도 반드시 4가 되며, 한 무더기의 남은 수가 3,2,1이면 다른 무더기의 남은 수는 1,2,3이 된다. 두 무더기의 남은 수는 합해서 4가 되거나 혹은 8이 될뿐 다른 수는 나올 수가 없다.
이제까지의 과정을 종합해 보면, 둘로 나누어서(分二) 하나를 빼어 걸고(掛一), 네 개씩 세어(渫四) 남은 수를 손가락 사이에 끼는 것(歸奇)인데, 이것이 ‘네 차례 수를 운영하는 것’ 즉 사영(四營)이다.
<<계사전>>의 ‘네 차례 운영하여 역을 이룬다.’는 것은 역의 일변(一變)을 뜻하므로, 네 단계의 과정을 거쳐 한 번의 변화를 이루었다는 뜻이다. 첫 번째 변화의 결과, 두 무더기 가운데 한쪽에서 빼어 건 하나의 시초(掛一)와 넷씩 셈하고 남아 이를 손가락에 낀 시초(歸奇)를 제외하면 남은 시초는 두 가지 경우가 된다. 하나는 49에서 1을 빼고 다시 4를 빼 남은 수가 44가 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49에서 1을 빼고 다시 8을 빼 나머지가 40이 되는 경우이다. 첫 번째 변화 후 남은 시초(44 혹은 40)를 다시 사영의 순서에 따라 셈하고 난 뒤에 남은 시초의 수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게 된다. 즉 40, 36, 32의 수이다. 이렇게 두 번째 변화를 하고 난 뒤에는 다시 세 번째 변화를 진행하게 된다. 즉 두 번째 변화를 행한 뒤 남은 시초를 사영의 순서에 따라 셈한 후 얻게 되는 시초의 수는 네 가지 경우로 36, 32, 28,24의 수가 된다. 이렇게 해서 세 번의 변화를 완전히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효의 상은 어떻게 확정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고대 사람들의 설명은 서로 완전히 같지 않으나 실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비교적 합당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세 번의 변화 뒤에 남는 수(36, 32, 28, 24)를 4로 나누게 되면 9, 8, 7, 6이라는 네 개의 수를 얻게 된다. 그 가운데 9와 7은 기수(奇數)로 양성(陽性)에 속하는데, 9는 노양(老陽), 7은 소양(少陽)이 된다. 그리고 8과 6은 우수(偶數)로 음성(陰性)에 속하며, 6은 노음(老陰), 8은 소음(少陰)이 된다. 만약 얻게 된 수가 9나 7이 되면 양효(陽爻) - 하나를 긋고, 6과 8을 얻게 되면 음효(陰爻) -- 하나를 긋는다. 이렇게 해서 초효의 상을 정한다. 나머지 이, 삼, 사, 오, 상효의 각 효도 같은 방법으로 순서에 따라 정한다. 결국 열여덟 번의 변화를 거쳐서 1괘의 6효가 이루어지게 되며, 시초를 셈하여 괘를 이루는 과정이 완성된다.
어느 한 괘의 괘상을 구하는 것은 단지 <<주역>>을 사용하여 점을 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여기서 문제는 어떻게 괘상에 의거해서 길흉을 예측할 수 있는가이다. 점서법에 따라 괘상을 얻은 후에 반드시 이 괘상과 괘사 또는 효사에 의거해서 길흉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괘의 괘상과 괘사 및 효사를 이용하거나, 또는 두 개를 종합해서 살펴보고 길흉을 정하게 된다. 구체적인 점서법은 당시에도 체계적으로 기록되어 전해진 것이 없었으며, 단지 변효와 불변효의 구분에 관련된 것만을 알 수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변효란 무엇이고 불변효란 무엇인가? 이것은 점서법의 7, 8, 9, 6의 네 개의 수와 관련 있다. 간단히 말하면 9와 6의 수로 형성된 효는 변효이고, 7과 8의 수로 형성된 효는 불변효이다. 변효란 능히 변하는 효라는 뜻인데 변화의 방식은 점서 때 9의 수로 형성된 양효는 변하여 음효가 되고, 6의 수로 형성된 음효는 변하여 양효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살펴보자. 시초를 셈하여 얻은 괘상이 화천대유(火天大有)인 경우, 이중 구삼효만 9의 수로 이루어졌고, 기타의 효는 7과 8의 수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때 구삼 효는 변효로서 음효로 변한다. 이렇게 되면 화택규(火澤暌) 괘가 새롭게 생성된다.
이런 경우 주역에서는 대유괘를 본괘라 부르고 규괘를 지괘, 또는 변괘라고 한다. 길흉을 예측할 때는 주로 본괘의 변효 위와 같은 경우에는 즉 구삼효의 효사를 따른다. 한 괘 가운데 한 개만의 변효가 있으면 길흉을 판단하는 일이 간단하지만, 두 개 또는 두 개 이상의 변효가 있을 때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주희는 <<역학계몽>>에서 고대 점서의 예를 근거로 하여 몇 가지 항목의 변효로 점치는 체제를 추측하여 단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개의 효가 변효일 때는 본괘 변효의 효사로 점을 친다.
두 개의 효가 변효일 때는 본괘의 두 변효의 효사로 점을 치는데 위에 있는 효의 효사를 으뜸으로 삼는다.
세 개의 효가 변효일 때믄 본괘 및 지괘의 괘사로 점을 치며, 본괘의 괘사를 위주로 한다.
네 개의 효가 변효일 때는 지괘 가운데의 두 불변효의 효사로 점을 치며, 아래 효의 효사를 으뜸으로 삼는다.
다섯 개의 효가 변효일 때는 지괘 가운데 불변효의 효사로 점을 친다.
여섯 개의 효가 모두 변효일 때에는 건과 곤의 경우 용구와 용육의 사로 점을 치며, 아울러 지괘의 괘사도 참고한다.
나머지 62괘의 경우는 지괘의 괘사로 점을 친다.
이 내용이 고대의 점서 모두를 통계로 한 것은 아니지만,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이 밖에 6효가 모두 불변효일 경우에는 본괘의 괘사로만 점치면 된다.
<<주역>>의 점서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두 종류의 길흉을 예측하는 방식인 귀복과 점서가 서로 같은 점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두 가지 모두 일정한 과정을 거쳐서 일정한 상(象), 즉 귀복으로 말하면 갑골상의 조문(兆紋), 점서로 말하면 괘상을 얻게 되는데 그런 후에 다시 상(象)과 사(辭)에 의거하여 길흉을 판단한다. 다만 점서의 활동 중에 인위적 요소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인류의 자아 의식의 발전을 표현한 것이다. 시초를 셈하여 괘를 형성하는 과정 또한 숫자의 연산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으며, 점법 가운데의 변화는 인류의 사유 능력과 추리 능력의 향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괘효사 가운데는 복사와 비슷한 말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점을 단정하는 말인 길(吉), 대길(大吉), 리(利), 불리(不利) 등은 모두 복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괘효사는 복사에 비해 이미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으며 그 문자도 복사에 비해 더욱 풍부하고 조직적이다. 이밖에도 복사는 단지 점복 활동을 기록하는 데 한정되어 있어 그 결과 역시 매우 간단하게 단지 긍정과 부정, 예를 들어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바람이 불거나 불지 않거나 하는 것 등과 같이 두 종뮤에만 한정되었다. 괘효사에는 많은 인도적 교훈과 각 방면의 지식이 포함되어 있다. 사상적 내용도 복사에 비하면 훨씬 더 풍부하다. 점서의 결과를 보더라도 길과 흉의 두 종류가 제일 중요하기는 하지만, 많은 괘효사의 내용이 인위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회(悔), 린(吝) 등은 자아 반성을 통해 점서의 결과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화(禍)를 길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3. 괘상과 효상의 기원과 구조
<<주역>>에는 8괘와 64괘 두 종류의 괘상이 있다. 64괘는 8괘에서 변화 발전된 것이기 때문에 괘상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곧 8괘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대 사람들의 설명은 동일하지 않다. 예를 들면 <<계사전>>에서는 ‘복희 씨가 상을 보고(觀象) 괘를 만들었다(立卦)’는 이론을 가설로 제시하면서, 복희 씨가 천문을 관찰하고 지리를 잘 살펴서,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 이것을 바탕으로 해서 8괘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8괘의 괘상은 건, 곤, 감, 간, 손, 태, 이, 진으로 이것들은 고대의 중요한 여덟 가지 자연 현상- 하늘, 땅, 물과 연못, 바람과 산, 불과 우레를 나타내는 문자 부호였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난 다음 8괘가 되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획괘설(劃卦說)이라는 가설이 있다. 괘상으로 볼 때 8괘는 양과 음의 두 획이 중첩되면서 각기 다른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다음과 같이 그려 볼 수 있다.
일중(一重) - --
이중 양과 양, 음과 음, 양과 음, 음과 양
삼중 양양양, 음음음, 양음양, 양음음, 양양음, 음음양, 음양음, 음양양
<<계사전>>에 ‘역에 태극이 있으니 이것이 양의를 생성하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위의 과정을 서술한 것이라고 한다. 양의는 양과 음을 지칭하고 사상은 이중(二重)의 모양을 가리킨다. 결국 8괘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구체적으로 양과 음 즉 기우(奇偶) 양 획의 기원을 탐구하는 것이 된다.
양과 음의 기원에 대하여 근현대 학자들은 생식기설(生殖器說), 결승설(結繩說), 죽곤설(竹棍說) 등 여러 가지 학설을 제시하였다.
괘, 효상의 기원 문제와 관련하여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 있는 설을 제시한 두 사람의 현대 주역학자가 있다. 다름 아닌 굴만리(屈萬里)와 장정랑(張政烺)인데, 이들의 주장은 모두 최근에 이룩된 고고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해서 나온 설이다.
먼저 굴만리는 역의 결구가 귀복에 쓰인 것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데 착안하여 역괘의 근원은 귀복에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장정랑(張政烺)은 갑골문과 금문(金文) 가운데 숫자를 사용하여 역괘를 표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숫자설(數字說)을 주창하였다.
cf: 굴만리의 설은
첫째: 갑골에 새겨진 사의 순서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진행되는 것이 주역의 6효가 아래서부터 위로 진행되는 것과 똑 같다는 점
둘째 역괘의 반대적 순서와 갑골에 새겨진 사가 서로 대칭을 이루는 점. 역괘가 반대적 순서로 진행된다는 것을 주역 64괘의 배열 순서가 수뢰둔 괘가 뒤집어져서 산수몽 괘가 되는데 그래서 괘의 배렬 순서도 둔 괘 뒤에 몽 괘가 나온다. 지천태와 천지비도 이와 마찬가지 예로 상하가 뒤바뀌어도 괘상이 변하지 않는 순괘(경괘) 여덟 괘를 제외한 56괘는 모두 이와 같은 순서로 배열되어 있다.
순괘의 경우는 배열 순서에 어떤 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앞 뒤의 두 괘가 서로 상대적인 것들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바로 두 개의 괘가 공동적으로 대대(對待)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주의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데, 귀복 중에도 이런 대대의 의미가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귀복의 갈라진 무늬를 보고 복사를 적을 때 비가 올 것인가를 묻는 경우이면 복사를 상면에 쓰고, 비가 온다면 오른쪽, 오지 않는다는 왼쪽... 식으로 대칭을 이루어 기록하였다.
셋째는 효위의 음양과 갑골 사의 글을 이루는 상간 관계. 역의 괘는 초, 삼, 오는 양위, 2, 4, 상은 음위인데 갑골은 사가 정부가 서로 번갈아서 글을 이룬다.
넷째 역괘의 숫자 6과 9와 거북의 무늬다. (34p 도 1-1)
<<주역>>에서 9는 대표적인 양효이고 6은 대표적인 음효인데, 이와 같이 된 데에는 역사적으로 이와 같은 종류의 설법이 이미 있었다. 귀복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종류의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거북은 등과 배의 껍질에 무늬가 있는데 그것이 동일하지가 않다. 등 쪽의 무늬는 9조각으로 이루어져 있고, 배 부분은 가운데 선을 중심으로 양쪽이 6조각 씩 해서, 전체가 12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등 쪽은 딱딱하면서 그 개수가 9이고 배쪽은 부드러우면서 그 수가 6이다. 이것이 역의 대표적인 양의 수 9와 음의 대표적인 수 6과 잘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주역>>의 9와 6의 수는 귀복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상의 4가지 사안을 들어 굴만리는 역괘와 귀복 간에 서로 동일하거나 또는 유사한 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필연적인 인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역괘와 귀복이 동일한 모양을 지니고 있으면서 역괘가 귀복보다 후대에 탄생하였다는 점, 앞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점서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귀복과 관계성을 보이는 것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는 점서가 귀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결구 역시 귀복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배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씨의 이런 연구는 괘상의 기본 요소인 양과 음의 기원을 밝히는 데다 중점을 두지는 않았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론은 역괘의 근원이 숫자라는 장정랑(張政烺)의 주장이다. 이 설을 개괄하면 양과 음의 기원이 숫자로부터 비롯하였으며, 양은 대표적 기수- 1이 변과하여, 음은 대표적 우수- 6이 변과하여 되었다는 것이다.
장정랑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갑골문과 금문 가운데 숫자로 표시한 역괘 같은 것이 많이 존재하고 있음에 있다. 이와 같은 역괘는 이전의 학자들은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던 사실인데, 예를 들자면 송나라 때 호북성 효감(孝感) 지역에서 6건의 주나라 동기가 출토되었다. 그 중 하나가 네모반듯한 솥이었는데, 이 솥의 명문 끄트머리에 ( ) 문자가 있었다. 이 문자를 1930년대 곽말약은 서명이나 혹은 부족의 표지(族徽)로 생각하였다.
이후 고고학이 발달하면서 이와 유사한 이상한 문자들에 대한 해석이 좀 더 정확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1950년대의 저명한 고고학자 당란(唐蘭)에 의해 이런 기이한 문자들이 숫자를 근거로 하여 이루어진 특수한 형식의 문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학근(李學勤)은 이런 발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런 문자들은 은 나라 시대의 복사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문자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 글자들의 근원이 되는 숫자들을 밝혀냈다. 이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중국 고대에 1부터 8까지 숫자를 쓰는 방법은 현대와 달랐다. ( )
앞서 발견된 유물에서는 수 십 종에 달하는 기이한 모양의 글자가 발견되었는데, 이런 글자들은 하나의 공통된 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3개 아니면 6개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런 사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이런 문자들이 <<역>>의 괘상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는데, 그 까닭은 바로 역의 8괘는 3개의 단위로, 64괘는 6개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역의 괘상이 숫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관계성을 좀 더 사실적으로 추론할 수 있게 되었는데, 주나라 초기 때의 중유부정(中斿父鼎)의 명문 ( )이 아래서부터 위로 8, 5, 7의 숫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숫자를 가지고 괘를 그려 보면 바로 팔괘 중 손괘( )가 나온다. 이로서 주나라 초기에 팔괘로서 점을 치는 간단한 점서 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앞의 주나라 솥에 기록된 명문 ( )은 곧 박지비(剝之比) 괘인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
이 괘의 해석은 앞서 하나의 괘 가운데 두 개의 변효가 있을 때는 두 개의 변효사로 길흉을 판단한다는 주희의 해석 방법에 따라 해석을 하면 박괘의 육오와 상구의 효사는 다음과 같다.
주역 448페이지
장정랑의 괘상의 근원이 숫자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주장은 최근의 학술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 아직까지 이 이론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이론으로 성립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로 이 이론이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이론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지금 중국의 많은 주역학자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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