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1강
12월 7일 최중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주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수운회관에서 일할 때 오행납갑으로 풍수지리를 가르친 사람 이야기.
2가지 질문.
주민등록번호로 하느냐, 실제 태어난 연월일시로 하느냐?
산지박 괘를 사주로 지니고 태어난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래서 나의 결론은 사(邪)된 것을 바르게 하고 잘못된 것을 옳은 것으로 돌려 세우는 것이 주역이 가르치고자 하는 참의미가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
문용직 프로기사가 [주역의 발견]이라는 책을 펴내고 난 후,
자신이 참고 자료로 삼았던 방대한 분량의 책을 나에게 줌으로서
본격적으로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음.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주역이라는 책의 근원을 우리는 어떤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역은 [귀장(歸藏)], [연산(連山)]이 발전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로는 [주례(周禮) 춘관(春官) 태복(太卜)] 편을 보면 “太卜 掌 三<<易>>之法, 一曰 <<連山>>, 二曰 <<歸藏>>, 三曰 <<周易>>”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구절을 해석하면 주나라 때 점의 치는 관리, 태복은 세 가지의 점치는 법을 가지고 있었는데, 첫 번째가 연산, 두 번째가 귀장, 세 번째가 주역이었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연산과 귀장, 그리고 주역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면 ‘연산은 하(夏)왕조 때의 <<易>>, 귀장은 은(殷)나라, 상(商)나라 때의 <<易>>, 그리고 주역은 주나라 때의 <<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니까 위의 글을 가지고 판단해 본다면 시기적으로 <<주역>> 이전에 하나라, 은, 상나라에도 주나라 때의 <<역>>과 같은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이름이 <<연산>>과 <<귀장>>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럼, <<연산>>과 <<귀장>>이 주역의 근원을 밝히는 데 있어 오늘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요즘 새로운 학설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동대학교의 왕흥업 교수가 대표적 인물인데, 왕 교수의 주장은 <<연산>>과 <<귀장>>은 <<삼분>>이라는 고문헌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고대사에서 <<三墳>>에 관한 언급이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좌전>>입니다.
<<左傳, 昭公十二年>> 조에 보면 초(楚)나라의 좌사(左史) 의상(倚相)이 <<삼분(三墳)>>, <<오전(五典)>>, <<팔색(八索)>>, <<구구(九丘)>>를 아주 능통하게 읽었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저는 아직 <<삼분>>과 <<오전>>을 실물로 접한 적이 없어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무엇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좌전>>의 이 글귀로 미루어 짐작을 해보면 초나라 좌사 의상이라는 사람이 우리나라 언어로 말하자면 이두나 향찰 같은 고문자로 쓰인 옛 문헌을 능통하게 읽었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가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삼분>>이란 어떤 책이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전한 시대의 유학자 공안국이 번역한 <<상서(尙書, 서(序)>>에 보면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皇帝)의 책을 가리켜 <<삼분(三墳)>>” 칭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모두 대도(大道)를 논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삼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잠깐 중국 문자의 역사에 대해 조금 살펴보고자 합니다.
중국에서 글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기원전 2700년 무렵의 사람으로 알려진 황제(黃帝) 때 창힐(蒼頡)이라는 사람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강가에 찍힌 새의 발자국을 보고 힌트를 얻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진위 논란은 아직까지도 분분합니다. 아무튼 이 글자는 새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고 해서 조적(鳥跡) 문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글자들은 과두문자를 포함하여 우리가 흔히 갑골문이라고 부르는 귀갑수골문(龜甲獸骨文), 은나라, 주나라 시대의 동기(銅器)에 새겨진 명문(銘文)까지 포함하여 모두 고문으로 분류되는데, 주나라 의왕(宜王) 때 이르러 태사(太史) 주(姝)라는 사람이 이런 고문들을 정비를 합니다. 이때 주가 글자를 정비한 방법은 지나치게 간단한 글자의 필획들을 늘리는 것이었는데, 이런 방법으로 정비된 글자가 대전(大篆)이었습니다.
분서갱유로 유명한 이사(李斯)는 이런 대전을 간략하게 만들어 그때까지 각 지방에서 사용하던 여러 가지 자체들을 하나로 정리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전(小篆)입니다.
소전, 대전과 같은 전서는 글씨를 쓴다기보다는 그림으로 그린다는 편이 더 어울릴 만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진나라 때 옥리 정악(程악)이 전서의 회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직선 위주의 글자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예서입니다. 이것은 당시 성행한 목판인쇄를 위하여 노예들이 그 글자를 많이 판각하였다 하여 예서라 불린다는 설도 있으며, 또 다른 설로는 하급관리들이 주로 사용하였다 해서 예서라는 명칭이 붙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런 예서들을 신속하게 기록하기 위하여 필기체로 발전한 것이 초서였는데, 이런 초서는 일반인이나 제3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문제점들은 안고 있어 나중에 다시 정서체로 정비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행서,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개발된 글자가 해서(楷書)입니다. 지금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활자체가 바로 이 해서입니다. 중국에서는 간체자로 해서의 표기법을 단순화한 것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지금까지도 해서의 정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중국문자의 역사와 관련하여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가 분서갱유(焚書坑儒)입니다. 아마도 그 이전까지는 지방에 따라 각기 다른 여러 가지의 문자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진나라 때 이사(李斯)가 통치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렇게 생김새가 다른 여러 가지 문자들을 하나로 통일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그간에 출판된 문서들도 정리를 하였니다. 이때 점복서나 천문, 지리 같은 실용서적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서들은 불에 태워졌습니다.
그래서 옛날 글자로 쓰여진 많은 문헌들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만, 이때 어떤 사람들은 분서갱유를 피해 자신들의 책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감추어 두었습니다.
공자의 후손들도 그렇게 자신들의 방법으로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고문서들을 감추었던 모양인데, 한나라 경제 때 노공왕(魯恭王)이 자신의 궁궐을 확장하기 위하여 공자의 옛 집터를 헐자, 그 집 벽 속에서 그렇게 감추어 두었던 <<논어>>, <<효경>>, <<춘추>>, <<서경>> 같은 고문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때 나온 고문서들은 대나무 쪽에 옻칠을 해서 그 위에다 글자를 쓴 것들이었는데, 그 글자들의 모양이 예서와는 달리 머리통은 둥글고 꼬리는 가는 올챙이 모양을 한, 공자가 생존해 있던 춘추전국시대에 일반적으로 통용되었던 과두문자였습니다.
cf: 춘추전국시대를 우리나라의 역사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고문서들을 공자의 11대손이었던 공안국(孔安國)이 당시의 문자로 번역하여 금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삼분>> 이외에 소호(少昊), 전욱(顓頊), 고신(高辛), 당(唐), 우(虞)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오전>>이라는 책도 있는데,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상도(常道)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삼분>>과 <<오전>>이 전혀 신화 속의 가공된 이야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다른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가령 정현(鄭玄)이 주석한 <<주례(周禮), 외사(外史)>>를 보면 거기에 “<<삼분>>, <<오전>>이 삼황오제의 저술이라는 구절이 분명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삼분>>의 책 내용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째 부분은 천황(天皇) 복희(伏羲) 씨와 관련된 내용으로 <<산분(山墳)>>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단원은 지황(地皇) 신농(神農) 씨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기분(氣墳)>>,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인황(人皇) 헌원(軒轅) 씨와 연관된 서술들로 <<형분(形墳)>>이라고 부릅니다.
현대의 주역학자들은 첫 번째 복희 씨의 <산분>을 하(夏)나라 사람들이 계승, 발전시킨 것이 <<연산>>이 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으며, <<귀장>>은 신농 씨의 <기분>을 상나라 사람들이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역>> 헌원 씨의 <형분>을 주나라 사람들이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산>>과 <<귀장>> 그리고 <<주역>>- 이 세 가지 책자는 그 체계는 서로 같지 않지만, 64괘에 관한 구조와 얼개만큼은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삼분>>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는 복희 씨의 <<산분>>과 관련된 내용은 주역의 <<계사전(繫辭傳>>에서도 이런 언급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고자포희씨지왕천하야(古者包犧氏之王天下也)에 앙즉관상어천(仰則觀象於天)하고 부즉관법지지(俯則觀法之地)하며 관조수지문(觀鳥獸之文)과 여지지의(與地之宜)하며 근취제신(近取諸身)하고 원취제물(遠取諸物)하야 어시(於是)에 시작팔괘(始作八卦)하야 이통신명지덕(以通神明之德)하며 이류만물지정(以類萬物之情)하였다.
옛날에 포희 씨가 천하의 왕이었을 때, 우러러서는 하늘의 형상을 관찰하고, 굽어보아서는 땅의 법칙을 관찰하면서, 조수의 모양과 각 땅에 맞는 사물들을 관찰하여, 가까이는 몸에서 취하고 멀리서는 다른 사물에서 취하여 처음으로 팔괘를 그려서 이로서 신명한 덕을 통하여 만물의 정을 펼치었다.
그리고 신농 씨의 <<기분>>과 관련해서는 포희씨몰(包犧氏沒)커늘 신농씨작(神農氏作)하야 착목위사(斲木爲耜)하고 유목위뢰(揉木爲耒)하야 뇌누지리(耒耨之利)로 이교천하(以敎天下)하니 개취제익(蓋取諸益)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포희 씨가 죽은 다음에는 신농 씨가 나와 나무를 깎아 보습(사耜)을 만들고 나무를 구부려 쟁기(뢰耒)를 만들어서 이것들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였다.
(그런데 이 부분에 있어서 마지막 구절을 다르게 해석한 견해도 있습니다. 즉, ‘이 모든 것을 익 괘에서 취하였다.’
이것과 비슷하게 앞에 부분에서도 포희씨몰 이전에 작결승이위망고(作結繩而爲網罟)하야 이전이어(以佃以漁)하니 개취제이(蓋取諸離)라는 문구가 있는 판본도 있습니다.)
일중위시(日中爲市)하야 치천하지민(致天下之民)하며 취천하지화(聚天下之貨)하야 교역이퇴(交易而退)하야 각득기소(各得其所)케하니 개취제서합(蓋取諸噬嗑)이라.
해가 중천에 뜨면 저자를 만들어 천하의 백성이 이르게 하며 천하의 재물을 모아서 교역을 하고 물러가 각각 필요한 것을 얻게 하니 이것은 대개 서합 괘에서 그 근본을 취함이라.
(이 부분도 다음과 같은 다른 해석이 있습니다.
이때에 한낮이면 시장이 형성되어 온 천하 사람이 이르러 천하의 재화가 다 한데 모이니, 각자가 교역을 통하여 필요한 것들을 얻은 다음 물러나더라.
그런데 이와 같은 형상이 곧 주역의 <<서합>>괘와 같더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헌원 씨의 <<형분>>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합니다.
신농씨몰(神農氏沒)커늘 황제요순씨작(黃帝堯舜氏作)하야 통기변(通其變)하야 사민불권(使民不倦)하며 신이화지(神而化之)하야 사민의지(使民宜之)하니 역(易)이 궁즉변(窮則變)하고 변즉통(變則通)하고 통즉구(通則久)니라.
그리고 신농 씨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황제(黃帝), 요, 순이 일어나 변화한 세상 풍속에 통하여서(通其變)하니 백성들이 부림을 당해도 싫어함이 없더라.(使民不倦)
cf: 변화된 정책에 국민들이 잘 협조하였다.
이 부분에 대한 예화로 박정희 시대의 국가가 지향한 가치관과 개인이 지향한 가치관이 같았던 점을 소개할 것.
그 다음에 나오는 신이화지(神而化之)하야 사민의지(使民宜之)라는 구절은 형이상적인 것- 즉 신을 구체화(化)하여 마땅한 바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였다.
cf: 새마을정신을 구체적인 지붕개량사업으로 전개하여 실생활에 적용한 것과 같은 예.
역(易)이 궁즉변(窮則變)하고 변즉통(變則通)하고 통즉구(通則久)이라는 구절은 역의 이치라는 것이 모든 사물이 궁극에 이르면 변하고, 변한 즉 통하게 되고, 통하게 되니까 그 존재 시한이 길어지게 되더라 하는 것이다.
(다른 번역으로는 이런 것도 있다.
신농씨가 죽거늘 요순 황제가 나타나 사물의 변화에 통하게 해서 백성들로 하여금 게으르지 않게 하며 신묘하게 교화해서 백성으로 하여금 알맞게 하니 역이 궁한 즉 변하고, 변한 즉 통하고, 통하게 되니 오래 가더라.)
이 <<삼분>>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역>>이라는 것이 복희, 신농, 황제- 세 사람의 성인을 거쳐 다시 <<연산>>, <<귀장>>의 발전 단계를 거쳐 이룩된 것임을 가르쳐 주는 대단히 귀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옛 문헌에는 이와 같은 발전과정을 서술한 기록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록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일치된 뜻을 보이나, 세부적으로는 기록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는 일치된 서술을 보이나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드러나는 이런 까닭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많은 주역학자들은 이런 기록들을 절대적 역사적 사실로 신뢰하지 신화나 전승설화로 치부해 버리려는 경향도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하여 중국의 현대 주역학자 마항군(馬恒君) 같은 사람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생각합니다.
첫째는 복희 씨가 역의 근간이 되는 팔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지나치게 신화적 색채를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복희 씨는 하도낙서를 보고 팔괘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계사전>>에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 성인즉지(聖人則之)”라는 기록으로 나옵니다.
이 기록은 소위 말하는 육하원칙에 비춰 살펴본다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사실의 기록이라고 믿기가 어려운 점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주역의 역사적 근원을 밝히는데 가장 밝은 불빛과도 같은 <<삼분(三墳)>>이라는 책이 한 나라 때 실전되었다가 당 나라 때에 이르러서야 다시 나타났다는 것도 사람들도 하여금 상당히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혹시 위서가 아닌가 하는...
이런 까닭으로 해서 <<주역>>이 복희 씨가 8괘를 만든 후, 신농, 황제를 거친 다음 다시 <<연산>>, <<귀장>>의 단계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향하여 이것이 절대적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산동대학교의 왕흥업 교수인데, 그 사람은 <<주역>>의 <<계사전>>에 나타난 “하출도(河出圖) 낙출서(洛出書) 성인즉지(聖人則之)”라는 부분에 대하여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라는 증거로 <<천황복희씨황책사(天皇伏羲氏皇策辭)>>라는 기록을 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면 “유천지인(惟天至仁) 우초생월(于草生月) 천우강하(天雨降河) 용마부도(龍馬負圖) 신개아심(神開我心) 자기미생(子其未生) 아화팔괘(我畵八卦) 자상이하함안(自上而下咸安)”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봄이 되어 하늘로부터 큰 비가 내려 황하가 범람했을 때, 복희 씨가 강변에 도착하여 하도 모양의 무늬를 지닌 용마가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그 용마를 구조하여 하도와 같은 얼룩무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8괘를 만들어 내어 그 8괘의 논리로 사람들을 널리 교화하니 상하가 모두 안정을 얻었다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왕 교수의 주장은 용마라는 것은 체고가 8척이 넘는 큰 말을 가리키는 것이지 특별하게 신비한 어떤 종류의 동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등에 타고난 하도 모양의 얼룩무늬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용마와 하도라는 단어를 이런 구체적 사실로 파악해 놓고 보면 <<계사전>>의 이 기록은 전혀 신화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사전>>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희 씨가 8괘를 창제하게 된 것이 “하늘을 우러러 살피고 땅을 굽어 관찰한 다음”에 도리를 깨달은 다음, 하도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복희 씨의 8괘 창제를 결코 신화적인 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왕 교수는 <<삼분역탐미(三墳易探微>>라는 논문에서 <<삼분>>이라는 책이 위서가 아니라는 점을 고증학적으로 밝힘으로서 <<주역>>의 근원을 역사적 사실로 밝히는데 일대 진보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주역>>의 근원에 관한 문헌적 공부는 오늘날 대략 이런 정도까지 도달해 있다는 점을 아시면 상식적으로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공부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공부는 그러면 주역은 어떤 책인가? 그 책의 내용에 대하여 개괄해 보도록 하겠으며, 책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하는 점을 가지고 공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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