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금방 가는 것은 아쉽지만
가을이 되면 그래도 세상의 풍요로움에 감사하게 된다.
얼마전 친구 김익수의 부친상에 갔다가 상문의 슬픔보다는 부러운 생각이 더했는데 나의 경우 그일은 38년이나 전에 치렀던 일이다.
까마득한 옛날로 생각되는 것은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마흔줄에 앉았을 것이기 때문이요
또 어제 같이 생각되는 것은 인간의 일생이란 것이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 날 이후의 추억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제삿상을 차리며 감회가 더욱더하다
38년전
아버지와 마지막 제사상을 차리던 때 아버지의 나이가 지금 나의 나이였다.
그 때 아버지는 하얀 노인이셨고 어금니도 두개밖에 남지않아 음식을 먹는데 힘들어 하셨다.
생활고에 시달려 세끼 밥먹는 일이 매우 힘들었다.
그 때를 생각하고 살면 아마 지금 어려운 사람 여럿을 도와 주어도 남을 듯싶다.
세상을 사는 일은 파도를 헤치는 일이지만
지나간 세월은 정말 조용조용 흐르는 개울 물같다.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는 조상 산소 벌초도 나 혼자 가게 하고
생율 치는 일(밤 깎는 일)이며 제사상도 나에게 차리게했다.
지금 나에게도 아들이 있지만 명절 제사상을 같이 차리지는 못한다.
세월이 달라지고 사는 방법이 달라진 탓이다.
지구가 좁아지고 세계가 이웃이 되어 외국에도 나가 살고
종교가 다양화 되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전체 가구중 1/4이나 된다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전 국민의 3/4이 아직도 제사를 지내는 일이다.
다음 세대엔 아마도 1/4이 제사를 지내고 3/4이 제사를 지내지 않게 될 지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이 더 편하고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전통을 지키고 사는 사람들이 더 평화롭고 부유하며 아름다운 생을 살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일이다.
아름다움과 보람과 즐거움은 많은 시간(여유)과 게으름(편리함만 추구)에 의하여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과 봉사와 남을 위한 시간냄에서 생명의 보람이 잉태된다.
인간은 그가 살고 있는 환경의 한 일부이다.
생기 있고 보람 있는 생이란게 미인들에게 춤을 추게하고 구경을 한다거나 훌륭한 스포츠 선수의 경기를 구경하는데서는 오지 못한다.
자신이 강가에라도 나가 몸도 흔들어 보고 좀 잘 못추더라도 스스로 춤을 춰 보는데서 생명의 환희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시골생활에 단 며칠이라도 젖어보는 것은 사회와 접촉하는 것에서 얻지 못하는 자연과의 접촉에서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시골 생활은 또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숱한 말의 폭력과 실지의 폭력들에서 벗어나는 기회이기도하다.
그래서 굳이 황희정승을 예로 들지 않더래도 나이가 들어도 활동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노년을 보내기 가장 좋은 곳이 시골이기도하다.
나는 지금 서울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있지만
다가오는 노년에 대한 상념에서 오늘을 한번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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