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수	(2003-04-02 08:13:57, Hit : 1635, Vote : 175)

#560 연곡사에서

연곡사에서
*560 030316

1.

삶은 허망하고
죽음은 고귀한가

주인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돌무덤은 천년을 지나 나라의 보물이 되었구나.

삶이 짧다고 탄식하지 말지니
그대는 어느날엔 원숭이의 모습으로 절벽에 기대 있었고
다른 날에는 지렁이의 모습으로 지구를 들고 있지 않았던가.
아직도 모르겠는가
그대의 나이는 지구의 탄생과 함께 시작되었고
오늘은 여기 연곡사의 손님으로 왔지만
다른 날에는 석가래가 되어 손님을 맞으리라.

삶은 얼마나 풍부한가
오늘 하루 속에는 우주의 모든 날들이 다 들어있다.

2.

고리수 철철 넘치는 봄 연곡사
기와골 고운 사리함 부도에
어디서 날아왔는가? 낙엽 하나가 사뿐이 내려 앉네.

△ #563 몇 번째 인가

▽ #588 자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