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2015-05-06 17:38:25, Hit : 11894, Vote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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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장재골논 150506

장재골 논
*940 150516

농사 짓던 시절
키가 지게보다 작았던 때
장재골 우리 논은 마을 끝에서 천걸음
마을에 들어와 오백걸음

봄이면 풀을 베어 작두로 잘라 산처럼 쌓아 썩힌다.
보리를 벨 즈음에는 얼마나 더웠던가
보리까시랭이 온 몸을 긁게 만들고
베어낸 논에 집채만한 덩치의 거름을 다 져 날라야 한다.

썩은 거름은 또 얼마나 무거웠던가
바지게 반만 채우고 짊어져도
어깨가 내려앉아 발 길 한걸음 두걸음 헤며 걷는다.
처음엔 100보를 세고
다음은 열을 센다.
나중엔 하나둘 하나둘 하다가 쉰다.

땀이 얼굴을 씼어내리고 길섶에 주저앉아 쉬면
배는 왜 그리도 수이 고팠던가?

지금은 꿈길에서 이 길을 단숨에 가고 온다.

△ #941 침대 160409 [30]

▽ #939 세월 150426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