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지 마라
2001년 5월
우짜다가 세상 사는 일 집짓는 일로 먹고살기 30년 이긴 한데- 그것도 집 짓는 사람들
덕으로 밥 먹고 사는 기 내 직업인디,
요즘은 친구들 형편도 좀 나아지고 가진 돈 별따로 굴릴데도 마땅 찮고 그런깨 집을
지어 보겠다고 생각하는 아그들 많더라. 여러곳 찾아 다니다 간혹은 내 한테도 오는디
내가 하는 말은 한결같이 "집짓지 말거라"가 첫마디다. 그러면 대개 알아듣짐도 모타
고 가버리는기 행색인데 사실 내가 와 그걸 바라건노. 집을 지야 나도 묵고 사는디.
다만 집을 지을라모 좀 제대로 짓고,
세상에 민폐 끼치지 말고
이 지구에 공해 끼치지 말고
태어나서 더러운 물건 하나 남기지 말고
좀 제대로 고운 것 아름답고 이웃에 도움되는 물건하나 남겨보란기 그 다음 야근데
누가 그기까지 듣고가나.
그랄라모 우짜모 되는디? 요기까지 와야 내가 배운 실력이 나오고 또 나도 생활비
보태는 일도 생기는거 아이가.
우선 집을 지으려면 땅과 돈과 시간이 잇어야한다 이기야.
땅도 없고 돈도 없으면 물론 내한테 와 오건노. 그기까지는 다 좋은 디 대개 시간을
안갖고 오는기라. 야그 길모 더 안볼낀깨 좀 바삐 말하모 집짓는데 1년 걸리모
집 계획하는데도 한 1년 여유를 가지고 또 설계하는데도 한 육개월 잡아야 집같은
집을 가질수 잇는기거든. 대개 병원가면 의사들 병 다 아는 것처럼 책도 안보고
척척 진찰하고 약도 처방하지만 사실 의사들 병 몇푸로알건노. 모르긴 해도 반도
못고칠기다. 그게 히포크라테슨가 누군가 이후 이천년동안 수 천 수 만의 박사님
들이 이룩한 결과아이가.
건축사 찾아가면 건축 일 다 아는 것처럼 계약하자 덤비지만 그 땅에 그 돈 갖고
알맞는 맞춤집 하니 그리는데 우째서 한두날 걸려 다 하건노. 대개 서너달은 다른
일 안하고 덤벼야 겨우 졸작 첫 시제품 나오는기고 그래도 명작을 남기려면 몇해는
걸려야는기거든. 그런데 내 지난 30년을 회고 하건대 그런일은 한 건도 없었고
그 결과 내 대표작이 물론 없지. 그라모 다른 건축사는 다 천재고 나는 둔잰가.
물론 맞다. 그런디 찾아오는 사람들 지도 천재 아니면서 천재 건축사만 찾으니
짝구이 척척 맞아서 이나라 이 골목 이거리들의 꼴이 지금처럼 추악하게 변한기라.
생각 좀 해 보자. 30년전에 우리고향 우짼노. 광안리는? 영동은? 심지어 시청앞이나
명동까지 생각해보자. 그런 곳에 가서 넘실넘실 걷고 차도 먹을 곳도 안 있었나.
요새 명동가서 허적허적 걷다가 차마실 곳 찾아 차묵어본 사람 있어모 손들어봐라.
세상 생각하모 망측하게 다 변했다. 35년 전만해도 이나라에는 고속도로란거이 하
나도 없었거든. 30년 전만해도 5층 넘는 아파트가 하나도 없었거든. 꼭 30년만에
이 땅은 온통 콘크리트덩어리 괴물들의 천국이 된기라.
오늘 초파일인데 부처님 오시면 조계사길 찾아 가건나. 모르긴 해도 이 글 읽는 사
람들도 조계사길 아는 이 몇명 안될기다. 우째서 이리 된노.세상이 와 이런노.
이게 다 건축사 바로 내 탓인 기라.
내가 세상 베리는 일은 더 해서 돈 더 마니벌어야되건나.
아니모 당장 그만두어야 되건나.
오늘은 이쯤해서 열 그만내야 되거째.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좋은하루
초파일을 맞아 세상의 평화가 이글을 읽으시는 그대와함께. 샬롬. 좋은하루 또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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